내 인생은 후퇴할 것이다.
오늘 건물주에게 도저히 보증금을 줄 수 없을 거 같다는 최후통첩을 들었다.
전세보증금을 벌기 위해 노력했던 10년의 세월이 물거품이 되고 내 인생은 10년만큼 후퇴할 것이다.
아랫집은 경매에 넘어갔지만 보증금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도 유찰되는 중이고 윗집 역시 공매로 넘어갔지만 1년째 유찰에 유찰..
나는 이 구렁텅이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막심한 손해는 피할 수 없고, 자책은 떨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침체되고 침몰할 것이다.
솟아날 구멍은 없고 매주 적지 않은 돈을 복권에 쓸 것이다.
주식에 손해 보는 신랑을 원망할 것이고 육아하느라 경력을 단절시킨 나의 선택에 절망할 것이다.
그 보증금이..
내 인생을 이렇게 구렁텅이로 처박을 만큼 의미 있게 큰돈인가.. 싶지만, 쉽지 않다.
10년간 모은 돈이 억울하게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니까.
절대 저렇게 망하지만은 않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봐야 할까..
절실히 고민해 봐야겠다.
보증금은,
10년의 노력은,
이제 그만 잊어야 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