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 부라타 치즈 샐러드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읽게 된 『정확한 사랑의 실험』. 처음엔 제목만 보고 말랑한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발표했던, 총 27편의 영화에 대한 평론글을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카테고리로 묶은 책이었다. 저자는 영화에 애정을 가진 만큼 최대한 정확하게 해석하고자 한다. 그런 그의 노력은 잘 정제된 단어와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
사랑 이야기가 싫어서 읽지 않으려 했던 건데, 모순적이게도 이 책을 읽으며 사랑에 빠져버렸다. 대체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쟤 뭐야...? 뭐 저런 게 다 있어' 싶었던 마음이 '어...?!' 하는 마음으로 스며들 듯 바뀌는 순간. 저자가 사랑이란 결여의 인지를 통한 응답이라며 글을 시작했을 때, 나는 속으로 '아 뭐라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 말미를 읽을 때쯤 '어...?!' 하더니 글을 마치자 감탄과 감동이 밀려왔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지?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를 읽으며 나는 저자의 글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렇게나 고르고 골라 잘 정제된 말로 사랑과,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니!
자연스레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는 스스로를 영화평론가라고 칭하기엔 영화에 그만한 전문성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글에서는 영화에 대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내가 그동안 좋아한다고 말하던 것들을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정확하게 좋아해 본 적 있나?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니 다 무엇이었나 갑자기 백지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 중에 실제로 본 영화는 몇 없지만 저자의 생각의 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입에서 천천히 녹여 먹고 싶은 글이었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은 글과 닮은 게 뭐가 있을까? 왠지 사탕은 너무 딱딱하고, 솜사탕은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초콜릿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부라타 치즈 샐러드를 추천한다. 위에 트러플 오일을 뿌려 과일이나 채소들을 함께 곁들이면 더 좋다. 몽글 폭신한 부라타 치즈를 잘 갈라서 채소와 함께 한 입에 넣으면 향긋한 트러플 오일이 퍼진다. 이 샐러드와 함께 신형철의 글을 천천히 음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