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가 우리 결혼식에...?

세상에는 미리 정해진 인연이 있을까요?

by 재춘

약간 소름 끼치면서도 혹시 정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야기가 있다.


엊그제 아들이 서재에 들어와서 나와 아내의 웨딩사진을 보았다. "아빠, 이게 뭐야? 엄마아빠 결혼했어요?"라고 아들이 물었다. 아들은 이제 곧 세 돌을 앞두고 있고 요즘 부쩍 말이 많이 늘었다. 아들의 질문에 나는 "응, 엄마랑 아빠랑 결혼해서 ㅇㅇ이가 태어났지."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들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ㅇㅇ이 엄마아빠 결혼할 때 앉아 있었어. 봤어." "응? 뭐라고? 엄마아빠 결혼식에 왔다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물었다. "하늘에 있다가 잠깐 내려왔어?" "버스 타고 왔어. 앉아 있었어 혼자." 이 대화를 마치고 나와 아내는 놀라운 마음에 정말 있었던 거 아니냐며 농담 삼아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아, 참고로 결혼식날 아내의 배속에 아이가 함께 있진 않았다.


그리고 혼자 생각해 봤다. 정말 왔을 수도? 나는 사람의 인연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특히 결혼을 하는 커플을 보면 두 사람이 묘하게 닮은 경우가 많다. 외모와 분위기가 그렇다. "어? 저 둘 왠지 결혼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결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세상에는 이미 정해진 인연이라는 것도 있는 걸까? 우리 아이가 정말 우리 결혼식에 와서 엄마아빠의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봤을까?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 지금도 약간 소름이 돋지만, 그런 인연이라 생각하기 충분할 만큼 행복한 요즘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의 끝에서 이루었으면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