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뜬 순간,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따뜻한 손길과 맑은 눈을 마주쳤을 때, 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나를 놓고 아무 말 없이 뒤돌아 갔고, 나는 목마름을 느꼈다. 한참 후, 그가 다시 다가왔지만, 이번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부르릉 소리를 내며 떠나갔다. 고무바퀴가 바닥을 밀쳐내면서 찢어질 듯한 소리를 냈다. 몸속이 울렁거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런 일은 계속되었다. 다가오는 듯 나를 보고, 무심히 떠났고, 나는 울렁거렸다. 그럴 때마다 타는 듯한 고무 냄새와 매캐하고 뜨거운 바람이 내 몸속으로 녹아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엄마, 저기, 콜라, 콜라…”
“소라야, 안 돼. 저런 건 만지는 거 아니야!”
아이가 나를 잡으려는 순간, 여자가 아이의 손을 때리며 소리쳤다. 뒤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누가 커피를 저기다가 버리고 갔네. 쯧쯧.”
“여보, 당신이 한 짓은 아니지? 소라야, 저런 거 절대 먹으면 안 돼. 알았지?”
그는 아이를 번쩍 들고 멀어졌지만, 아이는 아빠 어깨 너머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콜라”를 외쳤다.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을까? 고무 타는 냄새가 날 때마다,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할 뿐, 지금이 낯인지 밤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보일 때와 아예 보이지 않을 때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을 뿐. ‘잠이 오면 밤이겠지, 눈을 뜨면 아침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고 있지만, 이제는 잠도 믿을 수가 없다.
이번에 눈을 뜰 때는 섬광과 함께 뜨거운 불길을 느꼈다. 그것이 내 몸속으로 떨어져 타들어 가는 순간, 희뿌연 연기가 몸 밖으로 솟아올랐다.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아니, 담배를 왜 거기다 버려?”
“어때. 저걸 여기 놔둔 사람도 있는데….”
오늘도 내 몸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계속 채워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담배라고 했고, 누군가는 휴지라고 했고, 누군가는 쓰레기라고 했다. 내 몸속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감각도, 의식도 무뎌지고 흐려진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나 다시 돌아가고 싶어. 다시 태어나고 싶어. 눈이 감긴다. 나는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