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그라피티 니팅을 입었네요.

알록달록한 뜨개옷을 입은 나무를 보면 저도 따뜻하네요.

그라피티 니팅(Graffiti Knitting)이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벽이나 문 등에 낙서를 하는 '그라피티(Graffiti)'와 뜨개질이라는 '니팅(Knitting)'이라는 단어는 알았지만, 거리의 나무나 구조물 등에 직접 만든 뜨개 옷을 입혀주는 예술 행위라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정년퇴직 전 마지막 토요일 오후, 생각을 정리할 겸 군포 '초막골 생태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이지만 흐리고 찬 바람이 부는 날씨라 완전 무장을 하고 걷다, 우연히 나무들이 입고 있는 뜨개 옷을 봤습니다. 가로수가 알록달록한 뜨개 옷을 입고 있으니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울긋불긋한 색상은 회색빛 도시를 화사하게 만드네요.

그래피티 니팅.jpg [가로수에 입힌 예쁘고 화사한 그라피티 니팅]

겨울철 가로수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것은 '수간보호판(나무줄기 감싸기)' 또는 '잠복소'라고 하며, 월동 피해 방지를 위해서 주로 사용합니다. 추위에 약한 수종이나 어린 나무의 경우 동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고, 해충들이 겨울을 나는 잠복소(은신처) 역할도 해서 이듬해 봄에 수거하여 불태우는 방식으로 병충해 방제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해충뿐 아니라 익충까지 죽인다는 결과가 있어 사용을 줄이거나 디자인 위주로 변경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수간보호판'이라고 하면 짚이나 가마니를 가로수 몸통에 감싸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와 같이 예쁘고 화사한 그라피티 니팅을 사용하네요.

동파 방지용 가마니.png [짚으로 감싼 수목]

'초막골 생태공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여름 내내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해 주던 커다란 인공 폭포가 보이는데 겨울이라 가동은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는 가로수에 입혔던 '그라피티 니팅' 대신에 '나무 보호 테이프'로 감싼 것이 보이네요.

초막골 비닐 옷.jpg [보호 테이프로 감싼 어린 나무]

나무 보호 테이프(Tree Wrap)'는 늦가을부터 봄의 마지막 서리가 내릴 때까지 나무줄기를 감싸 내부 수피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데, 특히 어린 나무를 감싸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나무줄기를 감싸면 겨울과 이른 봄에 발생하는 '선스컬트(Sunscalding, 저온 피소 현상)'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스컬트(Sunscalding) 현상은 겨울철 낮 동안의 강한 햇빛이 나무껍질의 온도를 높이면 따뜻해지면서 휴면 상태였던 세포들이 활동을 하게 되는데 해가 지거나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활성화되었던 세포들과 수액이 이동하는 물관과 체관이 얼게 됩니다. 이로 인해 나무껍질이 움푹 들어가거나 변색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껍질이 벗겨지거나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도심에서는 주로 건물 남쪽에 위치한 나무들이 가장 취약하며, 특히 나무의 남서쪽 방향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름으로는 '남서부 동해(Southwest WInter Injury)'라고도 불린답니다.

그냥 단순하게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이나 감싸 놓은 것이 아니네요. 다 과학적 근거와 목적을 기반으로 시행된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조금 더 걸어 공원 중간에 있는 '물새연못'에 가보니, 거위들이 꽁꽁 언 얼음 판 위를 유유히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맨발로 다니면 무척 발이 시릴 것 같은데 거위 발에는 '레테 미라빌레(Rete mirabile)'라는 모세혈관 네트워크가 있어 발의 온도를 주변 얼음이나 찬물 온도와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레테 미라빌레(Rete mirabile)는 '신기한 그물(망)'이라는 뜻으로, 거위의 다리에 촘촘하게 얽혀 있는 동맥과 정맥 사이에서 열을 교환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요. 심장에서 따뜻한 동맥혈이 발로 내려올 때, 발로부터 올라오는 차가운 정맥혈과 나란히 스치면서 열을 서로 교환(전달)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발로 가는 혈액은 체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로 내려가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은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거위 몸의 중심부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발의 온도는 주변의 얼음이나 찬물 온도와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또한 거위 발은 근육이나 신경 조직이 거의 없고 주로 힘줄과 뼈, 비늘로 덮인 피부로 구성되어 발이 기능하는데 필요한 혈액의 양이 적고, 차가운 온도에 대한 민감성도 낮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원더풀 네트(Wonderful Net)'라고도 합니다.
초막골 물새연못 얼었음.jpg
얼은 물새연못 위 거의.jpg
[얼어 붙은 초막골 물새연못과 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거위들]



초막골 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걷다 보면 쓸데없는 잡념이 없어집니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쌀쌀해진 추위를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글쓰고 달리고.png


이전 02화치과는 역시 무섭네요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