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 아우구스타 거리는 잠시 우리 동네다.
아침에 일어나서 딸아이와 테주강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직 일상이 시작되지 않은 한적한 아우구스타 거리를 걸으며 호텔을 메인 거리에 잡은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아우구스타 거리는 우리 동네다.
아우구스타 거리 끝의 개선문을 통과하면 큰 광장을 지나 바로 테주강을 만날 수 있다.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큰 테주강변에 많은 사람이 달리고 있다. 우리에게 여행지인 이곳은 리스본 사람들의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딸아이도 내일은 테주강 러닝에 도전해 보겠단다.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돌아오는 길에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크루아상을 곁들여 커피를 마셨다. 눈앞의 거리뷰가 아름다워 순간순간 마음이 설렌다.
딸아이가 본격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해물밥이다. 호텔에서 불과 3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우마’는 다국적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유명한 집이라 대기를 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실감난다. 본 요리도 유명하지만 식사 전에 먹는 빵도 유명하단다. 특히 빵에 곁들이는 소스(?)를 다양하게 준비하여 빵도 요리처럼 느끼게 한다. 커다란 냄비에 나오는 해물밥은 우리나라 음식인 듯 맛도 모습도 정겹다. 리스본도 바르셀로나만큼이나 해물요리가 많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둘 – 아센도르 타고 알칸트라 전망대로
점심을 먹고 알칸트라 전망대로 향했다. 8개의 언덕이 있다는 리스본에는 유명한 전망대가 많다. 그리고 그 언덕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아센도르도 명물이다. 리스본에는 아센도르가 세 개 있다. 아센도르 글로리아, 아센도르 비카, 아센도르 라브라. 아센도르는 작고 예쁜 트램이다. 가파른 언덕길에 마련된 아센도르 철길은 아기자기 운치 있다.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많이 찾는단다. 오늘 우리는 아센도르 글로리아를 타고 알칸트라 전망대에 올랐다. 리스본은 도시가 크지 않아서 주로 걸어 다닐 예정이었기에 15유로 정도의 교통 티켓을 끊어 놓았는데 그것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아센도르는 골목사이의 언덕을 천천히 올라간다.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다. 언덕을 오를수록 길게 따라오는 철길이 운치 있다.
아센도르에서 내려 전망대로 가는 길, 환하게 비치는 햇살만큼이나 사람들이 많다. 전망대에는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도 있고, 야외카페도 있어서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난다. 언뜻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 생각난다. 그러나 내려다 보이는 도시는 다르다. 붉은 지붕에 하얀 햇살이 부서지는 모습이 눈부시다. 햇살은 강까지 이어져 테주강에서 파랗게 반짝이고 있다.
전망대 한편에 있는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딸아이가 좋아한다는 사람관찰에 나도 함께 한다. 광장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공원의 풍경이 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 사이로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셋 – 외국여행에서는 작은 것도 크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자르딤 공원, 딸아이가 가장 기대하는 공원이란다. 알칸트라 전망대를 마주 보는 곳이다. 그리 크지 않은 공원은 나무와 벤치와 잔디밭이 어우러져 아주 예쁜 풍경을 갖고 있다. 햇살을 받아 초록초록 빛나는 공원의 색깔이 예사롭지 않은데, 공원 아래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이곳에서 내 심장은 수시로 설렌다.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 오후는 경치도 보고, 책도 읽고 하면서 공원을 느끼자고 하면서 딸아이가 귀에 이어폰을 꽂아 준다. 평화롭다.
사람 구경도 할 겸 사진도 찍을 겸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핸드폰 충전이 되지 않는다며 딸아이가 한걱정을 하고 있다. 리스본의 애플 매장도 검색해보는데 쉽게 보이지 않는단다. 핸드폰에 의지하여하는 여행이니 고장이면 정말 큰일이다. 불안한 마음에 일찍 자리를 걷었다. 보조배터리의 문제일 수 있으니 호텔로 돌아가서 충전해 보기로 했다. 고장이 아니길. 제발.
호텔로 가는 길에 이른 저녁으로 우육탕면을 먹었다. 나는 여기까지 와서 굳이 중식을 먹을 필요가 있나 싶은데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음식 체험도 중요한 듯싶다. 한국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꽤나 많이 언급이 되고 있단다. 그렇담 우리도 먹어봐야지, 끼니도 여유 있으니.
호텔로 돌아와 충전기에 꽂으니 다행히 충전이 되었다. 막막했던 마음이 걷히며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생각보다 더 불안했나 보다. 외국에 나오면, 멀리 떠나오면 늘 긴장하며 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넷 – 자유여행이 좋아
오늘 저녁도 일몰을 포기할 수는 없지. 세뇨라 전망대로 향했다. 세뇨라 전망대로 가는 길에 산타루치아 전망대가 먼저 나타난다. 전망대마다 위치와 방향이 다르니 각기 다른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산타루치아 전망대는 테주강에 인접해 있어서 강과 건물이 어우러진 인상적인 풍경을 보여 준다.
산타루치아 전망대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간 곳에 세뇨라 전망대가 있다. 무료이면서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그런가 사람이 아주 많았다. 전망대 한편에서는 밴드공연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번화한 여행지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노을을 볼 수 있는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아 공원을 살펴보고 있는데 여태껏 보지 못했던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지켜보고 있는데 해지기도 전에 바쁘게 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간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냥 내려가는 그들을 보며 괜히 내가 아쉽다. 패키지여행을 다니면서 늘 느꼈던 갈증이 생각나 딸아이와 함께 하는 이 자유여행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딸 패키지여행이라 표현하기도 했지만...... 이 좋은 순간을 만끽하려 노을이 깊어질 때까지,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전망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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