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횟수 : 36회
감독 : 뤼잉(呂贏[Lǔyíng])
여주 : 인타오(殷桃[Yīntáo]), 치시(齊溪[Qíxī])
남주 : 구어징(郭京[Guōjīng]), 장윈롱(張雲龍[Zhāngyúnlóng])
이 드라마 <샤오푸치(小夫妻)>는 젊은 부부라는 뜻인데, <추엔즈빠바(全職爸爸, 전업 아빠)>라는 소설을 개작한 것이다. 드라마 제목보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지 더 잘 드러낸다.
여주는 소일 삼아 공중하오(公眾號, 공식 계정)에 자기 집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들을 글로 썼는데,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다가 어느 날 폭발적으로 독자가 늘어나며 유명해진다. 반면, 남주는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에 며칠간 휴가를 내는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후배의 계략으로 휴가에서 돌아오자 회사에서의 위치가 위태로워지고 결국은 회사에서 잘린다. 부부는 이런 상황을 그냥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여주가 돈을 벌고, 남주가 집안일하고 아이를 돌보기로 유쾌하게 합의를 한다. 여주는 자기실현을 하게 되니 행복하고, 남주는 지금껏 바쁜 직장 생활을 하느라 아들이랑 제대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데 전업주부로 지내며 그럴 수 있으니 행복하다. 하지만...
남자가 전업주부로 살아갈 때 겪어야 하는 것들
여자가 밖에 나가 돈 벌고, 남자가 전업주부로 사는 삶은, 부부가 둘이서 유쾌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유쾌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사회 다수가 선택한 가족구조가 아닌 삶을 선택한 젊은 부부는 다방면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해내야 한다. 사회의 다수 쪽에 선 자들이 소수를 호의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은 절대 시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
첫째, 양가 부모님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부모님 세대는 남자가 돈 벌고 여자가 살림하는 게 티엔징띠이(天經地義[tiānjīngdìyì],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신다. 남주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전업주부로 산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들네 집으로 와서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빌빌한 놈이라고 나무란다. 아들이 맘을 바꿔먹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둘째, 다른 주부들의 시선도 따뜻하지 않다. 그녀들과 같은 일을 담당하기로 한 남주를 주부들만이라도 지지해줘야 할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한 주부가 남주에게 던진 질문에서 주부들이 전업주부로 사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아이원(艾文) 아빠, 부인이 너무 돈을 잘 벌어서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들지 않으세요?"
셋째, 집안을 먹여 살릴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 남자들의 시선 또한 차갑다. 남주의 주변인들은 이렇게 묻는다. "너 후회하지 않겠어?", "너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해?" 심지어 이웃집 남자는 자기 부인과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찾아와서는 여주에게 남의 집 여자한테 관심 갖지 않도록, 일이 바쁘더라도 남편 좀 챙기라고 욕을 퍼붓고 간다. 이웃집 남자의 눈에 남주는 '능력이 없어서 직장에서 잘리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다른 주부들과 노닥거리는 한심한 놈'인 것이다.
넷째, 전업주부를 택한 남자 본인의 마음도 흔들린다. 부인이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남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남주는 자신도 모르게 안정감을 잃어버리고 부인을 의심하게 된다. 남자들은 직업적 성취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못할 때 자기 스스로 의기소침해져버리고 마는 것 같다.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있다. 부인이 유명한 작가가 되어서 상을 받으러 가게 되는데, 여행 삼아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간다. 시상식장에는 동반 가족석이 마련되지 않아, 남주는 수상자의 운전사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에 섞여 앉아, 부인이 저 멀리 앞 좌석에서 어떤 남자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평소라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는데, 전업주부로 살자 까닭 없이 올라오는 자격지심에 남자는 그만 심사가 틀어져버린다.
다섯째, 자기 성취를 이뤄가는 부인이 주는 묘한 거리감이 있다. 남편이 직장을 다닐 때는, 직장에서 어떤 고민이 생기면 맥주 한잔 하면서 부인에게 털어놓는 과정이 둘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줬다. 하지만, 서로의 역할이 바뀌면서부터는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부인은 남편이 전업주부로 살면서 행복하지 않을까 봐 신경을 쓰느라, 남편은 부인이 사업에만 몰두해서 남편과 아들에게 조금도 시간을 내지 않은 행위에 불만이 많지만 불만을 토로하면 부인의 사업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될까 봐, 서로 말을 조심하게 되고 눈치를 보면서 둘의 사이가 어색해져 간다. 대화가 줄어 오해를 만들어가던 부부는 결국 이혼에 이른다.
또 다른 볼거리
첫째, 이 부부는 유치원생 아들이 있는데, 이 아역배우의 연기가 너무 귀엽다. (부지런함이 발휘되는 날이 있으면, 한 장면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둘째, 여주 2와 남주 2의 러브라인도 귀엽다. 둘은 비혼주의자였다가 서로를 만나면서 결혼하는 것도 좋겠다고 맘을 바꿔 먹는다. 남주 2는 여주 2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결혼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공원에서 연을 날리며 이렇게 청혼을 한다. (남주 2의 대사를 그대로 옮기고 싶었으나, 다시 그 부분을 찾지 못했다. 대충 이랬다.) "연이 줄에 묶여있어도 자유롭게 날고 있잖느냐. 줄이 끊기면 바람에 펄럭이다 떨어져 버리고 만다. 내가 이 연줄이 되어줄 터이니 너는 저 연처럼 자유롭게 날아라. 우리 결혼하자."
셋째,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산업의 번성을 엿볼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TV 홈쇼핑을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어로는 '즈뿌어 따이후어(直播 帶貨)'라고 한다. 중국은 이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굉장한 성장을 이뤘다. 내가 느끼기에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이 영역 또한 대기업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중국은 여러 경로로 구독자가 많은 공중하오(公眾號, 공식 계정)를 가졌다면 개인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것 같다. 즉, 중국은 이 방면으로의 창업 문턱이 좀 낮다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의 여주가 바로 이런 식으로 창업을 한다. 여주는 많은 구독자를 가진 공중하오(公眾號)의 작가였고, 자기 독자들을 대상으로 믿을만한 상품을 엄선해서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즈뿌어 따이후어(直播 帶貨) 창업 후에 어떻게 사업을 크게 일궈나가는지, 이 사업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등을 살짝 맛보는 재미가 있다.
좀 견뎌야 하는 지점
중국이 드라마로 국민들을 교육하려는 경향을 견뎌야 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에 그 경향이 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옛날 드라마들은 딱히 교육적 성향을 못 느끼면서 봤는데, 근래 몇 년 동안의 드라마들은 '교육용 대사'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반감이 들게 만든다. 이 드라마도 중국 정부의 '교육'의 목적이 찐하게 비친다. 남자가 전업주부로 살아갈 때 받을 수 있는 여러 측면의 곤란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한다. 드라마는 인식 개선을 한 두 사례를 담고 있다. 첫째, 여주의 시어머니는 자기 며느리가 자기 성취를 이뤄나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지금껏 남편의 시중만 들던 삶에서 남편의 존중을 추구하는 삶을 추구한다. 둘째, 이웃의 한 주부는 애 낳는 도구로나 남편에게 유용함을 인정받는 삶을 살다가, 여주의 삶에 자극을 받아 당당한 직장인으로 성장한다.
드라마 내부에도 좀 모순이 있다. 여주 엄마와 여주의 인격 대비를 견뎌내야 한다. 사실, 그런 엄마 밑에서 저런 딸이 나올 수 없는 거거든. 드라마가 재미를 위해서 좀 과장한 거라고 생각하고 보면 봐지긴 한다.
여주와 남주, 이 부부가 싸울 때, 돌연 인격이 변한 듯한 지점을 견뎌야 한다. 그들은 평소에는 통칭따리(通情達理[tōngqíngdálǐ], 말이다 행동이 모두 합리적이다)한 인격을 지녔는데, 싸울 때는 이중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돌변한다. 특히, 여주가 그 정도가 심하다. 만약 이게 실제 인물이라면, 나는 이 여자의 사람됨이 싫을 것 같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자기를 통제하는 능력이 인격이 아니냔 말이지. 드라마 속의 여주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 다른 인격으로 변한다.
세상 다수가 생각하는 남녀의 역할이 바뀐 이 부부는 세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자기들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 수 있을까? 중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전업 아빠'를 널리 퍼뜨리고 싶은 것이니까, 아마도 해피엔딩으로 끝을 내겠지? 그러니까,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합니다'의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주려하겠지?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는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순조로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