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일기 그대는 읽지 말길.
짧은 글 시리즈
오늘도 그의 넋두리.
- 이렇게 독약 같은 월급 받으면서 나태하게 살면 안 되는데.
- 노년을 대비해서 자격증 공부라도 해야 되는 건데.
- 신축 아파트 단지 근처 상가라도 잡아서 반찬가게나 호프집을 빨리 오픈해야 되는데.
어쩌고 저쩌고.
나를 쳐다보는 거 보니 이젠 나에게 불똥이 튈 차례.
- 당신은 하고 싶은 일 없어?
- 딱히 없어.
- 하고 싶은 일을 생각은 해봤어?
- 가죽공예가 재밌더라.
- 그래! 좋아하는 걸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 그게 돈이 되는 거라고! 내가 예전에 oo 브랜드 어떻게 시작했는지 얘기해줬지? ㅇㅇㅇ 브랜드도 마찬가지였어, 그렇게 취미로 시작하는 거라고!
얼씨구 절씨구나.
늘 나더러
도대체가 꿈이 없냔다.
하고 싶은 공부가 없냔다.
남들처럼 잘 살고 싶지 않냔다.
눼눼. 안 그런데요.
늘 현실에 만족하니 같이 눈 두 개 코 하나로 태어나도 우리는 이렇게밖에 못 사는 거란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그대나 나나 똑같지만,
그대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늘 불안하고,
나는 현실에 만족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매일 일기라도 쓴단다.
제발, 내 일기 그대는 읽지 말길.
그대 욕 많이 했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