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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시캣 Jul 09. 2024

장녀가 쓰는 엄마의 일생 이야기.

(2) 엄마, 지금까지 살아와줘서 고마워.

  때로는 아버지한테 엄마가 조금 심한 말을 들으며 그 모욕감에 눈시울이 붉어졌을 때를 떠올릴 때면, 지금도 두 손이 떨린다. 폭력이나, 심한 폭언이 오간 건 아니었지만, 엄마가 느꼈을 말 못 할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때론, 슬퍼 보였지만, 엄마는, 본능적으로 자녀들을 더 우선시하는 강한 엄마였고, 장녀인 나는 그런 엄마가 했던 행동, 손짓, 말투, 표정을 고스란히 복제해 가는 것 같다. 두 아들들을 기를 때면, 아들들한테 하는 최선의 사랑의 표현이, 곧 내가 엄마에게서 받은 표현력이다. 이 속에는 때론, 슬프면서도 씁쓸한 표정도 담겨있었는데, 나는 딸이었기에, 엄마의 마음을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을 동원하여 엄마의 삶과 마음에 대해 연상하곤 했다.

  "엄마, 지금까지, 힘내서 살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엄마."

  나는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힘을 내 살아와 줬는지를 알기에, 하늘로 간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심장이 뛰고 온기가 남아있는 엄마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었다. 엄마는 꼭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의 삶이 장녀인 내게 특히나 의미하는 바는 컸다. 엄마는 나를 믿어주셨다. 내가 그 믿음, 기대에 부응을 못 했을 때조차 엄마를 나를 신뢰했다. 엄마와 딸 간의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밝게 인생을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엄마가 계셨기에. 엄마가 힘을 내서, 딸인 나의 의견, 생각, 진로나 인생의 방향을 늘 믿어주셨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엄마가, 병이 더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돌아가셨고, 나는 한 동안 갈길을 헤매었다. 엄마이자 아내로서 남편과 두 아이들을 리드해 나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아졌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의 웃는 얼굴도, 슬픈 얼굴도, 나를 응원해 주는 따뜻한 모습들이 다......,

  엄마가 유언처럼 딸인 내게 돌아가시기 5년 전부터 번복해서 해주셨던 말씀이 하나 있다.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이 되어라." 나는 과연 이 엄마의 유언을 지키며 살아나갈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배우자, 자녀가 있어도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관계가 아닌 나 자신의 자아와 최상의 관계를 맺어야만, 건강하게 인간관계를 하고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엄마 없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들에 몸서리쳤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르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따금, 여전히 하늘의 하나님이 야속할 정도로, 엄마가 눈에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지금도, 눈물을 흐리며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울고 슬픔에 함몰되면, 나머지 가족들과 인생을 살아나가지 못한다는 말을 해 주었고, 천국의 엄마가 결코 내가 슬퍼하며 우울해하는 것을 원치 않으리라는 것 또한 맞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최근,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 엄마가 나와 함께 해왔던 삶 속에서 해주었던 조언들을 실천하고 있다. 지혜롭게 행동해라, 쓸데없는 것은 넘어가라 등등, 엄마의 말들은 내 가슴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에. 내가 사랑하는 우리 남편은 여러 면에서 우리 엄마를 닮았다. 수학을 잘하는 것과,  MBTI가 T인 것이 그런 것 같다. 엄마가 그래도, 내가 두 아이들과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룬 것을 보고 돌아가셨는데, 지금껏 많은 인생의 조언들과, 육아 조언들을 주셔서 감사했다.

  엄마는 내 인생에서 여성으로서의 선배셨다. 전업주부셨지만, 엄마는 본인의 인생 속에서 어떻게 딸인 내가 앞으로 살아나갈지와 같은 인생의 숙제에 대한 해답을 언행으로 보여주신 분이셨다. 나는 그래서, 여러 고난, 갈등에 대한 해답을 알게 되었고, 비록 삶은 미리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한 대로 일어나진 않지만, 나는 인생을 어떻게 헤엄쳐나가야 할 지에 대한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엄마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삶에 감사해. 엄마, 엄마의 인생을 나는 감사히 여겨. 이 세상에서 엄마는, 정말 의미가 큰 사람이야. 엄마의 일생은 결코 헛되지 않아.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 "한 알의 밀알이, 씨가 되어, 몇 백배, 몇 천배, 몇 만 배의 결실을 이루게 되었다." 이 성경에 나온 천국의 비유와 같이, 이 세상에서도 나의 친정엄마가 뿌리고 간 사랑의 씨앗이 딸인 나와, 손주인 나의 아들들을 통해 대대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엄마의 삶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딸로서 나는, 이 의무를 다하러 오늘도 바삐 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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