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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내 Aug 08. 2024

여름에도 온수풀을

<월간 오글오글:7월호 여름>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7월호 주제는 '여름'입니다.



휴가의 종착지는 친정이었다

튜브에 바람을 빼고 있는 모습을 본 엄마가 말씀하신다.

"으내야 튜브 바람 빼서 원래 들어있던 봉에 잘 넣어둬! 그래야 내년에 또 쓰지. 막 놔두면 튜브 구멍나"

"엄마 무슨 내년이야!!  겨울에도 수영장 놀러 가는데.."


정말 그랬다 언제부턴가 사계절 온수풀 옵션이 있는 숙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여름이 되면 내가 살았던 동네 야외수영장이 개장한다. 내고향은 춘향이로 유명한 관광도시 남원!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당시 대형 콘도가 몇 개 운영되고 있었다. 자영업을 하셨던 아빠는 휴가 없이 일을 하셨기에 가게문을 닫고 가족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다.  가족여행은 아빠의 건강상의 이유로 가게를 접으시고 내가 첫 직장을 다니던 때였다. 그게 우리 네식구의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큰 키와 적은 말수로 동네에서 무서운 아저씨로 통했던 아빠는 집에서는 완전 웃겼으며 맛있는 요리도 자주 해주시는 매우 가정적이며  공식 딸바보셨다. 1년 365일 아빠 차 트렁크에는 돗자리와 버너, 그리고 후지카메라가 들어있어서 자리만 깔면 소풍기분을 물씬 느끼는 나날들이었기에 가족여행을 가지못한 것에 대한 결핍은 없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나에겐 수영장이 개장하면 여름을 나기 충분했다.


 곳에서 하루 놀고 오면 깨며 등이며 껍질이 까지도록 살이 타다 못해 익었는데, 겨우 다시 원래의 살색으로 돌아오나 싶으면  다시 여름의 반복이었고 쿨톤인 나는 중학교 때까지 살이 까만 줄 알았으니까..  




아빠는 수영장 표를 끊어주시고 첫째인 내게 2천원을 함께 쥐어주셨다

"3시간 뒤에 올게 조심히 잘 놀고 있어!!"


50분 물놀이 후 10분 강제휴식이 수영장의 규칙이었고 나와 동생은 아빠가 주신 돈으로 핫바를 사 먹을 타이밍을 노린다. 영장에 착하자마자 먹고 싶지만 바로 먹어버리면 수영이 끝나고 배고플게 분명했다


내려쬐는 태양볕에 야외수영장은 엄청 시원한 오아시스 같았다. 그렇게 나와 동생은 물속을 들락날락하며 익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벌게진 등에 엄마는 어느 날에는 다진 감자를 어느 날에는 얇게 썬 오이를 턱턱 붙여주셨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여를 경유해 전북 남원 지리산까지.. 워터파크와 수영장이 겸비된 곳으로 숙소도 예약했고 각종 물놀이 용품들을 가득 채워 출발했다. 그동안은 키즈풀빌라나 실내수영장이 있는 호캉스 여행이었기에 큰 풀장에서 아이들이 잘 놀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시작된 여행이다


워터파크에서 반나절 내내 물에 유유히 떠서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도 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었고 다음날 가는 숙소에도 야외수영장이 딸려있었기에 원 없이 물놀이하겠다 싶었다.

핸드폰에서 폭염경보 알림 문자가 계속 들어온다. 물놀이에 재미를 맛첫째가 수영하고 싶다고 줄기차게 얘기하는 바람에 입실을 하자마자 수영복으로 환복 후 수영장으로 향했다


낮잠도 물위에서 자는 둘째


"아이들이 추울까봐 걱정이네요.."

펜션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엥? 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춥긴 뭐가 춥다는 거지 더워 죽겠는데'

물속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재미있게 노는데 첫째가 뭐라고 뭐라고 얘기한다.

"엄마 이거 튜브 바꿀래"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새파래진 아이의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분명 어른들은 괜찮은데 아이한테는 온도가 추웠나 보다.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안 나가겠다는 첫째를 아이스크림으로 유인해서 물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곳이 지리산에 있는 펜션인걸 깜박했다. 수영장 물이 수돗물이 아니라 지리산 지하수였던 것. 우리가 도착하니 받아놓으셨던 물에 냉수를 더 틀어주셨는데 한여름에도 지하수는 아이에게 너무 차가웠던 것이다.

앗차 싶었고 또다시 물에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공원 물놀이터로 향했다



그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3일간의 물놀이 후 새벽에 둘째가 열이 났다

'올 것이 온 건가 ㅠㅠ 아직은 어리구나.. 하지만 이거 저거 다 따지면 집에만 있어야 하잖아.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인거겠지'


(수영장만 미온수였더라면...)





올 여름 원없이 물놀이 했고, 1일 1아이스크림 했으니 분명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여름방학이였을 거야

아이가 열이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을 떠올린다면 즐거웠던 일은 좋은 기억으로 불편했던 건 추억으로 간직되기를 바라

딸기맛 하트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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