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
거짓말이란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이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을 상대방이 믿도록 하기 위한 행위 또는 말이다. 거짓말을 유형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면 양 극단에 있는 거짓말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기'이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가하고 나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것이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사기행위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거짓말은 일명 '선의의 거짓말'이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 의도 자체는 상대방을 위함이다. 이 두 유형의 거짓말의 공통점은 화자에 의해 철저히 의도된 것이라는 점이며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행위라는 점이다. 따라서 거짓말의 동기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고민해 볼 만한 거짓말은 위 두 유형에 속하지 않는 거짓말이다. 서술의 편의를 위해 이 거짓말을 '3 유형 거짓말'이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가끔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을 만난다. 본인의 잘못 또는 실수를 감추기 위해 또는 습관성으로, 가끔은 제삼자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 당사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거짓말을 만난다. 나는 이러한 특징의 '3 유형 거짓말'로 인해 인간관계가 복잡해진다고 생각한다. 사기를 위한 거짓말은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과 같다. 피하거나 맞거나 그 결과와 분노의 대상이 명확하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거짓말에 따른 피해는 일종의 정해진 대응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선의의 거짓말은 설혹 나중에 그것이 거짓임이 밝혀진다 해도 대상에 대한 분노가 아닌 연민 또는 사랑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두 유형은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3 유형 거짓말'의 존재로 인해 우리는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애매한 심리를 형성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무작위로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3 유형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 0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을 불신하거나, 모든 사람을 신뢰할 수도 없는 애매한 영역에 위치하게 되며, 이 안개 낀 영역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사회적 관계에서 나를 향한 타인의 행동과 말에 대한 저의를 항상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는 매일 많은 말과 행동들을 마주한다. 그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쌓고 건전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도 존재하며, 거짓된 정보로 인해 혼란스럽거나 피해를 보는 상황은 피하고 싶은 마음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를 향해 들어오는 수많은 말과 행동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나에게 해로운 것을 걸러내는 능력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이 판단기준 수립에 대한 관심과 노력 또는 관련된 선척적인 능력(예를 들어 관찰력, 공감능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판단능력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3 유형 거짓말'로 인해 내 삶이 방해받기를 원치 않는다면, 우리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가장 쉬운 것은 나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예를 들어 허풍, 자랑 등)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 그런 거짓말에 굳이 귀를 기울여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버릇, 거짓말의 동기, 기타 삶의 태도 등)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때 축적하는 정보가 나의 무의식에 쌓여 나를 해롭게 할 수 있는 '3 유형 거짓말'을 만났을 때 그 진위여부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이 때는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그 진위여부를 추정해야 한다. 다른 경로를 통해 그 정보의 진위여부를 100% 확인할 수 있다면 좋지만, 시간상 또는 기타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우리는 그 거짓말에 대한 진위여부를 나름의 기준(앞에서 언급한)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이때 취할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첫째, 화자와의 이해관계 판단(단순 자기 과시 포함)을 생각한다. 둘째, 화자의 신뢰도(평소 신뢰도, 현재 상태, 말하는 태도)를 평가해 보고, 셋째, 화자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생각하고 관찰하며 듣는다. 그리고 모든 결정은 사실여부를 직접 확인한 후에 한다. 이러한 태도만 기억해도 타인의 거짓말로 인해 삶을 방해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신뢰할만한 화자가, 본인은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실에 대하여 침착한 태도로 충분히 논리적인 일관성을 갖고 이야기하는 경우, 그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되 최종판단은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 한다. "들은 것은 믿지 말고, 보는 것은 반만 믿어라"라는 흔한 명언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