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공부] 02 데모곡 1절 가사 작성하기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음악을 작곡할 때마다 작사 부분은 아얘 손을 대지 못했다. 저작권 없는 오래된 가사를 가져오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예전엔 글이라는 것을 쓰는 것 자체에 엄두를 못 냈다. 뭔가 '내가 감히 글을? 시를? 가사를? 어휴 말도 안 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다.
나는 이 분야에서는 나름 경력직이다. 딱히 알려진 업적은 없지만 밤을 새 가며 음악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과감히 기초 부분을 패스해 버리기로 했다. 가사 까짓 거 일단 써보지 뭐. 가사가 좀 오글거린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오늘 할 공부는 1절 쓰기다. 아무 가사나 의식의 흐름대로 일단 음절에 맞춰서 써보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데모곡을 듣고, 오선지에다 선율을 따서 악보를 적은 뒤 가사를 붙인다. 주제는 자유주제라고 했으니 일단 무난하게 사랑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처음 생각한 주제는 '이별을 통해 발견한 나의 모습'이었다.
<가사 스케치 1>
(1)-(1') 늘 하던 데로 인사함
(2)-(3)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음
[A파트]
(1) 오늘도 나를 보고 웃던 너
(1') 내 눈에 비친 너의 눈동자
(2) 손을 잡고 인사하던
(3) 그날 너의 모습이 기억나
가사를 쓰다 보니 아, 왠지 이건 이별보단 사별이 어울리겠다. 평범한 날에 평범한 인사로 헤어졌지만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는 사별이야기. 여기서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기 전에 오늘 '너'의 모습과 너와 나눈 인사를 떠올린다. 의학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점점 내용이 산으로 가는 듯하지만 그래도 계속해본다. 노래를 부르며 가사를 만들다 보니 이건 연인이 아니라 가족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 가사 속의 '나'는 아빠, '너'는 딸이 어울리겠네. 하다 보니 가족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B파트]
(4) 눈을 감은 채로 떠올린
(4') 너의 모습이 나를 내 마음을
(4'') 아프게 하네 너를 내가 없는 세상에서
(소강) 널 두고 떠나기 두려워
내용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음절에 가사를 넣어 본 것에 의미를 두고 음원에 맞춰 불러본다.
적당히 빠르고 밝은(?) 멜로디에 비해 가사 내용이 무겁다. 이런 내용은 자우림의 <샤이닝>이나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 같은 좀 더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무게 있는 선율과 편곡이 어울린다. 연습이니깐 별로여도 괜찮다.
오늘은 여기까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