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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향기

by 경애

어디선가 진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확 끼쳐왔다. 나도 모르게 발길을 돌렸다. 아파트 화단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톱에 잘린 나뭇가지와 가지를 잘라낸 부위에서 신선한 향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숲의 향기였다. 주변을 서성이며 그 싱그러움을 한껏 들이켰다. 그리고 그 향기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어져 나의 발길을 끌었다.

생각해 보면 잘린 가지는 생명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끝에서 이렇게 싱그러운 향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우리의 삶의 끝도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냥 부러웠다.


교황님의 선종소식을 들었다. 어려운 사람의 삶을 살피며 살았던 교황님이었기에 돌아가신 후 교황님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회자되었다. 그 삶이 남긴 향기에 나의 마음도 오랫동안 훈훈했다.


친구에게 이러한 나의 마음을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너도 이런 향기를 남길 수 있을 거야. 너의 삶의 끝에서 가족들이, 지인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너도 향기롭게 피어날 수 있을 거야.'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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