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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하마 Jan 18. 2024

출산율 0.7은 어느 나라 이야기죠?

또 나만 혼자네

30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요즘, 저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싱글이었던 제 나이 또래의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지난 2-3년간 엄마나 아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혼자였던 동료가 누군가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고 걸어 다니는 동안 저는 뭘 하고 살았나 돌아보니, 일과 석사 과정을 병행하느라 나름 바빴네요. 그렇지만 공부하느라 삶의 중요한 부분을 놓친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스스로를 향한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비록 얼마 후 퇴직 예정이지만) 저는 현재 스위스에서 직원 수가 30여 명 남짓한 작은 회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 중 사장님을 비롯한 매니저 급의 5-6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제가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새롭게 엄마 혹은 아빠가 된 동료들이 얼추 세어봐도 10명은 됩니다. 사무실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과연 30대 성인이 맞싶을 정도로 바보 같은 농담을 하며 같이 깔깔대던 친구들이 어느새 부모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느낀 점은 확실히 임신 혹은 출산 이후로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좀 더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요? (한편으로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눌 동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그들을 보면 저는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1.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위에 언급한 동료들 중 대부분이 상대방과 결혼을 하지 않고 파트너십만 유지한 채 지내고 있습니다. 한 동료의 말에 따르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녀 양육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들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결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문제를 피하고 싶다던지, 혹은 서로에 대한 믿음 혹은 각자가 가진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던지... 듣다 보니 공감이 되긴 했습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을 긍정적으로 끈끈하게 잇는 것은 법보다 마음일 테니까요. 아직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있는' 관계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파트너십이라는 관계가 괜찮은 선택지로 보였습니다.  


2. 내가 만들어가는 가족

몇몇 여자 동료들은 계획했던 임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성공적으로 출산을 마치고 아이가 커가는 시간을 함께하는 지금은 무척 행복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과정 동안 많은 고생을 하겠지만 분명 특별한 경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세상에 남이 아닌 오롯이 나의 가족이 생기는 것일 테니까요.


저는 유전될 수 있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고, 임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령(...)이다 보니 언젠가 새 생명을 품게 되더라도 건강한 몸을 주지 못할지도 모르는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가족에게 사랑받고 자란 기억도 없어서 아이에게 잘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2030대에 임신하신 분들이나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을 보면 부러움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마음이 이기적이고 간사하기 그지없죠. 제가 많이 외롭나 봅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3-6개월의 육아 휴직이 이런 욕심을 갖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임신 순번제나 육아 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면 꿈을 꿀 여력도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어차피 곧 한국에 가면 당장 취업부터 문제이니, 행복한 가정과 임신 및 출산은 제겐 못 이룰 꿈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주변인이 아이를 낳는다면 조카를 예뻐해 줄 자신은 있습니다!)




사대주의를 찬양하거나 한국 사회의 현재 정책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만큼 온 것도 많은 분들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니까요. 다만 그 발전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제 다음 세대 친구들에겐 제가 지금 우려하는 부분들이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길 바랍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Aditya Romans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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