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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신세계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을까

『마음의 미래』(미치오 카쿠)&『작별인사』(김영하),『스파이라』(김아인)

by 금채

『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출처: 김영사

제목과 연분홍색의 표지만 보고 마음을 위로하는 감성 테마의 책으로 오해한 『마음의 미래』. 알고 보니,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가 뇌과학의 관점으로 정신세계를 풀어낸 순수과학 서적이었다. sf에는 큰 흥미가 없지만 순수과학 서적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브레인넷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데이터를 축적하여 학습하는 ai도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세상인데, 모든 인간의 뇌를 공유하게 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가끔은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인물 A와 B와 C의 뇌를 나의 뇌에 삽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과연 나도 내 정신세계를 그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가? 글쎄... 나는 내 뇌를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다...! 이게 무슨 이기심이란 말인가. 브레인넷이 실현이 되려면 결국 나도 내 정신세계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나는 내 정신세계를 어디까지 공유 및 공개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맞닿는다.







곁들임 - 『작별인사』(김영하), 『스파이라』(김아인)

스파이라, 김아인, 허블.jpg
작별인사, 김영하, 복복서가.jpg
출처: 허블출판사(『스파이라』), 복복서가(『작별인사』)


브레인넷 이야기를 보며 떠오른 두 소설이 있다. 2024년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아인 작가의 『스파이라』와 명불허전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소설 『스파이라』의 주인공은 기억과 인격을 데이터화하여 보관하는 AE에 감춰진 ‘스파이라’ 프로젝트의 비밀을 파헤쳐 나간다. AE 조직을 둘러싼 탄탄한 세계관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케 하며 이를 둘러싼 AE조직, 주인공과 조력자들, '황 신부' 세력의 삼각구도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작별인사』에는 고도로 발달한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 어떤 휴머노이드들의 기억, 즉 데이터는 그들끼리 모두 공유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나'라고 볼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문학이 함께 한다. 『마음의 미래』에서 나온 브레인넷처럼 나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이 한데 섞이게 되면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기억을 나로 규정해야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스파이라』와 『작별인사』를 통해 찾아가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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