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째 '강풍의 언덕' 같네요. by 종이인형.
오랜만의 가족여행지로 멀디 먼 거제가 선정되었습니다.
모처럼 멋진 풍광과 고급스러운 시설을 자랑(?)하는 '한화 르 씨엘(le ciel, 프랑스어로 '하늘'이라고 하네요.) 리조트'에 묵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가본 리조트 중에서 경치는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르 씨엘에서 바라본 전경인데 멀리 보이는 다리가 거가대교(가덕도와 죽도, 저도를 거쳐 거제도를 잇는 교량터널로, 총길이는 사장교와 침매터널 포함하여 8.2km에 달합니다)이네요.
하늘과 구름, 바다가 아름답게 어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긴 운전(7시간)으로 피곤한 몸을 하루 쉬게 하고 2일째 되는 날, 거제의 유명 스폿 중 하나인 바람의 언덕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9월 29일.
일요일 오전인데 길도 한가하고, 날씨도 너무 좋고, 운전하는 틈틈이 창밖으로 보이는 바닷가 풍경 역시 정말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운전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는 몰랐고, 다음 일정인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운행에 지장을 줄지도 몰랐습니다.
보고 느끼는 것으로 만으로도 정말 좋은 곳이지만, 그래도 '바람의 언덕'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관련된 정보를 넣어 봅니다. 거제문화관광 사이트
간단하게 요약정리를 하자면,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 마을의 북쪽에 자리 잡은 나지막한 언덕이 바로 '바람의 언덕'입니다. 원래는 띠가 덮인 언덕이라는 뜻으로 '띠밭 늘'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2002년부터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어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2009년 5월에 KBS 2TV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이 촬영되었던 곳이며 한때 네티즌이 뽑은 '가고 싶은 여행지'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현재 거제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며, 인근에 '신선대'와 '거재해금강'이 위치해 있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거제의 대표 필수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주차장이 여러 군데 분산되어 있기도 하고 유료주차장 간판도 보이고, 무료인지 유료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다소 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어디에 주차를 할지 잠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다행히 한자리가 보여 주차를 했습니다. 좀 기다리면 자리가 나기는 합니다.
주차 후 잠시 화장실을 들른 후 계단으로 연결된 숲길을 따라 오르니 바로 앞에 파란 바다와 함께 바람의 언덕이 보입니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계단으로 되어 있기는 한데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 들은 다소 힘겨워하시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앞서 가시면 잠시 기다리시거나, 양해를 구하고 먼저 올라가셔도 되지만 바쁜 일정이 아니시면 묵묵히 뒤 따르며 천천히 구경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좀 있으면 길이 넓어져요.
바람의 언덕을 오르면 삼면이 탁 트인 바다가 보입니다. 저희가 간 날은 너무나 화창해서 대충 찍어도 이 정도입니다. 파란빛 하늘, 흰빛 구름, 풀빛 숲, 쪽빛 바다,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풍경입니다.
바람의 언덕에는 네덜란드 풍차를 연상시키는 풍차 하나가 서 있는데,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찍는 것도 좋지만 맑디 맑은 푸른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찍는 것도 제법 멋이 있네요.
풍차를 뒤로 하고 내려오면 아래와 같은 풍경이 보입니다. 그냥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멀리 보이는 짙푸른 바다에 하얀 포말이 보이시지요. 바람이 제법 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인지, 요즘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바람에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휘청휘청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서 망정이지 추웠다면 꽤 고생스러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데크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여기가 바람의 언덕이야? 난 '강풍의 언덕' 같은데!"
맞네요! '강풍의 언덕'. 이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순우리말로 '센바람 언덕'.
아래 링크가 제대로 되었다면 바람 소리를 들어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랜 시간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바람의 언덕'을 한 바퀴 돌면서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깨끗했고, 들리는 바람소리가 귀를 깨끗이 청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번에 거제여행을 한다면 꼭 들리고 싶은 곳입니다.
봄의, 여름의, 가을의, 겨울의 '바람의 언덕'의 바람은 어떤 바람일런지요? 궁금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