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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Lee Speaking Oct 08. 2024

약속, 사랑, 회사

#1. 약속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긍정적인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막상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긍정적인 성격은 농담이고 사실 기억을 잘 못하는 탓이다. 방금 하나 떠올랐다. 욕심에 눈이 멀어보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생생하게 체험하고자 비싼 수강료를 지불한 것. 


아무튼 그것 말고는 딱히 없는 줄 알았는데, 나는 생에서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게 요즘엔 후회로 다가온다. 인내와 끈기는 다른 거였다. 이민 생활, 학업과 취업, 직장인의 삶에서 오는 자잘한 스트레스들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은 써먹을 만한 수준이었지만, 인내심의 그릇이 크다고 한들 그걸 가득 채우고 있는 게 스트레스라면 더한 독이 되리라. 


끈덕지게 버티는 인내의 시간 속에서 나는 고통을 핑계로 많은 것들을 포기해 왔다. 나와 모든 순간을 함께 겪어온 나 자신에게 너무 모질게 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어쨌거나 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오면 늘 편하고 익숙한 길, 안전한 길을 선택해 왔다. 나는 버티면서도 포기하는 삶을 살아왔다. 끈기를 키워보자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되뇜은 자신과의 약속이라기보다도 편안함이라는 미끄럼틀에 올라타기에 앞서 거추장스러운 부끄러움을 벗어던질 때 외우는 마법의 주문에 불과했다.


나는 자신과 약속을 적이 없었고, 따라서 약속의 무게를 적이 없었음에도, 맹세라는 단어를 잘도 입에 담고 다녔다. 진심이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솔직해지고 난 후 읊조리는 약속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이걸 알고 나니, 그동안 나와 약속을 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사죄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2. 사랑

모처럼 여행을 나왔고, 일어난 지 삼십 분.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너는 아직 꿈나라.

쵸바니(Chobani) 먹고 싶어, 자는 네 귓가에

꼼지락 거리며 옹알이는 것, 그게 사랑이고

그 마음 듣는 귀를 가졌음에, 고마울 따름


#3. 회사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에게 주유소 할인 혜택을 준다. 나는 그래서 우리 회사 주유소만 간다. 그런데 내 꿈대로 직장인을 졸업하고 나면, 그때도 '전 회사' 주유소를 찾아갈까? 또 다른 최저가를 찾아다니지는 않을까? 학교 생활이 즐거웠다면 졸업 후에도 그 근처를 지날 때 좋은 기분이 든다. 전 회사 주유소를 지나갈 때도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내일부터 회사에서 좀 웃어야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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