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3번.
"창문 열어서 환기 좀 시켜라."
"네."
어릴 적에는 그냥 열라고 해서 열고 닫으라고 해서 닫았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을 꽤 좋아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차츰 공기가 맑아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나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아침 환기에 있었다.
잠에서 깬 뒤 창문을 열면 새벽이 먼지를 가라앉히고 차갑게 식혀놓은 공기가 비로소 방 안으로 들어선다. 동시에 내 몸 앞면을 따스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햇빛까지 뒤를 잇는다. 마치 당연히 들어서야 했던 것처럼, 약속 시간에 우리 집 문 앞을 기다리고 있던 오랜 친구처럼.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밖이 나에게 온다. 아침 환기는 내게 그런 존재이다. 가만히 앉아 창문을 연다는 최소의 선택으로 바깥의 활기를 주입받아 기분이 상쾌해지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거기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그 자리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멍 때리기 한 시간은 뚝딱이다.
이걸 깨닫고 난 뒤부터는 답답하거나 울적할 때는 일단 창문을 열어놓고 본다. 그러면 바깥 공기, 햇살, 소음은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 안으로 들어온다. 언제나 그랬다는 듯 내 주변을 일단 감싸고 돈다. 그런 그들을 맞이하면 난 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P.S. 여러분은 친구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