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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지식은 110점, 조직관리는 10점인 팀장

이상한 나라의 팀장 35, 팀장이 본 이상한 팀장 이야기.

조직 내에서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 이번에 팀장으로 승진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인사 쪽에서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며 수차례 반려 및 재검토를 요청하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담당임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결국은 확정이 되었습니다.



해당 업무에 대해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팀장이 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정확한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팀장의 역할보다는 여전히 실무자 수준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어느 날 들리는 소문에 이번에 승진한 A 팀장의 별명이 '○튜브 팀장'이라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모든 정보를 ○튜브를 통해 얻으며, 팀원들의 답변보다는 ○튜브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회사에서도 ○튜브를 보지만, 퇴근 후 집에서도 꾸준히 정보를 습득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튜브는 검색할 때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 중 2위라고 합니다.
1위는 네이버, 3위가 구글이라고 하니 많이 변하기는 했네요.


번아웃

얼마 후 '○튜브 팀장'의 팀으로 경력직 직원이 채용되었습니다.

이 직원에게 부여된 업무는 '글로벌 기술 상담 업무'로, 전 세계 대리점에서 우리 제품 사용 중 발생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고 대응해 주는 것입니다.


이 경력직 직원은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고 있어 간단한 것은 본인이 직접 처리하고, 복잡하거나 어려운 사항은 연구소나 품질 등 관련 부문의 협조를 받아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업무를 처리해도, 밀려 들어오는 문의 사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평일 늦게까지 처리하고, 주말에 나와 처리하여도 계속 쌓여만 가는 업무에 서서히 번아웃 상태가 되어 갔습니다. 이런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결국 폭발하게 됩니다.


온 사방에 입사한 지 6개월도 안된 경력 사원이 힘들어서 퇴사한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어찌 된 사정인지 물어보니 "업무량이 너무 과도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라고 하네요.


아까운 친구여서 비슷한 기술 업무를 하고 있는 저희 팀으로 오라고 설득하였지만, 이미 회사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며 결국 퇴사를 선택하였습니다.


퇴사 후 들리는 소문에 "본인은 염전 노예와 같이 살았다"라고 했답니다.


지속적 괴롭힘

강한 성격의 임원이 있었습니다. 절대 좋은 뜻은 아닙니다.

어찌나 유명하던지 해외 법인에 근무하는 현지인들도 "Strong Man"이라면 알 정도였습니다.


이 임원도 기술적인 배경이 탄탄한 분이라, 신입사원이나 어설픈 실력을 갖고 있는 직원일 경우 괴롭힘의 대상이 됩니다. 간단한 내용을 설명하는 중에도 이 임원의 질문에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설령 한 번의 답변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어지는 추가 질문이나 깊은 수준의 질문에는 여지없이 당하곤 합니다.


그런데 ○튜브 팀장의 팀원 중 한 명이 이 임원에게 찍히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조그만 실수조차도 전체 직원 앞에서 공개적 망신을 당하고, 팀장 회의 중 불려 들어와 잘못한 것을 요목조목 지적당하며 꾸중을 듣기 일 수였습니다.


결국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직원은, 어느 날 경쟁사로 이직하고 말았지요.


팀장의 역할

연달아 두 명의 퇴직자가 발생하는 동안, 팀장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늘 자신이 좋아하는 ○튜브로 정보를 얻어 기술적인 역량을 향상하는데 노력했지, 직원들이 처한 현실과 그로 인한 어려움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여전히 실무자의 위치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튜브 팀장의 생각은 '퇴직한 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하여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지만, 최소한 팀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찾지 않은 것은 잘못입니다.


혼자서 힘들게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는 '업무 우선순위 제시', '업무량 조절 또는 분장', '초과 업무 시간에 대한 보상', '격려와 칭찬' 등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담당 임원에게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본인의 풍부한 지식의 전수', '임원으로부터의 직접 공격을 중간에서 완충', '필요시 대신하여 설명' 등과 같은 방패막이되어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두 명의 유능한 인재가 유출된 것입니다.


팀장의 역할?

인터넷에서 찾아본 팀장의 역할이네요.


☆ 팀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업무 목표와 방향의 설정.

☆ 목표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의 역량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능력.

☆ 팀원 개인의 역량을 고려한 목표의 설정 및 성과 관리.

☆ 팀 내 비효율적 프로세스의 개선, 팀원 간 시너지 효과 창출.

☆ 팀원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코칭과 적절한 피드백 제공.

☆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을 통해 팀 분위기 개선.

☆ 팀원에게 필요한 권한의 위임을 통해 주도적 업무 수행 지원.

☆ 회사의 경영방침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팀에 내재화되도록 지속적 교육과 관리.

☆ 관련팀과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원활한 업무 수행 지원.

☆ 문제 사항에 대한 신속한 해결 방안 제시 및 결정 사항에 대한 책임 등...



이건 제가 9년 간 팀장과 실장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팀장 또는 실장의 역할입니다.


♪ 조직을 안정적이고 유기체와 같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조직의 발전을 위해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여야 합니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 목표한 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시를 하여야 합니다.

♪ 따라오지 못하는 조직원은 코칭과 멘토링을 통해 끌고 가야 합니다.

♪ 수립된 높은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무능하다는 평가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잘한 일을 보고함으로써 조직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 잘못한 일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혹여나 잘못될 것이 없는지 항상 이중 삼중의 검토를 통해 문제를 예방하여야 합니다.

♪ 남보다 일찍 출근하여 사전에 검토하고, 남보다 늦게 퇴근하며 최종 확인을 합니다.

♪ 퇴근 후에도 미진하거나 부족한 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고자 고민합니다.

♪ 다양한 생각과 성향을 갖고 있는 조직원을 하나로 뭉치게 하여 시너지를 창출하여야 합니다.

♪ 적극적인 코칭을 통해 조직원의 역량 향상을 지원하여야 합니다.

♪ 조직원 간의 다른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과 반목을 예방하거나, 봉합하고 치유하여야 합니다.

♪ 서로 다른 이야기를 잘 걸러 듣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 집중과 선택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조직원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항상 조직 내 아웃사이더, 훼방꾼, 아첨꾼, 모략꾼, 방관자 등과 일을 해야 합니다.

♪ 듣기 싫은 말과 불만도 들어줘야 하고, 내키지 않아도 다독여주는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 마음에도 없는 '경청'과 '솔선수범'의 미덕을 발휘해야 합니다.

♪ 영화 'We were solders'를 보며 현실과 다른 리더십을 배웁니다.

♪ 항상 동료 또는 부하직원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여야 합니다.

♪ 나쁜 평가를 받으면 인사로부터 경고를 받고 심하면 면직될 수도 있습니다.

♪ 주말에는 사내정치(Office Politics)를 위해 가정을 등한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팀이 모여 실이 되고, 실이 모여 본부가 되고, 본부가 모여 회사가 됩니다.

이렇게 회사 내 최소 단위 조직이 팀이고, 팀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바로 팀 리더인 팀장입니다.


팀장은 팀원 한 명 한 명이 회사의 소중한 자원이자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것들이 모여, 회사의 성과가 되고 곧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팀장일지라도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고 운영하지 못한다면 팀장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튜버 팀장'은 얼마 후 면직되어 다시 팀원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오히려 회사나 개인 입장에서는 더 잘 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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