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페터 비에리) & 5년 QnA 다이어리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신년 계획을 세우곤 한다. 올해는 진짜 운동을 시작해야지, 영어 공부를 해야지, 돈을 얼마만큼 모아야지 등등. 이러한 다짐들에는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이러한 다짐, 결정들이 '진짜 내'가 원해서 결정한 것들일까?
페터 비에리는 이 책을 통해 과연 우리가 하는 결정들이 '진짜 내'가 원해서 하는 결정들인지, 내가 하는 생각들이 '진짜 나'로부터 나오는 생각들인지 고민해보게 한다. 책은 총 세 파트로 되어 있고 각 파트의 이름이 '~번째 강의'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과 문체까지 강의를 하는 듯한 어투여서 읽는 동안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단순히 나에 대해 이해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이해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까지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이전 파트의 내용들을 아우르며 언어와 문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말한다.
겉보기에 책은 꽤 얇지만 읽으면서 내가 살아오며 어떠한 영향들을 받아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진짜 나 스스로에게서 온 생각인지, 우리나라 문화와 한글이라는 언어가 내 사고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게 되어 단숨에 읽을 수는 없는 책이다. 하지만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나를 돌아보기에 알맞은 책이다.
나는 2021년 12월부터 '5년 QnA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같은 날짜마다 똑같은 질문에 매년 답하는 다이어리다. 한 2년 정도까지는 같은 질문에 계속 같은 답을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심심한 듯했다. 그런데 이 다이어리를 쓴 지 3년이 지나 4년을 향해가자 달라지는 답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을 가장 싫어했는데, 서핑을 하게 되고 가벼운 옷차림의 경쾌함을 느끼고부터는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가장 놀라웠던 변화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일이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22년, 23년에는 내 꿈이 뭔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할 시간을 포기해 왔다고 답했다. 그런데 24년에는 내가 포기했던 것들을 전부 되찾아서 이제는 포기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놀라우면서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변화란 더디게 나타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훌쩍 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삶도 똑같은지 모른다.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1년 전, 3년 전, 5년 전의 나와 비교해 보면 그때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을 가진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니 『자기 결정』에 곁들여서 올해부터 '5년 QnA 다이어리'를 써보는 걸 추천한다. 묵묵히 5년이란 시간을 걸어가다 보면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