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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야 Mar 04. 2024

세계관은 "Grit"이다. WONKA

EXIT 16


“그래서 세계관이 뭔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작품 속 세계관 구축이다. 

세계관이 분명하지 않은 작품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기획, 편성, 제작, 방영까지 전 단계에 걸쳐 세계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세계관이 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 내 분명하게 녹아 있지 않다면 

작품은 빛을 보기도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린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세계관 worldview"은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틀“ 혹은

 게임으로 치면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일컫는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세계관의 시작은 인물, 캐릭터 구축이다,

어떠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 유년시절을 거쳐 현재 시점까지 존재하느냐, 

그리고 그 인물은 어떤 시련을 겪고 무엇이 강력한 동기가 되어 현재의 목표를 향해 가게 하는가. 

그것이 세계관 구축의 시작점이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도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프 융은 유년기에 집착한다. 

구강기, 항문기 등 유년기의 발달단계에서 형성된 심리적 기반이 평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형제관계에서 비롯된 가정환경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회적 배경이다.

 인물이 살아가는 시대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당시 사회상은 어떠했는지에 따라 캐릭터의 갈 길은 달라진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이나 정치적, 사회적 핍박이 심했던 시대에 존재한 캐릭터는

 시대의 결핍과 저항 속에서 좌절하거나 그것을 극복해 내는 캐릭터로 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다. 

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공간이 판타지 세계나 실존 역사 공간이냐에 따라 

표현과 고증 방식 또한 개성적 세계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 출처: 영화 웡카 포스터>


영화 웡카가 흥행하고 있다.

“웡카”는 로알드 달의 1964년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원작으로

서브 주인공 윌리 웡카에 관한 영화다. 

원작 소설은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게 된 가난한 소년 찰리 버켓이 주인공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초콜릿을 만드는 비밀스러운 “웡카의 공장”. 

어느 날 공장 오너인 윌리 웡카는 이벤트를 연다. 

그는 초콜릿 포장지 안에 황금티켓을 숨기고

 이를 찾은 전 세계 단 5명의 아이만을 자신의 공장으로 초청한다. 

먹보 소년 아우구스투스, 부잣집 딸 버루카, 

전자기기에 중독된 마이크, 껌 씹기 대회 챔피언 바이올렛,

그리고 가난한 소년 찰리가 이벤트에 당첨됐다. 


“찰리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거대한 초콜릿 강, 폭포, 엄청나게 큰 유리 파이프, 박하 향 설탕 초원, 

움파룸파 사람들, 아름다운 분홍빛 사탕배, 무엇보다도 윌리 웡카라는 사람, 

지금까지 본 모든 것이 너무나 놀라워서 더 이상 놀랄 일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또 무엇을 보게 될까?” 



소년 찰리에겐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지상낙원이었다.

가난해 늘 허기진 찰리에게 초콜릿 공장 방문은 달콤한 희망이며 위로이다. 

힘든 삶을 살아온 찰리는 다가온 행운의 기회 속에서도

 한 조각의 초콜릿에 만족하고 나머지를 가족에게 양보한다.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가족을 사랑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중요시 여기는 찰리 캐릭터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종종 잊어버리는 어른들을 일깨운다.

반면 소설 속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은 예의 없고 식탐이 많다. 

그들의 부모 또한 돈과 탐욕뿐인 인물들로 

그런 부모 밑에선 큰 아이들과 부모는 로알드 알의 풍자 대상이다.

 욕망만 있는 아이들은 윌리 웡카의 공장에서 각자의 벌을 받고, 

네 분의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난하고 착한 찰리는 

결국 마지막까지 생존해 윌리 웡카에게 선물을 받는다. 


로알드 달의 소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부는 부를 낳고 가난을 대물림되며, 

인성보다 자본주의가 앞선 시대의 교육에서 아이들은 엇나간다는 것,

그것에 대한 응징과 권선징악적 전개를 통해 로알드 달은 세상을 풍자한다. 

단순히 기발한 상상력으로만 평가되는 소설이 아닌, 

욕망과 불합리한 폭력에 대한 풍자를 보여주는 소설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세계관이다.


<사진 출처: 영화 웡카>


“웡카”는 영화와 소설에서 구현된 괴짜스러운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니 뎁이 주연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과 진 와일더가 연기한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의 프리퀄 버전으로,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는

진 와일더의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의 세계관과 조금 더 맞닿아 있다.

웡카의 감독을 맡은 폴 킹 감독 역시 1971년 영화를 오마주 했다고 직접 밝히며

 영화 속 곳곳에 진 와일더 버전의 웡카 영화의 장면과 캐릭터, 대사 등을 오마주 했다. 

과거 영화에서 웡카가 이미 중년이 되어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웡카>는 성인이 되기 전 윌리 웡카가 엄마와 함께 성장한 유년시절부터

 초콜릿 공장을 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청년 시절까지의 이야기다. 

과거 영화에서 보여줬던 괴짜스러운 중년 웡카가 청년 시절에는 사랑스럽고 순수했으며 

그의 초콜릿에 대한 꿈은 어떻게 시작됐는가를 풀어감으로

 영화는 중년 웡카의 청년 시절 서사를 만들어간다.



영화 “웡카”는 꿈에 관한 영화이다. 

자신이 가진 꿈이 명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면 그 꿈은 분명 이루어진다는 것. 

온 우주가 나의 꿈을 응원해 준다는 것. 그것이 웡카의 세계관이다. 

웡카는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 준 초콜릿 맛을 잊지 못한다.

 엄마의 마지막 초콜릿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엄마를 그리워하고,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사람들에게 파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역경을 이겨낸다.


 “세상에 모든 좋은 것들은 꿈에서 시작하지. 그러니 네 꿈을 간직하렴.” 

웡카란 인물의 서사는 엄마의 말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웡카의 꿈을 만들어준 스승이자 친구, 강력한 웡카의 원동력의 존재인 것이다. 

엄마는 엄마표 초콜릿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은 채 웡카를 떠났지만

 영화 말미 웡카는 엄마의 마지막 초콜릿을 꺼내며 그 비밀을 알게 된다. 


“The secret is.. it's not the chocolate that matters.

 It's the people you share it with."

 초콜릿의 비밀은 말이야, 사실 초콜릿이 문제가 아니라,

초콜릿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중요한 거란다.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온 웡카는

 자신을 괴롭히는 달콤 백화점의 카르텔과 하숙집 주인 등의 방해에도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어린 소녀 누들과 하숙집 근로자들을 만나 함께 하며 시련을 이겨낸다.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포기한다면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결국 사람을 택한 윌리 웡카는 엄마표 비밀을 알지 못했어도

 이미 사람들과 시련 속에 성장한 “엄마가 가르쳐주고 싶었던” 

비밀을 넘어선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영화는 웡카의 성장과 권선징악적 전개를 통해 따뜻한 감동과 호응을 이끌어낸다. 



영화의 도입부는 웡카가 안갯속에서 배를 타고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안개가 걷히면서 베일에 쌓여 있던 웡카의 청년시절 서막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카메라 워크로 “달콤 백화점”이 입점한 광장에 입성한 웡카는

 자신이 만든 환상적인 초콜릿을 그곳에서 팔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뮤지컬 영화 형식으로 노래와 화려한 춤으로 웡카의 꿈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면

다음은 이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한 시련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 웡카는 마지막 남은 동전 하나를 하수구에 떨어트린다. 

여기서 떨어뜨린 웡카의 동전이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속 가난한 소년 찰리가 

하수구에서 줍는 동전과 연결되게끔 하수구의 모양도 같게 만든 감독의 오마주의 디테일로 인해

두 영화의 세계관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원작에서 표현된 초콜릿이 흐르는 강과 하늘을 날게 하는 초콜릿, 

권선징악적 전개,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해 주는 초콜릿의 상징 등은

소설과 영화 속에서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함을 암시하고 있다.


웡카의 공간과 미술에 관한 세계관 또한 재미있다.

웡카는 실제 윌리웡카의 청년 시절인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공간과 시간에 대한 표현은 모호하게 설정해 놨다.

실제 1971년 영화에서도 영어와 독어가 공존하는 판타지 속 어느 나라를 보여줬다면 

웡카 역시 영화에 구현되는 세트와 소품 등이 특정 시대와 나라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 묘미를 보여줬다.

 달콤 백화점이 입점한 광장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오마주 했지만 웡카의 도시는

유럽 최고의 도시로 프랑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건축 양식을 섞어

 판타지속 세계를 구현해 냈다. 

톡톡 튀면서도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배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기발하면서도 실제 같은 느낌을 주는 세트를 구현했다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말처럼

이질적이지 않은 공간과 미술이 웡카의 동화 같은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윌리 웡카의 세계관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표현으로 더욱 맛깔나게 묘사된다.

7년간 배에서 셰프로 일하다 상경한 웡카가 오자마자 빈털터리가 되고, 

하숙집에서 노동 착취를 당할 위기 속에서도 캐릭터를 넘어선 배우 특유의 러블리함과 긍정성으로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않게 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누들이라는 소녀와 함께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과 자신의 꿈인 초콜릿 메이커를 위해 

행복하고 자신 있게 달려가는 과정이 약하지만

 누구보다 강력할 수 있는 인간적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 본인의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달콤한 매력과 함께

 윌리 웡카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희망”을 표현한다. 



<사진 출처: 영화 웡카 포스터>


“당신에게 Grit(그릿)이 있는가?”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 “Grit"에서

 실패, 역경, 슬럼프를 이겨낸 사람들만이 가진 성공의 비결로 그릿이 있는가를 묻는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힘이며 

역경과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Grit"이라고 한다. 

웡카의 세계관엔 철저히 ”Grit"이 존재한다.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 위해 겪는 일련의 실패 과정들. 

사기와 초콜릿 카르텔의 방해, 사업 실패 등 연이은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Grit".

 웡카의 그릿은 엄마의 비밀 메시지였다.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초콜릿의 메시지를 통해 

탐욕이 아닌,사람을 선택하고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웡카의 그릿은 곧 “윌리 웡카”의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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