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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Oct 25. 2024

영풍적청춘(迎風的青春, 2024)

방영 횟수 : 30화

감독 : 싱지엔쥔(邢鍵鈞[Xíngjiànjūn]

남주 : 짜이즈루(翟子路[Zháizǐlù])

여주 : 순치엔(孙千[Sūnqiān])


    와우! 이 드라마 재밌다. 


    이 드라마는 1990년대 해안 근처의 한 유전기지(油田基地)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와 그들 가정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주와 남주가 성장하는 주요 배경은 그들이 고등학생이 된 90년대이지만, 이야기는 종종 과거로 돌아가 여주와 남주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기 때문에 80년대의 그들 부모의 생활상도 함께 보여준다. 


청소년 성장 드라마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청소년은 총 6명이다. 

1. 청먀오먀오(程苗苗[Chéngmiáomiao]) : 여주공부는 못하지만, 정의감이 넘쳐나고 늘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2. 리쓰(李肆[lǐsì]) : 남주크면 청먀오먀오와 결혼할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리쓰도 공부에는 잼병이지만, 청먀오먀오를 향한 마음은 일등이다.

3. 후치어우민(胡秋敏) : 남주, 여주, 후치어민, 이 셋은 어릴 때부터 붙어지낸 죽마고우다. 

4. 청야야(程芽芽) :  청먀오먀오(程苗苗)의 동생인데, 누나와 달리 늘 1등을 차지해서 말썽만 일으키는 누나와 대비된다.

5. 챵샤오와(強小娃) : 가난한 어촌마을의 할아버지가 주워서 키운 아인데, 효심도 특별하고 공부도 잘한다. 어촌 마을에는 고등학교가 없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유전기지 마을의 교장이 바뀌면서 그에게 특별히 기회를 줘서 유전기지 마을로 전학해서 학업을 이어가게 된다. 

6. 위엔산칭(袁山青) : 아버지가 유전기지 마을 사람들의 돈을 사기 쳐서 도망간다. 그런 아버지를 뒀기 때문에 그녀는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하지만, 청야야(程芽芽)의 도움으로 극복해 낸다. 


서로 다른 세 가정    

    이들 청소년이 살아가는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 

1. 청먀오먀오(程苗苗)와 청야야(程芽芽)가 속한 가정은 행복한 가정으로 대표될 수 있겠다. 엄마는 비록 잔소리가 심하고 세상 돌아가는 원칙대로 아이들이 자라기를 원하지만, 아빠는 생각이 트여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엄마 사이의 완충역할을 해서 가정은 어떤 일이 발생해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다. 

2. 리쓰(李肆)네 아버지는 유전기지의 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고, 엄마는 제법 잘되는 고급 식당을 경영하고 있어서 늘 바쁘다. 부부 사이는 알콩달콩한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에 비해 아들은 노는 일에만 열을 올려서 아들과 아버지 관계는 늘 혼내고 혼나는 관계다. 

3. 후치어민(胡秋敏)의 집은 두 이혼 가정이, 한쪽은 어린 아이를 돌볼 여자가 필요하고, 한쪽은 밖에 나가 돈 벌어올 남편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맺어진 가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 가정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남편은 유전기지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끔씩만 집에 돌아오는데, 그가 집에 돌아오는 날은 어김없이 부부간에 심한 말싸움이 일어난다. 


기대되는 신인 배우의 등장

    남주 짜이즈루(翟子路)와 여주 순치엔(孙千)은 이미 유명한 배우다. 남주 짜이즈루(翟子路)는 《아적가로리남해(我的卡路里男孩, 2022)》,《극속패론(極速悖論, 2023)》등에 남주로 등장한 바 있고, 여주 순치엔(孙千)은 《풍취반하(風吹半夏, 2022)》에서 조연을 담당한 바 있다. (물론 그녀가 주연으로 나온 작품도 많다. 주연으로 등장했던 드라마들은 내게 딱히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조연으로 등장한 작품을 소개한다.) 

    내가 기대되는 배우는, 남주와 여주의 죽마고우 후치어우민(胡秋敏)의 역을 맡은 리위통(李羽桐[tóng]), 사기죄로 지명수배 받고 있는 아버지를 둔 딸 위엔산칭(袁山青)의 역을 맡은 치위천(漆昱辰[qīyùchén]), 가난한 시골 어촌에서 유전기지 마을의 학교로 전학 와서  늘 1등 하는 창샤오와( 强小娃) 역을 맡은 료샤오베이(劉小北[liúxiǎoběi]) 3인이다. 나는 이 3인을 지금껏 한 번도 다른 작품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틀림없이 신인일터인데 연기가 조금도 어설프지 않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신인들이다. 

    리위통(李羽桐)는 늘씬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는데, 차가운 도시녀 연기도 참 잘 어울리겠고, 왕의 총애를 다투며 궁정에서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사극에도 잘 맞을 것 같다. 치위천(漆昱辰)은 동양적인 순수한 얼굴에 아담한 체격이지만 볼륨감은 있어서 , 순수한 섹시미를 풍기는 역을 맡으면 잘할 것 같다. 료샤오베이(劉小北)는 번듯한 키에 어찌 준수하게 생겨서  빠따오총차이(霸道總裁[bàdàzǒngcái], 패도 총재 ) 역을 하면 여성 관객들이 다 꺅할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중국

    첫째, 유전기지(油田基地)에서 산다는 것   

    이 드라마는 유전기지에서 살아가는 세 가정과 여섯 청춘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전기지는 유전 개발지에서 일하는 여러 가정들이 유전 개발지 가까운 곳에 모여 마을을 이룬 지역을 말한다. 유전기지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촌락처럼 모든 가정이 모든 가정을 속속들이 알고 지낸다. 유전기지 안에는 유전에서 일하는 가정의 자녀들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 유전기지에서 사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병원 등등의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 곳의 유전개발이 끝나거나하면, 유전기지 전체가 대대적인 이사를 한다. 유전기지에 사는 사람들은 유전을 따라 옮겨 다니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뚜렷한 개념이 없다. 그리고 지역방언이 없다. 이 드라마에서 보면 유전기지는 가난한 어촌마을과 다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데, 유전기지의 아이들은 표준말을 쓰고, 어촌마을의 챵샤오와는 지역 방언을 쓴다. 

    유전기지의 부모세대들과 자녀세대들의 유전기지에 대한 인상은 상당히 다르다. 부모세대들은 유전기지가 두둑한 월급봉투를 안겨주는 충분히 신뢰하고 안정감을 주는 곳이라고 느껴 유전기지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하지만, 자녀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같은 이웃, 같은 친구들과 유전을 따라다니면 함께 옮겨 다니기 때문에 유전기지에 갇힌 느낌이다. 늘 유전기지를 벗어나고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 이 드라마의 시작에 여주와 남주가 홍콩의 반환을 보러 홍콩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 웨이하이(威海)의 풍경

    웨이하이(威海)는 대한민국 서해와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 산둥반도에 위치한 도시다. 위엔산칭(袁山青)이 자기 아버지가 사기 친 돈을 갚기 위해 돈벌이하러 이 도시에 왔는데, 중간 블로커가 한국으로 팔아넘기려 한다는 설정에서 이 도시가 등장했다. 이 도시의 거리는 온통 한국 간판이고 중국인들이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한다. 이 도시의 거리는 온통 한국 간판이고 중국인들이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한다. 한국과 가깝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다. 인천에서 웨이하이까지 배로 13시간 걸린단다. 

    이 내용이 한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 수 있어서 그랬던지, 통편집되어 실제 드라마 흐름 속에서는 빠져버렸고, 편외로 마지막에 올라왔다. 


결말이 이래도 돼?

    리쓰(李肆)는 늘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왔다리갔다리 했는데, 그게 결국 위암 말기로 드러난다. 리쓰(李肆)는 심각한 걸 싫어하고 늘 농담이나 실실하며 가볍게 구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기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심각하게 대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까, 드라마 맥락상 이건 자살을 의미했는데, 이건 좀 아니잖아?

    가장 행복한 가정으로 나오는. 청먀오먀오(程苗苗)와 청야야(程芽芽)의 결말 또한 내 기준으로 봐서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아니다. 청먀오먀오(程苗苗)는 죽마고우 리쓰(李肆)를 잊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혼자 산다. 정(情) 많던 그녀를 고독하게 사는 결말로 만들어 버린 느낌이다. 

    동생 청야야(程芽芽)는 위엔산칭(袁山青)과 결혼했다는 결말이다. 위엔산칭(袁山青)은 지명수배자 아버지가 잠시 몸을 숨기러 찾아왔다가 청야야(程芽芽)와 칼부림이 나자 그걸 말리는 과정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재판에서는 정당방위로 결론이 나지만, 위엔산칭(袁山青)은 평생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는 심리적 그늘을 안고 살게 것이다. 청야야가 그녀와 결혼하면 심리적 그늘을 같이 부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잖아? 그래서 내게는 조금도 해피엔딩으로 보이지 않았다. 

    또, 청먀오먀오(程苗苗)의 엄마와 아빠는 위엔산칭(袁山青)의 동생을 딸로 키운다는 결말인데, 이것 또한 내가 느끼기에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은 결말이다. 위엔산칭(袁山青)의 동생은 네다섯 살에 아버지가 죽는 장면을 목격했고, 친엄마는 사기죄로 복역을 마치고 나왔다. 심리적 상처도 문제고, 친엄마가 딸을 찾으려 할 것도 문제다.

    내게, 이 결말은 '아니, 가장 행복한 가정이 어떻게 저렇게 되어버렸지?'하는 느낌이었다. 나, 너무 생각이 많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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