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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성장사: 디벨로퍼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1)

엔탈피

‘부동산개발’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는 다양한 참여주체가 등장합니다. 도시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도시계획가, 개별 사업을 추진하는 부동산개발사업자,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 직접 시공하는 시공사, 사업비를 주선·조달하는 금융업자와 같은 여러 플레이어들은, 시민들이 원하는 공간을 도심 내에 생산해내는 과정에 참여합니다. 최근에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이런 플레이어들 스스로가 공간을 창조하는 디벨로퍼라고 자처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개발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실제로 디벨로퍼라고 불리는 부동산개발사업자은 개별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선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두, 세 번의 글에서 ‘디벨로퍼’, ‘부동산개발사업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깊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1. 누구를 디벨로퍼라고 부르는가?


먼저, 부동산개발이라는 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하고 난 후, 이 행위의 주체인 디벨로퍼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개발업법)」 제2조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이란 행위는 토지를 건설공사의 수행 또는 형질변경의 방법으로 조성하거나건축물을 건축·대수선·리모델링 또는 용도변경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단, 건축, 대수선, 리모델링, 용도변경은 「건축법」 상 정의된 행위임).


한편, 동법은 “부동산개발‘업’이란 위 행위를 통해 타인에게 공급할 목적으로 부동산개발을 수행하는 업”이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해 부동산개발을 하고, 부동산개발을 통해 설치되거나 설치 예정인 부동산의 이용권 일부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판매 또는 임대하는 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동산개발업을 수행하는 자’를 ‘부동산개발업자’로 정의합니다. 우리가 일반 통념상으로 생각하는 부동산개발 행위와 그 행위의 주체, 그리고 이 산업에 대한 정의가 「부동산개발업법」 상에서 말하는 조문들과 꽤 부합한다는 생각이 드시죠?


위와 같이, 부동산개발과 관련한 정의와 절차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업법은 2007년 제정되어이제 겨우 15을 조금 넘어갑니다. 공간을 생산해내는 행위와 주체, 산업은 그 이전부터 있었을 텐데, 제도적으로 구체화 된 건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그전에는 어떻게 부동산개발이 이루어졌길래 법조차 제정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요?


사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건설회사가 직접 대출을 실행하고토지를 매입하고상품기획과 분양까지 직접 하는 사업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개발과정 중 발생하는 위험을 건설회사가 과중하게 부담하는 구조였습니다. 분양이 잘되면 크게 성공하지만, 미분양이 적체되면 건설사 일극으로 위기가 집중되는 구조였습니다. 결국에는, 외환위기 당시에 과도한 리스크로 인해 많은 종합건설회사가 부도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다수의 건설회사가 부도처리 과정을 겪었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건설회사 구조조정과 부채비율감소, 산업개편 과정의 일환으로, 다음 그림과 같이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된 도급 방식으로 사업구조가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실질적인 디벨로퍼’, ‘시행사가 등장하고, 사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현석 외(2011), ‘시장변화에 따른 부동산PF 개선방안연구’, 한국도시행정학회 도시행정학보


이렇게 시행사와 시공사의 업역이 분리됨에 따라, 건설업체는 재무건전성을 일부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부동산금융제도도 함께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건설업자의 역할은 도급 위주의 시공으로 축소되고, 시공을 제외한 기획, 부지매입, 인허가, 분양업무는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등의 업역으로 분업화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건설사업자의 역할이 엄청나게 축소하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IMF 이후에도 여전히, 건설사업자는 시행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직접 부지를 매입하여 자체개발하는 사업을 영위하였고, 최근까지도 시행사에 책임준공 및 자금보충 약정 등을 통해 신용을 제공하기도 하며 사업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시공과 시행이 분리됨에 따라 위험이 분산되었다고는 하지만, 23년과 24년 현재 부동산금융시장이 겪는 위험은 여전히 시공, 시행, 금융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변화한 사업구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개발사업 위험을 여전히 시공사가 가장 많이 부담한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꽤 많습니다.


한편, 건설을 하는 건설업자,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건설사업자에 대하여는 등록제를 기존에 도입하여 관리하고 있었으나(「건설산업기본법」, 「주택법」), 부동산개발업자에 대한 제도는 시행시공이 분리된 IMF 이후에도 오랜 기간 체계화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부동산개발 사업 전체 규모에 비하여, 영세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부동산개발업자가 난립하고, 부동산개발 관련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빈번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래 기사와 같이 대형 분양사기극도 빈번하게 보도되기도 하였고, 대중들에게 부동산개발업자에 대한 인식은 투기꾼, 분양사기꾼과 같이 부정적인 느낌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중앙일보, ‘굿시티, ‘3735억원’ 사기극’, 2003.12.29


결과적으로는, 2007년에 들어서야 부동산개발업과 개발업자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제도를 도입하고개발과정을 통해 생산된 분양건축물 소비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자 부동산개발업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해당 법률의 구성체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국토연(2006), ‘부동산개발업 관리 및 육성방안 연구’


등록, 관리, 보고, 실적, 제재, 금지행위 등에 관한 내용이 법률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동산개발사업자 중 건축물 연면적 2천 제곱미터 또는 연간 5천 제곱미터 이상이거나 토지의 면적이 3천 제곱미터 또는 연간 1만 제곱미터 이상으로 부동산개발을 업으로 영위하려면 법상 등록이 필수적으로 되었습니다. 등록요건은 일반법인 자본금 3억원 이상(특수목적법인의 경우 5억원 이상, 개인인 경우 영업용자산평가액 6억원 이상)을 보유하여야 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및 부동산개발전문인력(일반법인은 2인 이상 상근, 특수목적법인은 자산관리회사 소속 5인 이상 상근)을 보유하여야 하도록 하여, 전문성을 갖추게 하였습니다. 논외로, 건축공사업 등록자본금은 3.5억원(법인 7억원)으로 부동산개발업 등록요건보다 소폭 높은 편입니다. 또한, 부동산개발업 자체가 위험이 높은 사업이므로, 등록 최저납입 자본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개발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살펴본 등록요건들을 갖추도록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는, 등록된 개발업자들 위주로 부동산개발 사업이 진행되었고, 수분양자들에 대한 보호도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참고로, 수분양자들에 대한 보호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된 이후 강화되기 시작하였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쨌든 당시에 제정된 두 개 법률 모두, 수분양자들 보호 측면과 분양사업, 부동산개발사업의 체계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부동산개발업법」의 제정 경과, 구성 그리고, 부동산 사업구조 변화과정 등을 간단히 살펴보니, 동법에 근거하여 업을 영위하고 있는 개발업자를 디벨로퍼라고 상정해도 될 거 같죠? 그렇다면, 앞으로 이 개발업자들, ‘디벨로퍼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2. 디벨로퍼, 그 시작은?


앞서, 1997년 IMF를 겪은 이후에서야 시행과 시공이 분리된 사업방식으로 부동산개발이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부동산개발업자, ‘디벨로퍼’라고 부를만한 회사들은 1997년 이후에 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금융, PF의 역할 확대도 이들 디벨로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몇몇 자료들은 1970년대 ‘명성그룹’이 디벨로퍼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조선 말 북촌에 중소형 한옥을 대규모로 공급한 ‘정세권’ 선생을 우리나라 최초의 디벨로퍼라고 칭하는 학자와 교수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1997년 전후로 등장한 부동산개발업체를 진정한 ‘디벨로퍼’의 시초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듯합니다. 

                                                              

연합뉴스, ‘일본식주택은 절대 지을수 없다’, 2018.3.7(좌) 구글ai, 명성그룹(우)

             

당시에 등장하였던 1세대 디벨로퍼로는 ‘신영’, ‘디에스디삼호’, 일레븐건설‘, ‘이데아건설’, ‘넥서스건설’, ‘MDM’, ‘한호건설’, ‘파이시티’, ‘STS개발’ 등이 있습니다. 아마, 현업에 있으신 분들이 들어보신 회사들도 있지만, 들어보지 못한 회사도 있을 겁니다. 몇몇 회사는 아직까지 같은 이름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몇몇은 회사명을 바꾸거나 종료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들은 1세대 디벨로퍼로 주로 오피스텔, 주상복합, 상업시설, 대규모 PF 사업을 수행하며 사세를 확장하였습니다. 다만, 개인사업자 또는 소형 시행법인 위주로 사업이 이루어졌고, 영세한 인력과 개발 경험이 초기에 부족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초기 디벨로퍼들의 진입경로를 보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중개업자, 분양대행사, 건설사 직원, 은행원 등 다양한 전직을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개발에 대한 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위 표와 같이, 대형 디벨로퍼로 성장하였고 최근에는 대기업 집단으로까지 지정된 ㈜신영과 MDM은 모두 처음에는 분양대행업체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꾸준히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소린의 경우에는 은행원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직과 학력 등이 다양하지만,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부동산개발 관련 업무에 관여한 후, 사업을 시작한 것이 일반적인 디벨로퍼의 초기 성장기 모습입니다.


이상 살펴본,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성장/활동하였던 디벨로퍼가 공급하였던 주요 상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주로 오피스텔과 공동주택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상업용지 내 주상복합 상업비율이 완화됨에 따라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상품 공급이 활발했습니다. 2000년대 초에는 공공택지개발과 공모형 PF가 확대되었고, 여기에 더해 자기자본을 최소화한 수많은 시행사들이 난립되며 부동산개발 붐과 과도한 난개발이 일어났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영세 시행사 난립과 관리 체제의 미비는 다수의 분양·시행 사기 피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부동산개발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2005년 상대적으로 체급이 성장한 디벨로퍼들이 모여 협회를 창단하게 되었고, 관련 부처 및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부동산개발업법」이 제정되며 제도권에서 부동산개발업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 내에서 부동산개발업이 관리되기 이전의 모든 부동산개발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무계획적이었다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이 시기의 디벨로퍼들 역시, 지금의 디벨로퍼와 마찬가지로 개별 사업단의 소규모 시행사업뿐만 아니라, 중소규모의 신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했고, 건축과 도시를 생각했습니다. 다수의 민관 공모형 PF사업에서도 디벨로퍼들은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아산배방 펜타포트, 광주 수완 레이크파크, 대전 스마트시티, 용인죽전 그린시티 등이 1세대 디벨로퍼들의 작품입니다. 또한, 청주 지웰시티의 경우도 ㈜신영이 1세대 디벨로퍼들이 활약하던 약 20년전부터, 금융위기의 어려움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준공까지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은 1세대 디벨로퍼들을 분양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한 ‘업자’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양, 특히 ‘선분양’은 과거 우리나라가 경험한 고성장, 고금리 시기에 있어 도시를 창조하고, 대중이 자가를 보유할 수 있게 했던 가장 효율적인 사업방식입니다. 1세대 디벨로퍼는 이러한 시기에, 스스로 기회를 포착하였던 디벨로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경제가 성장하고 다양한 금융조달 방식이 발전한 현 시점에도 분양이 과연 최선의 사업구조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발전하고, 진화하는 디벨로퍼들, 2세대 디벨로퍼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3. 진화하는 디벨로퍼


1세대 디벨로퍼 중에서도, MDM과 신영은 업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 두 회사를 1세대라고만 칭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MDM의 경우에는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며 완벽한 부동산개발의 밸류체인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주현 → 엠디엠 → 한국자산신탁의 지배구조를 통해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이 높은 부동산개발사업을 일부 헷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디에스네트웍스와 같은 경우에도 디에스투자증권을 2019년에 인수하고 부동산개발에서 부동산금융으로까지 업역을 확장하고자 했으나, 시장이 과열되었던 2021년 매각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1세대 디벨로퍼는 기존 업역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고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영의 경우에도 자산운용사를 인수하였으나, 기존 계열사였던 신영자산관리를 에스엘플랫폼으로 개편하며, 주거서비스 운영 및 관리부문을 특화해나가고 있는 점이 더 돋보입니다. 특히, 24년 현재 개인 주택임대사업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형 임대를 육성하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영이 보유한 에스엘플랫폼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1세대 디벨로퍼의 성장과 진화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와 201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디벨로퍼도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 글을 통해서는 네오밸류, SK D&D와 같은 2세대 디벨로퍼를 살펴보고, 앞으로 누가 디벨로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일본과 미국은 디벨로퍼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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