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 강습을 받는 첫날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오늘은 양천구체육회에서 운영하는 파크골프 강습 첫날이다. 운이 좋게도 계획하고 있는 수강생 120명 안에 선정되어 강습을 받게 된 것이다. 120명을 강습자로 선정을 받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전쟁터에 참여해야 한다. 시작 후 5분 안에 대부분 마감이 된다. 파크골프가 요즘 실버세대의 대세다. 구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 접근하기가 편안하고 경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무리한 운동이 아니고 3대가 가능한 운동이기도 하다. 접수 전 날, 양천구체육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작성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다음 날,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선착순으로 뽑는 경쟁에서 당당하게 선정되었다. 같이 파크골프를 배우기로 한 동아리 회원과 지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짧은 시간에 마감되기 때문에 타이핑 실력과 순발력이 필요하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야 한다. 나는 운이 좋아 선정되었지만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버거운 일인 건 사실이다. 늙어 간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젊은이들이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는 우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접수 대상자들은 자식이나 손자까지 동원하여 접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골프복장 하고 가야 하는데 그런 옷이 없다. 골프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적당히 운동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나선다. 파크골프채를 배낭에 넣고 강습장으로 가는데 출근하기 위해 스쳐가는 사람들이 의식된다. 누구도 날 유심이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신경이 쓰인다. 이 운동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이트볼, 우드볼,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는 나이가 있는 노인들이 하는 운동으로 생각 때문이다. 왠지 쑥스럽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노인인가? 나는 스스로 답을 한다. 아직은 아니다. 법적으로 정하고 있는 나이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노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미리 시작했다. 건강하다면 최소 80살까지는 가능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으로 구구절절한 내용으로 SNS에 포스팅을 했다. 아는 지인이 게재한 댓글에 ‘무엇을 하면 노인이 아니라 노인처럼 살기에 노인입니다, 뭐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멋진 일이다’라고 칭찬했다.
내가 강습받을 파크골프장은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조그마한 하천을 낀 안양천변이다. 안양천은 백운호수가 발원지이고 조금 흘러가면 한강과 합수된다. 파크골프장에 도착하니 벌써 구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수강생인 듯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전송되었던 메시지를 확인하니 교육 장소가 환경센터란다. 이론 교육이 먼저 있는데 착각한 것이다. 바로 근처에 있어 달려갔다. 파크골프를 배우려고 온 수강생들이 교육장에 가득하다. 그리고 수강생들을 지도해 줄 강사들이 여러분 계셨다. 파크골프를 배우기 위해 오신 분 중에는 안면이 있는 분들도 있다. 현직에 있을 때 퇴직하고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우리 조직을 도와주었던 분들이다. 이 분들과 이제는 같은 퇴직자의 신분이 되어 이 분들과 같이 배우게 되었다.
교육 신청자가 다 왔는지 확인하고 이론 교육을 시작한다. 교육 중에도 나이 드신 분들에게 하는 언어들이 많이 나온다. 다른 회기와 다르게 7월 무더위로 건강을 위해 외부 강습보다는 실내 강습을 많이 하기로 했다는 말, 또는 건강을 위해 그늘에 많이 계셔야 한다는 등 3년 전 현직에 있을 때 내가 어르신들에게 사고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자주 쓰는 표현들이다. 파크골프를 일반 골프와 비교를 많이 한다. 규칙이나 운영방법이 비슷하다. 그래서 골프를 하던 분이 많이 참여한다. 강습을 받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매일 아침 아내와 산책을 할 때 파크골프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 노인만 하는 운동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요즘 참여하는 날은 27홀쯤 골프를 하게 되는데 파란 잔디구장을 만보 이상 걷게 된다. 도심에서 잔디를 걷는 건 또 다른 느낌이 있다.
40~50대에는 재미있게 하던 마라톤을 할 때는 이곳을 달렸고 뚜벅이들과 아내와는 이곳을 걸었다. 참으로 익숙한 곳이다. 이제는 이 공간에서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 그리고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작은 공과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있는 새로운 공간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행복해지려면 좋은 친구, 여행과 같은 자존감이 되는 행위 그리고 물리적 공간과 취미와 같은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행복으로 가는 또 다른 열차에 탑승했고 나는 이 열차에서 오랫동안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이 공간에서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는 날이다.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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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시작하기 전
파크골프경기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