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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의 무게

『아무튼, 비건』(김한민) & 『아무튼, 서핑』(안수향)

by 금채

'아무튼'의 의미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 '아무튼'의 사전적 정의이다. '아무튼'은 부사로서, 앞에 놓인 말이 무엇이든 결국 뒤에 오는 말이 중요하며 그곳으로 나아가게 한다.

위고 출판사의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에세이다. 저자마다 '아무튼' 뒤에 오는 것들이 각양각색이다. 지금까지 총 73권이 발간되었는데, 그중 이번 주에 2권을 읽었다.


『아무튼, 비건』(김한민) & 『아무튼, 서핑』(안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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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고 출판사

비건과 서핑을 소재로 각각 써야 할 게 있어서 『아무튼, 비건』과 『아무튼, 서핑』을 연달아 읽었다. '아무튼' 시리즈는 책은 얇지만 저자가 그 분야에 대해서는 '덕후'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어서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꽤 깊은 정보들까지도 알 수 있다.

『아무튼, 비건』은 당연하게도 저자가 비건이다. 왜 비건을 해야 하는지, 비건의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등 저자의 경험담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다. 나도 비건을 여러 번 시도해 봤으나 번번이 실패했는데, 그런 시도 속에서 가지고 있던 오해나 궁금증들을 풀기에 좋았다. 당연히 비건을 잘 모르거나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책이다.

서핑을 꽤 좋아하고 취미로 즐긴 지 3년 정도 됐다. 전문적으로 한다기보다는 그저 바다를 즐기는 목적으로 하는 거라 보드 종류나 서핑 대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서핑』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서 모호했던 서핑 관련 개념들이 정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핑을 할 때의 그 감각과 감정도 공유할 수 있어서 서핑을 안 한 지 3개월이 넘었는데 얼른 서핑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아무튼, 참을 수 없는 존재들

두 책 모두 200페이지가 넘지 않는다. 얇다고 해서 이 책들이 담은 무게까지 가볍게 볼 수 있을까? 이들은 비건과 서핑에 진심이다. 그런데 '아무튼'이라는 단어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이들이 비건과 서핑에 갖고 있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 않을지라도, 앞에 오는 말이 무엇이든 시선이 가볍게 그 뒤의 대상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이다.

중력은 무게에 비례한다. 앞에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이 됐든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이 무거운 만큼 자연스레 이끌린다. 이 자연스러움은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가벼워 보일지 모른다. 내가 사랑하고 열망하는 마음의 무거움만큼이나 그 외의 것들은 가벼워진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절대 가벼울 수 없을지라도 그만큼 다른 것들은 간단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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