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고는 산재처리가 되었지만 산재는 모든 것을 보상해주지 않았다.
의식없는 뇌병변 와상환자는 한달 350만원 이상의 간병비와 그와 비슷한 금액의 병원비(기저귀값, 간병인 식대, 그외 부대비용 등)가 들어간다고 보면 되는데, 아무리 산재보험이 휴업급여며 간병비며 커버를 쳐준다고 하던들, 아무리 아껴쓴다 하던들 숨은 쉬고 살아야 했기에 200만원의 지출은 발생했다.
산재환자라는 이유로 실비처리가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보험 약관을 들추어보니 1세대 보험에 가입한 남편은 40프로에 해당하는 보상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보상을 받는데 다 받지 못하는 찝찝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다.
나는 일을 하는 대신 딸과 남편을 택했다. 양가 부모가 없어 딸을 대신 키워줄 사람도 없었고, 남편의 간병비를 충당할만큼 능력이 좋지도 않은 30대 중반의 경력단절 주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없었기에.
남편이 주말마다 자전거 데이트를 하자고 덜컥 사왔던 두대의 자전거를 팔았다. 남편 눈 한쪽이 실명되었으니 자전거를 함께 타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눈 앞에서 치워버리면 그 약속을 당분간 잊을테니 덜 괴로울 것 같다.
딸의 학원비가 세달째 밀려 제기를 팔았다. 앞으로 남편 간병에 집중해야하니 제사를 챙기고 음식을 혼자 하는 맏며느리짓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딸의 수면 독립을 바라며 남편이 선물했던 2층 침대를 팔았다. 아빠가 없어서 무섭다는 이유로 그 침대를 사용하지 않은지 3년이 지났다는 것, 남편에게 좋은 가정용 혈압기를 사주고 싶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민사 소송진행을 위한 송달료 입금을 위해 남편이 나에게 선물한 가방을 팔았다. 남편이 기억을 잊었디는 이유로 추억을 팔아버렸다.
덕분에 의도치않은 미니멀라이프를 살게 되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게 되었지만,
덕분에 기억을 팔아버려 남편의 기억이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