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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야 Jul 08. 2024

INTO THE NATURE 사진전

NS GALLARY CAFE 앤스갤러리 카페 2024. 7. 9-7.22

작년 한 해 폭풍과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게 됐다. 아이가 아프면서 경주마처럼 달리던 일상에 쉼표를 찍으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한 건 고통의 시간을 견디기 위함이었고, 글쓰기는 꽤나 큰 치유의 힘으로 나를 위로해 줬다. 아이가 퇴원을 하고 아이의 병동 생활을 그린 소설을 출간했고, 내 마음 돌봄을 위해 따기 시작한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종류별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벌린 일들의 일환으로 사진전까지 열게 됐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상의 행복이 찾아왔고 예전이라면 알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함이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다시 돌아온 현장에서 매의 눈으로 지켜봤던 모든 것들이 하나둘씩 감사함에 문득문득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프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이래서 하느님이 오만한 내게 시련을 주신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물론 여전히 익숙해져 버린 일상 속에서 종종 감사함을 잊고 다시 오만함이 쑥쑥 자라나 나도 모르게 흠칫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망각의 동물. 잊는다는 건 때론 감사한 일이기도, 때론 위험한 일이기도 한 것임을 상기한다.


산 타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어느 날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엄두가 안나는 산 정상에서 찍은 운무로 가득 찬 설경의 산. 그리고 이어서 보낸 산 정상에서의 다른 사진들. 산을 태우는 듯 붉은 일출은 황홀했고 산 정상을 흐드러지게 메운 산철쭉은 매혹적이었다. 움직이는 걸 귀찮아했던 친구가 왜 산 정상을 이토록 좋아하게 됐는지 모든 걸 설명해 주는 사진이었다. 술 마시다 문득 친구의 산타령에 설악산 번개를 추진했고 나를 포함 친구 넷은 설악산 여행을 계획했다. 밤패는 게 직업이라 이미 모든 에너지는 젊은 나이에 다 소진해 버린( ㅠ.ㅠ) 나는 솔직히 등산은 전혀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도 야심 차게 북한산을 등반하겠노라 가방 가득 오이와 간식을 챙겨 산을 올랐던 난 결국 약수터도 못 가고 바리바리 싸 온 간식만 다 먹고 내려온 적이 있었다. 배만 불러서..ㅎㅎ 심지어 산에서 뭘 했다고 산 입구 식당에 앉아 동동주에 파전과 메밀묵무침을 시켜 먹으며 행복해하고...


어쨌든 설악산 근처에 숙박을 한 우린 야심 차게 새벽 4시 기상을 했고 호기롭게 산 입구에 들어섰다. 재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온통 껌껌한 새벽 산에 들어선 우린 산길이 며칠 전 눈이 얼음으로 변해 미끄러움을 발견했고 산을 좋아하는 그 친구를 제외한 우린 정말 아쉬운 척하며 겨울 일출 산행을 포기했다. 산 보기를 돌같이 여긴 우리가 산을 그날 탔다면 아마도 누구 하나는 헬기를 타고 내려왔을 거라는 위안을 하며..ㅎㅎ


산을 내려가기 전 새벽을 준비하는 절이 보였다. 어두침침한 새벽, 간간이 보이는 불빛. 반가운 불빛을 따라 찾아간 겨울 새벽 절은 환상적이었다. 중간에 만난 스님도 어둠 속에 신비롭게 빛이 나던 불상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이로움이었다. 새벽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겐 평범하고 익숙한 경험이겠지만 내겐 잊히지 않는 공기와 장면들로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새벽 산"을 타겠다는 결심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던 설악산의 새벽이었다.


산에서는 다람쥐보다 더 빨리 다닌다는 그 친구와 전시회를 같이 열게 됐다. 산만 파는 산악전문가와 사람만 파는 드라마 PD. 전시회의 제목은 "INTO THE NATURE". 순수 그대로의 자연과 함께 하는 그가 보는 객관적 시점의 NATURE. 사람만 파는 드라마 PD가 인간의 관점으로 보게 되는 주관적 시점의 NATURE.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자연을 해석한다면 어떤 의미일까..라는 콘셉트에서 시작된 전시회다. 



https://naver.me/xuiuvalJ  앤스갤러리 카페 


"LOOK DEEP INTO NATURE, AND THEN YOU WILL UNDERSTAND EVERYTHING  BETTER."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PS:

제가 상주하는 사진전은 아니지만 근처 오실 분 있음  구경하시고 가심 좋을 것 같네요.

사진 전시가 아니어도 녹색의 푸르름이 있는 힐링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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