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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Lee Speaking Jan 24. 2024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1

처음으로 세상을 조우한 어린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결코 익숙하지도, 뻔하지도, 당연하지도 않았다. 아이는 세상을 탐험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했기에, 어른의 눈에 사소해 보이는 것조차 아이의 눈에는 ‘앎’이라는 신선한 전율로 다가왔다. '사소한 일’이라는 개념이 애초에 아이의 세계에 없었던 것이다. 어제와 같은 공간이란 없었고, 어제와 같은 경험도 없었다. 매 순간은 새로웠고, 세계는 변화로 가득했으며, 모든 것이 변한다는 이 사실이야 말로 세계를 가능성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씨앗이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는 끝없이 그 형태를 바꿔가며 꿈틀대는 역동적 생명력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언어를 배우기 전까지, 아이가 바라본 세계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엄마도, 꽃도, 나비도, 볕 좋은 오후의 한가한 따스함도. 아이는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고, 그것을 무엇이라고 칭해야 한다는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꽃은, 나비는, 그저 그대로 그곳에 존재할 뿐이었고, 그것으로 전부였다. 아이는 세계에 이름표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축복의 눈을 간직했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세계를 존재의 차원에서 관념의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박제’의 행위는 아이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는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관념의 세계로, 사람의 세계로 초대되었다. 아이는 꽃을 꽃이라 분류하기 시작했고, 이내 매 순간 무한한 깊이를 뽐내던 꽃의 아름다움은 관념 세계에 무채색의 이름표로 박제되어 그 빛을 상실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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