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횟수 : 21화
감독 : 程亮
여주 : 저위통(周雨彤[Zhōuyǔtōng])
남주 : 리시엔(李現Llǐxiàn])
이 드라마는 올 3월에 방영되었는데, 나는 3월에 뭐 때문에 이 달달한 드라마를 발견하지 못했나 몰라. 아마, 첫 화면이 남주의 직업을 묘사하는 장면이라, 바로 겁을 먹고 보기를 포기하지 않았나 싶다. 첫 화면이 시체의 머리를 감기는 장면으로 시작하거든.
청소년 시절 싸움질만 하던 천마이똥(陳麥冬)이 커서 시신성형사가 되고,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쭈앙지에(莊潔)는 커서 의료기기를 파는 유능한 영업사원이 된다. 둘은 그들의 고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가면서 서로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 간다.
이 드라마는. 舍目斯의 소설 <정인(情人)>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내용이 그다지 구리지 않다는 거.
이 드라마의 특별한 점
첫째, 남주의 직업.
남주의 직업은 이티정롱스(遺體整容師[yítǐ zhěngróngshī], 시신성형사)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그냥 장례지도사라고 밖에 해석을 못하겠다. 장례지도사라고 하면, 시신을 씻기고 옷을 입히는 염습부터 장례에 관한 전 과정을 관할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티정롱스(遺體整容師)는 장례지도사 중에서 좀 더 구체적인 한 분야를 가리키는데, 특히 사고를 당하거나 해서 시신이 훼손되었을 때 복구 기술을 통해 시신을 생전의 모습처럼 만드는 직업을 가리킨다.
언젠가 세어 하우스에 장례지도사 아가씨가 이사 들어온 적이 있는데, 아주 젊은 아가씨가 그런 직업을 가진 것이 흥미로워 그 직업과 관련해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누군가 처참한 사고로 죽거나 했을 때, 죽은 자를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회복해서 관 안에 안치해 놓은 것을 보는 것은 산 사람에게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단다. 그래서 이티정롱스(遺體整容師) 이 직업이 위대한 것이란다. 훼손된 시신을 복구하는 대단한 기술을 가져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발휘하여 죽은 자와 잘 이별하게 함으로써 산 사람을 위로해 준다는 점에서 위대하단다.
남주의 직업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 중에 누가 죽고, 울고, 장례를 치르고 하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점은 참아야 할 지점이다. 나는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어서, 이런 장면을 보는 게 아직도 불편하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이별 의제를 다양한 각도로 다루고 있어서, 내 주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여주의 신체장애.
여주는 불행하게도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를 잃고, 자신은 다리 하나를 잃었다. '신체장애를 가졌지만, 따뜻한 가정 때문에 낙관적이고 밝은 소녀가 되었고, 의연한 성격으로 포기하지 않고 꿈을 쫓아 그 분야에서 내놔라 하는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만 서술했다면, 이 드라마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주가 남자와 사랑하는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느끼는 열등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의족을 끼우고 벗기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남주와 여주가 처음으로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려는 찰나에, 남주가 "의족은 벗어버려" 했을 때, 여주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나 퍼뜩 떨어져 앉는 장면이나, 여주가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남주에게 격렬한 키스를 퍼붓고 서로가 상의를 벗어 제치고 엉켜 들다가 의족을 느낀 여주가 몸이 돌연 굳어지는데 남주는 열정적으로 파고들자 "왜 강제로 이래?"라고 버럭 화를 내며 밀치는 장면이나, 남주가 여주의 의족을 끼워주자 여주가 남주에게 따뜻하게 키스하는 장면 등, 의족이 연애를 하는 여성에게 주는 복잡한 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여주 저위통(周雨彤)의 의족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다. 내가 본 저위통(周雨彤)의 배역 중에 이게 단연 최고인 것 같다. 저위통(周雨彤)의 최근 히트를 친 작품으로는 우레이(吴磊)와 호흡을 맞췄던 애정이이*(愛情而已)(중드보는 행복한 시간, 4화 참고)가 있다. https://brunch.co.kr/@kimdonghae/112
셋째, 불완전한 두 영혼의 사랑.
이들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불완전한 반쪽이 불완전한 반쪽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에 반감이 들었을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은 이미 서로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반쪽이었다를 묘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둘의 결합에 거부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하지 않은 우리와 닮은 모습이라서 더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일 테다.
뒷 이야기
하나, 남주가 샤오쨘(肖戰)이 될 뻔.
남주 리시엔(李現)은 내가 그전에 봐왔던 차도남 배역과 달리 이 드라마에서는 섬세하고도 약간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를 연기해 냈다. 여주 저위통(周雨彤)과의 CP감도 딱 좋았다. 하지만 최근 제작진이 밝히기를 남주를 정할 때 샤오짠(肖戰)과 리시엔(李現)을 두고 누가 천샤오똥(陳麥冬) 역에 더 적합한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샤오짠(肖戰)이 다른 대본을 택해버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리시엔(李現)에게 이 배역이 떨어지게 되었단다. 샤오쨘(肖戰)은 여생청다지교(餘生請多指教, 2022)에 남주로 나온 인물이다. 샤오쨘(肖戰)이 천샤오똥(陳麥冬)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데,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둘, 여주의 출연료.
남주 리시엔(李現)은 요사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의 출연료는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중 최고 수준이라는 소문이 있다. 저위통(周雨彤)이 맡은, 다리를 잃었지만 밝은 성격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쭈앙지에(莊潔)역에 대해 네티즌들은 저위통(周雨彤)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로 여길 정도로 연기가 돋보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녀의 출연료는 놀랍게도 리셴(李賢)의 절반에 불과했단다. 미녀 여배우가 절단한 다리를 내보이는 연기를 하게 되는데, 위로로라도 더 후한 출연료를 받을 법도 한데 말이지. 절단한 다리를 보여주는 장면은 조금도 대역을 쓴 것처럼 찍히지 않았다.
셋, 기차 안에서의 키스신.
상하이로 떠나는 여주를 남주가 바래다주러 왔을 때, 기차 안에서 여주가 남주에게 적극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이 극 중 첫 키스신이다. 두 사람이 고속철에서 키스신을 촬영하자 주변 승객들이 잇달아 휴대전화를 들고 미친 듯이 촬영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들의 첫 키스신은 360도 사각지대 없이 다양한 각도로 촬영되었다. 이 키스신은 방송 직후 잇따라 공개됐으며, 이게 드라마 홍보를 해줬다고 한다.
넷, 기대되는 조연, 장씨웨이(张熙唯[zhāngxīwéi])
여주인공 쭈앙지에(莊潔)의 이복동생으로 나오는 장씨웨이(张熙唯)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떤 아역들은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성인 배우보다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데, 이 애가 바로 그렇다. 그녀의 연기력은 그냥 타고난 것 같다. 도대체 이 아이는 누군가 하고 찾아봤는데, 신인이 아니다. 2011년생이니까 지금 13살이다. 2017년 스타 부부의 육아체험 관찰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萌仔萌萌宅'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미 다수의 작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 2023)가 있다. 이 드라마는 1화를 보다가 포기하고 말았는데, 여주의 어린 모습으로 나오는 장씨웨이(张熙唯)를 보기 위해 다시 한번 시도해볼까 싶다. 이 아역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즐거울 것 같다.
참고
1. 애정이이(愛情而已):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4화 참고 https://brunch.co.kr/@kimdonghae/112
2. 뒷이야기 일부 : https://www.marieclaire.com.tw/entertainment/tvshow/79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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