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림의 생각스케치
전날 밤 구름이 없었다면 온 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겠지만, 여름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은 시샘하듯 별들을 가려버렸다. 그런 그들이 사람들의 원망을 달래려 했는지 문을 열어 직녀성을 보여주었다. 모든 별을 가린 부드러운 솜털 카펫 위에서 직녀가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는 듯하였다.
오늘 오전에 인터넷에서 소문이 자자한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웅장한 규모와 그곳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수에 놀랐고, 탁 트인 창가 앞에 펼쳐진 푸르른 바다에 두 번 놀랐다. 지치지 않고 구워져 나오는 빵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커피 맛은 아름다웠다. 무엇하나 빠진 게 없는 곳이니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하다.
하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은 뻥 뚫린 구멍을 느꼈다.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는데, 그 모든 게 나를 외면하고 있는 듯했다. 한때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있다. 각자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기도 어렵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누구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우두커니 그들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나. 갑자기 중학교 때 어머니께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다 해주는데, 쟤는 뭐가 부족해서 저러냐?” 글쎄, 그때 나는 뭐가 부족했을까?
점심을 먹고 우연히 발견한 북카페에 들렸다. 복층으로 되어 있는 그곳은 널찍한 구조로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모든 장면이 들어오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누군가 그곳에 사람 인형을 만들어 배치해 놓은 듯, 이곳저곳 띄엄띄엄 앉아있는 사람들은 말없이 각자의 모습으로 여유를 즐기는 듯했다. 어떤 사람은 구부정하게, 어떤 사람은 고개를 젖히고, 어떤 사람은 다리를 꼬고, 어떤 사람은 삐딱하게……. 계단을 올라가 위층을 어슬렁거리다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래에 노란 옷의 아이가 보인다. 무릎을 구부리고, 손가락으로 뭔가를 만지며 바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뭘까? 아이는 돌멩이 두 개를 손가락으로 튀기며 카펫 위를 천천히 천천히 맴돌고 있다. 아…. 푸른 카펫 위에 빛나는 노란 별! 어젯밤 솜털 위에서 춤추던 직녀성을 여기서 또다시 본다.
구멍 뚫린 마음에 아이가 들어왔다. 저녁 늦게 해진 줄 모르고, 친구들 모두 떠난 공터에 혼자 남아 구슬 놀이를 하던 내 모습. 저 멀리 어디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태 여기서 뭘 하고 있어? 집에 가서 밥 먹자.” 아, 그래… 집에 가서 밥 먹어야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