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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법령 개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작년에는 무차입 공매도 식별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여러 정책도 시행되었습니다. 2024년, 올해는 그 규모와 파급효과가 큰 정책들(기업가치 제고 자율 공시, 주주환원 관련 세제 감면, 이사의 충실의무 상법 개정 추진 등)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앞장서서, 갑자기 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자본시장 가치 제고를 주목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아래 그림처럼 미국, 일본 등 주변국 대비 힘을 못 쓰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그 이유일 듯합니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주가 대비 순자산 비율을 나타내는 PBR을 봐도, 우리나라는 1 미만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입니다. 이러한 과도한 주식시장의 저평가는, 기업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악순환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 거버넌스로는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당국과 금융업계의 시각인 듯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기업과 당국에 거버넌스의 개선과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식시장의 거버넌스 개선, 나아가 리츠를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앞서 살펴본 지수 상승률, PBR 등의 지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주요국 대비 매우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연기금이 투자하는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 저평가될수록, 저성장·고령화로 인해 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커질 우리나라 연기금이 처할 위기의 도래 시기가 앞당겨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비중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어 현금 흐름이 주요국 대비 취약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활성화하여, 기업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토대로 성장하고, 그 성과를 가계가 공유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아래와 같은 정부의 과제 및 발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에서 국내 주식시장 재평가를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은 기업, 가계, 국가의 자본을 재배치하여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기회를 창출하지 않을까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 없이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주요 세부과제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불법 공매도, 불공정거래를 관리하고, 자본시장 접근성 측면에서는 영문공시 의무화, 금투세 폐지, ISA 확대, 대체거래소 구축, IR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주주가치 존중 문화 확산 부분에서는 “일반주주 보호 강화”, “배당절차 개선”,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재평가를 위한 세부과제 자체를 선정하여 추진하고자 한다는 의지 자체는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과제 중에서도 주주가치 존중 문화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 의결권 자문사, 보고서 등에서도 국내 기업 거버넌스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대주주는 기업 내부에 현금을 과도하게 유보하고, 투자와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이로 인해 저조한 ROE 지표로 나타납니다. 이는, PBR 역시 낮아지게 하여 구조적으로 국내 기업 대다수가 저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PBR = ROE X PER). 여기에 더하여, 대주주는 상속 등을 이유로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주가의 재평가 역시 바라지 않습니다. 이렇듯,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ROE 개선을 저해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착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다음 표와 같이, 2007년 이후 아시아 국가의 기업 지배구조 총점 순위 중 우리나라는 말레이시아보다 낮고, 태국과 유사한 정도의 수준입니다. 경제규모와 비교하여, 기업지배구조는 과도하게 낙후되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따라서, ISA 계좌 확대, 불법공매도 근절, 세제 개선 등 금융 제도와 시스템적인 개선뿐만이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와 자본 배치 자체의 혁신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제도와 시스템적 측면의 개선은 정부 당국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 기업 거버넌스와 자본 배치 개선은 정부 정책 이외에도,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제안 사례를 짧게 알아보겠습니다.
국내에서도 보통주의 주주권에 대한 개인투자자 인식이 변화하고, 정부 주도의 주주친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관투자자들도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의결권 행사에 관심도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 개정된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은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의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는 평입니다. 그 결과, 행동주의 캠페인 수와 주주환원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트러스톤, 안다, 얼라인파트너스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한 여러 사례가 있으나, 이번 글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대표적인 주주제안 사례 두 가지만 짧게 살펴보겠습니다.
[JB금융지주 vs 얼라인파트너스]
- JB금융지주는 화학사업과 식품사업을 영위하는 삼양사가 최대주주(14.61%)이며, 여러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편입
- 얼라인은 7개의 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JB금융지주에 대한 지분율이 14.04%로 압도적으로 높음. 현재, JB금융지주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8.4%
- 얼라인이 금융지주사들에 대한 지분확보를 결정한 것은 국내 금융지주사들, 특히 은행지주사들의 만성적인 저평가가 중요 원인 중의 하나일 것으로 평가
-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보고서를 참조할 때 JB금융지주를 포함한 우리나라 주요 은행지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3년 3월 기준 0.28~0.38
- 해외은행들의 평균적인 PBR이 1을 넘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 얼라인은 이러한 저평가를 완화하기 위하여 금융지주사들에 대해 효율적인 자본배치정책 및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행할 것을 요구하였고, 특히 JB금융지주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행동 캠페인 실시
- 얼라인의 7개 은행지주에 대한 공개 주주서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은행지주에 대한 저평가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 얼라인은 은행업에서 창출되는 이익에 대해 주식시장은 낮게 가치평가(PER 2~5배 수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지주사들은 빠른 자산 성장을 중시한 비효율적 자본배치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또한 해외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고 가시성이 부족한 주주환원정책도 문제점으로 지목
- 이러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하여 얼라인은 은행지주사들에 대해 ⅰ)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에 기반한 자본배치정책, ⅱ) 목표 주주환원율에 기반한 중기 주주환원정책의 이사회 결의를 통한 공식 도입을 요구
- 추가적으로 얼라인은 JB금융지주 이사회에 대한 2차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중기 자본배치정책 및 주주환원정책을 제안하고 2022년 현금배당 및 자사주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안
- 얼라인의 제안들은 2023년 정기주총에서 모두 부결
- 얼라인 vs. JB금융지주의 사례는 주주행동주의펀드가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지분을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제안이 부결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사례들과 차별성
- 8.2%의 지분율을 가진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주주제안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
- 특히, 얼라인이 제안한 배당안건에 대해서 국민연금은 다른 판단을 내림.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
[SM엔터 vs 얼라인파트너스]
- SM은 국내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기업중의 하나이며, 2021년말 기준 최대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율은 18.9%였음
- 국민연금이 6.16%로 2대주주, 얼라인은 약 1%의 지분율을 확보한 후 SM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하여 다양한 주주제안을 시작하게 되었고, 2022년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에 성공
- 얼라인에 의한 주주제안의 핵심은 SM이 가지고 있었던 라이크기획과의 용역계약 종료와 감사의 선임
- 얼라인은 SM이 라이크기획과의 용역계약을 통해 지출한 비용이 1,500억원 수준에 이를 정도로 막대했기 때문에 해당 용역계약이 종료되어야 함을 주장
- 또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함을 주장하면서 감사후보를 제안
- 얼라인의 이러한 주장은 일반주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고, 2022년 3월의 주주총회에서 얼라인측이 추천한 감사후보가 최종적으로 감사에 선임
- 지분격차가 현저한 최대주주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후보가 선임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일반주주들의 지지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이 중요한 역할
- 국민연금도 얼라인의 제안에 동의
- 얼라인의 사례는 주주행동주의펀드가 명확한 논리와 설득력을 갖추었을 때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통해 기업가치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상징적인 사례
-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된 감사가 선임됨으로써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높아지게 되고, 시장은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
위 사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상장사에 “합리적 수준의 주주환원을 통한 적극적인 자본 재배치”와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감사 독립성 확보”를 요구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에 의한 주주제안이 실제로 정기주총에서 통과되는 비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성공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주주행동주의 활동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크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시장 및 투자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점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의 긍정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향후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합니다(김우찬, 2024 등). 이사의 선관주의의무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소액주주 및 일반투자자들이 주주제안 및 주주서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공시체계를 정비하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에 관한 주주환원정책도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관투자자들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최근 주목받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사례도 살펴보겠습니다.
위 표, 그래프와 같이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도 행동주의 캠페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22년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입니다.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납니다. 2020년의 경우 주주행동주의의 대상이 된 전체 985개 기업중 절반이 넘는 501개(50.9%)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하게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미국 다음으로 활발하게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관찰되는 국가는 일본(2022년 기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200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014년 이후 회사법, 기업지배구조 코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등을 통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보다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해외의 행동주의 캠페인 사례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밸류액트 vs 마이크로소프트]
- 2013년 밸류액트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하여, 20억 달러 투자, 전제 지분율은 1% 정도
- PC 산업의 몰락이 전망됨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고조
- 밸류액트의 메이슨 모핏은 마이크로소프트 이익의 70%가 서버 및 기업서비스에서 창출되는 것에 주목
- 마이크로소프트가 2013년 7월 부진한 실적을 발표 하고, 투자자들의 부정적 의견으로 스티브 발머는 1년 이내에 은퇴를 발표
- 2013년 8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밸류액트는 상호 간 협력을 발표하고 공개, 주 내용은 밸류액트는 5% 이상 주식 매입을 하지 않고, 의결권 대결도 하지 않으며, 대신 주요 경영진에 대한 밸류액트의 접촉을 허용
- 밸류액트의 메이슨 모핏은 마이크로소트의 발전 방향을 새로운 CEO 사티아 나델라를 포함한 여러 이사진들과 심도있게 논의
-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고, 클라우드와 기업용 제품에 집중
이처럼, 해외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체질을 바꾼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2020년에 출판된 「이사회로 들어간 투자자(오웬 워커 저)」에서 아래와 같은 다양한 성공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행동주의 펀드를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상장리츠와 행동주의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