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린다.
이런 날엔 버스를 타기가 참 불편한데..
퇴근길에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종종 마을버스 간의 간격이 안 맞아 2대가 한 번에 오거나 20분 후에 올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엔 기사님들도 바짝 긴장하신다.
어이쿠.
한 대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나를 보고는 서둘러 섰지만 정류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섰다.
지금 버스 간 간격이 안 맞나 보다.
서둘러 타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기사님이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모두를 위해 기사님의 시간을 1초라도 아껴드려야 한다.
내가 내릴 역 이름이 방송에서 나오자마자 벨을 누른다.
그런데..
내가 내릴 정거장을 지나치고 빠르게 달리신다.
빨리 말해야 한다.
"기사님, 저 눌렀는데요."
"아이쿠야! 죄송합니다. 못 봤네요."
그리고는 그 빠르던 버스가 아주 천천히 뒤로 간다.
버스가 갑자기 뒤로 가니 승객들이 웅성 인다.
"기사님, 여기서 내려도 됩니다."
"아닙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그렇게 적토마처럼 달리던 마을버스가 천천히 뒤로 가서 나를 내려주곤 다시 적토마처럼 달려 나간다.
나를 위해 뒤로 가는 버스.
많은 사람들의 배려를 나혼자 받다니, 참 감사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