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횟수 : 35화
감독 : 劉惠寧
여주 : 똥지에(董潔[DǒngJié])、왕린(王琳[WánLín])
남주 : 쨩지아이(張嘉益[ZhānGjiāYì])
엄마, 나, 딸의 3대에 걸쳐 비슷한 운명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첫 회를 클릭했을 때, 사오십 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라, '또 옛 상하이를 추억하는 이야기야?' 하면서 제쳐두었더랬다.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 뒤적거리다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이 드라마는 수통(蘇童[sūtóng])의 단편소설 <부녀생활(婦女生活)>을 원작으로 한다. 장쯔이(章子怡)가 여주로 나온 영화 <모리화(茉莉花開)>도 이 소설이 원작이다. 여주가 영화제작사 사장의 유혹에 넘어간다가는 대목에서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더라니, 두 작품의 원작이 같았다.
이 드라마는 2015년에 찍었는데, 9년 후에야 방영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래? (나중에 알게 되면 덧붙이도록 하겠다.)
1인 2역
보통 수십 년의 세월을 서술하는 드라마들은 아역과 성인역으로 한 역할에 두 인물을 설정하잖아? 이 드라마는 재미있게도, 한 배우가 두 역할을 맡았다. 엄마와 나의 중년 시절을 왕린(王琳)이 연기하고, 나의 아가씨 때와 딸을 똥지에(董潔)가 연기한다. 왕린(王琳)에게 3대에 걸쳐 '엄마'를 연기하게 하고, 똥지에(董潔)가 3대에 걸쳐 '딸'을 연기하게 한 것이 참 절묘한 것이, 이 드라마의 내용이 3대에 걸친 세 여성의 판박이 운명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가 나이가 들어 엄마의 얼굴을 하고, '나'를 똑 닮은 딸에게 엄마가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퍼붓는데, 같은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 장면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엄마 역할 : 왕린(王琳)
나 역할 : 아가씨 때--> 똥지에(董潔), 중년 때 --> 왕린(王琳)
딸 역할 : 똥지에(董潔)
반복되는 운명
첫째, 엄마 훼이(慧)는 어쩌다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혼자 아이를 낳아 길러야 했나?
훼이(慧)는 상하이에서 제법 이름 있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도와 사진관 일을 도왔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제자 둘을 받아들였는데, 훼이(慧)는 그중 한 명과 연애를 했다. 아버지가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제자를 죽이네 살리네 하며 칼부림이 나는데, 그 와중에 아버지가 제자의 손에 죽고 만다. 이 남자는 잡혀 갔지만 결국은 정당방위로 풀려나온다. 하지만, 살인사건을 겪게 되면서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녀를 떠난다. 훼이(慧)는 남자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혼자 딸을 낳아 기르지만 남자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둘째, 나 시엔(嫻)은 왜 엄마와 같은 운명이 되었나?
시엔(嫻)은 신교육을 받은 신여성이다.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총(聰)'과 자유연애를 한다. 어느 날 총(聰)이 기사 사진을 찍으러 영화촬영장에 가는 데 따라갔다가 영화제작사 맹사장의 눈에 띄게 된다. 맹사장은 첫눈에 시엔(嫻)를 탐하게 된다. 맹사장은 시엔(嫻)의 지적이면서도 순수한 얼굴이 자기가 다음에 찍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적합하다며 캐스팅해서 그녀를 손에 넣는다. 일본군이 상하이로 진격해 오면서, 맹사장은 임신한 시엔(嫻)을 버리고 홍콩으로 떠나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 훼이(慧)는 딸이 자신과 같은 운명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에, 용하다는 낙태약을 딸에게 먹인다. 하지만, 약을 먹고도 낙태가 되지 않자 운명이려니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게 한다.
셋째, 딸 쯔(芝)는 왜 엄마와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쯔(芝)가 꽃다운 나이가 되었을 때는 중국에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을 때다. 그녀는 공산당을 지지하는 열혈 청년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출신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지도 못하고 공산당원이 되는 것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어찌어찌해서 공산당원에 가입할 기회가 생기는데, 공산당에 가입하려면 자기의 출신을 명확히 적어내야 했다. 문화 대혁명 시절에는 자본가나 지식인 부모를 둔 것은 출신 신분이 나쁜 것으로 간주되어 사람들의 핍박을 받았다. 그러니, 엄마 시엔(嫻)은 딸의 친아빠가 영화제작사 사장인 것을 알려줄 수 없었다. 쯔(芝)는 어렵게 찾아온 공산당 입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엄마를 윽박질러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기어이 알아낸다. 하지만,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운명은 꼬여버린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신분 때문에 함께 고초를 당하는 것 때문에 이혼을 한다. 이혼 후에야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생기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 시엔(嫻)은 자기 엄마 훼이(慧)가 그랬던 것처럼 낙태 약을 지어 딸에게 먹인다. 쯔(芝)는 약을 먹은 척 엄마를 속이고는 아이를 지킨다.
이렇게 삼대에 걸쳐 엄마와 나와 딸의 운명이 모두 '남자의 버림을 받고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다'이다. 불행한 운명이 3대에 걸쳐 반복되는 것이 좀 안타까웠는데, 딸 대에 와서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이 운명이 그다지 비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쯔(芝)는 남편과 이혼했지만 아이를 낳겠다고 맘먹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그녀 또한 외할머니와 엄마처럼 아버지가 없는 아이를 낳아 기르지만, 그건 그냥 또 다른 삶의 선택으로 보였다. 같은 운명이라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 희망적으로 느껴졌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