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 도자기야말로 옳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결국 여기저기서 한 줌의 모래를 떠 오고, 또 여기저기서 한 줌의 물을 길어와 점토를 만든다.
그러기를 몇 년 즈음하다 보니 각기 다른 출처를 가진 점토들이 사방에 어지러이 흩어져있다. 얼핏 보기에 난장판 같지만 그 흙과 물을 길어오고 점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분명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무질서한 형태와 질감의 점토덩어리들이지만 분명 하나의 주제의식을 축으로 공전하고 있다.
이제는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막연한 느낌에 이끌려 흩뿌려진 점토들을 주섬주섬 모아 이어 붙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나로 뭉쳐진 덩어리를 물레 위에 얹어 그 주제의식을 축으로 돌려가며 정제한다. 누가 보기에도 ‘이건 도자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구체적인 형태를 빚어간다. 나만의 도자기, 나만의 이념,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굳혀 긴다.
그리고 오로지 내 눈에만 옳고 아름답게 보이는 도자기가 탄생할 때쯤, 나는 망치를 꺼내 들어 그 도자기를 깨부술 작정이다. 일단 도자기를 완성하고 나면 모래와 물을 길어와 점토를 만들고 방을 어지럽히는 번잡스러운 짓은 더 이상 안 해도 되니까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경직된 시각을 갖고 나면, 생각의 틀에 스스로를 가두고 나면, 더 이상 아무런 의문도 사유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 이 도자기를 빚는 것은 이 어지러운 방을 말끔히 정리하고, 새롭게 어지럽히기 위함에 불과하다. 창조는 파괴를 위함이며, 그 파괴는 다시금 창조를 낳고, 그 과정에서 나는 소소하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