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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l 27. 2024

착위(錯位, 2024)

방영 횟수 : 15화

감독 : 구어잉지아(映嘉[Guōyìngjiā])

여주 : 마이리(馬伊琍[Mǎyīlì])

남주 : 통따웨이(佟大爲[Tóngdàwéi]), 까오쯔팅(高至霆[Gāozhìtíng])


    (아래 글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드라마를 재밌게 볼 작정이라면, 읽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이 드라마의 장르는 서스펜스 형사물이다. 일본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가가 일본 3대 추리소설 작가 중 한 명이라니,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탄탄할 것을 믿었다. 하지만, 소설 원작이 정말 그런지, 개작이 문제인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좀 있었다. 이 추리소설의 중국어 책명은 <交错的场景>인데,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은 뭔지 모르겠다. (누가 알게 되면 좀 알려주길.)


    이 드라마가 대본만 좋은 게 아니라, 대본에 맞게 배우들도 하나같이 연기파다. 

    여형사로 나오는 여주, 마이리(馬伊琍)부터 이야기해 보자. 나는 배우 마이리(馬伊琍)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데(싫어하는 이유는 언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지도),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작품 고르는 솜씨는 인정해줘야 할 듯. 그녀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드라마는 스토리가 탄탄하다. 그리고, 작품의 영상도 제법 아름답고  편집도 좋다. 이건 그녀가 작품 자체도 잘 고르지만, 일하는 팀도 잘 고른다는 뜻이겠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대표 작품에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2017)>,  <중국식 관계(中國式關係,2016)>,  <소파파(小爸爸, 2013)>, <재원방(在遠方, 2019)>, <용성(龍城, 2023)>, <아적아륵태(我的阿勒泰, 2024)>*등이 있다. 

    통따웨이(佟大爲)는 바로 얼마 전 소개한 <매괴적고사(玫瑰的故事,2024)>**에서 여주의 오빠로 나온 인물이다. 이 남자 배우는 성실한 배우로 정평이 나있는데, 요 근래 들어 어째 배역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느낌이다.  <매괴적고사(玫瑰的故事)>에서는 과감한 애정신을 감행하더니, 이번에는 빈틈없이 살인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나온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사귀던 연인을 칼로 여러 번 찔러 죽이는 장면을 찍었다. 지금껏 내가 본 작품 속에서는 그가 악역을 맡은 적이 없어, 좀 의외였다. 

    까오쯔팅(高至霆)은 추리소설 읽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실습 형사로 나온다. 이 배우는 생긴 것이 일반적인 꽃미남이 아니라, 연기로 자신을 부각하는 배우다. 내가 이 배우를 처음 본 것은 치아문단순적소미호(致我們單純的小美好, 2017)에서 남주 2로 나올 때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에서 여주를 묵묵히 좋아하던 시골스럽게 생겼던, 피부색이 까맣던 남주 2가 기억나시는지? 그가 바로 까오쯔팅(高至霆)이다. 


대체적 줄거리

    여형사 꽝밍(光明)은 한 여성이 자기 집에서 강간살해 당한 사건의 수사를 맡는다. 의욕적으로 이 사건을 맡고 싶어 하던 신입형사 스뤄(石落)를 조수로 삼는다. 신입형사 스뤄(石落)는 평소에 추리소설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꾸지밍(顧己鳴)의 소설을 읽다가 소설 중 묘사가 수사 중인 강간 살해 현장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작가 꾸지밍(顧己鳴)을 의심하며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꾸지밍(顧己鳴)이 사건 당시 그곳에 없었다는 증거만 찾아내게 된다. 

    여차저차 진짜 범인은 잡혔지만,  작가 꾸지밍(顧己鳴)의 태도가 어쩐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두 형사는 강간살해 당한 여성을 죽이는 데 사용된 개 목줄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 수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묻힐 뻔 한 또 다른 사건 하나를 밝혀내게 된다. 발각되지 않을 뻔했던 또 하나의 사건은, 꾸지밍(顧己鳴)이 자기 여자 친구를 살해한 사건이다. 꾸지밍(顧己鳴)의 손에 죽어 산속에 묻힌 이 여인은 고아여서 그녀가 사라진 것을 이상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누구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살인은 성공적으로 잊힐 뻔했던 것이다. 


이 설정, 난 동의 못해

    이 드라마에는 두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첫 번째 사건은, 한 여성이 비가 억수 같이 오던 날 밤에, 자기 집에서 강간을 당한 후 목이 졸려 죽은 사건이다. 강간을 한 남자와 살인한 남자는 서로 다르다. 둘은 뭔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두 사건이 비가 억수 같이 오는 날 밤에 우연히 같이 일어났다. 이 우연, 난 좀 헛웃음이 났다. 거기다가, 이 장면을 저명한 소설가가 목격하고, 이때의 경험을 가지고 스릴러물을 쓰기 시작한다. (이 저명한 소설가가 암으로 이 스릴러물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는다. 그러자, 이걸 신인 소설가, 그러니까 우리의 남주가 표절한다, 뭐 이런 전개다.)


    두 번째 사건은, 호텔리셉션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홀연 사라진 사건이다. 남주가 이 아가씨와 사귀다가 마지막에 죽이는 것으로 나온다. 호텔에서 일하는 이 아가씨가 한 번은 대작가를 손님으로 받게 되는데, 대작가의 방을 청소하면서 그의 원고를 훔쳐보게 된다. 그걸 남자친구인 남주에게 보여주게 된다. 남주는 편집사에서 낮은 봉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가운데 틈틈이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꾸고 있었는데, 대작가가 쓴 여섯 페이지 분량의 소설 도입을 보고는 영감을 받아 추리소설 한 권을 완성해 낸다. 그걸 출판하게 되는데, 여자친구가 그건 표절이라며 출판을 반대한다. 남주는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자기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를 죽인다. 그런 이유로 사람을 칼로 여러 번 찔러 죽인다는 게, 난 너무 인간심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남주가 저명한 소설가의 아내를 살해하려고 계획하는 장면이다. 소설가의 아내가 자기 남편이 쓴 6페이지를 남주가 표절한 것에 대해 세상에 알리겠다고 하자, 남주는 도자기 굽는 가마를 이용해서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남주의 부인이 도자기 굽는 가게를 한다.) 성공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수완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극단적인 방법 말고 다르게 일을 처리할 수도 있잖아? 


사건해결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보다 여주의 대사를 통해서 나오는 인간심리를 보여주는 대사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런 장면 몇을 옮겨본다. 


    첫 번째, 여형사와 신입형사의 대화. 두 사건이 다 해결된 후에 신입형사가 선배형사에게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 이건 범죄를 일으킨 자가 왜 저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모르겠다는 말이기도 했고, 범죄자를 사랑한 두 여성-한 여성은 남주와 결혼하고, 또 한 여성은 남주에게 살해당한다-을 지칭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여주가 하는 답이 이렇다. (여주가 이 대답을 할 때, 이 대답 안에는 자기 남편이 외도한 이유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사람들은 타인에게서 인정을 원하지.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를 잃어버려."

    사람들이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것은 타고난 인간 본성인데, 난 이게 사람을 참 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서글프게 느껴진다.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연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착하게 만들고,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죽어라 일하게 만들고 등등. 타인의 인정을, 살아가는 에너지원으로 먹어야 하는 인간의 취약성이 난 참 싫지만, 그렇다고 난들 뭐 거기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여주와 남편의 대화. 우선, 이 대화의 배경은 이렇다. 여주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고려 중인데, 그러던 중에 임신한 것을 발견하게 되어 그냥 용서하고 살까 하고 이혼을 조금 머뭇거리고 있었다. 여주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공명(共鳴)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돌아보게 된다. 두 살인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에, 여주는 요리를 한 상 해놓고 남편이 퇴근해 오기를 기다려 식사를 하면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 부분의 대사가 어째 그녀의 실제 결혼생활을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리(馬伊琍)와 전 남편 원장(文章)의 이야기는 드라마 <소파파(小爸爸, 2013)>를 소개할 때 하도록 하겠음.) 또, 자기 몸에 자라난 단단한 껍데기 속에서 안전함을 느낀다는 대사가 꼭 나 같아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꽝밍(光明) : 나 생각해 봤어, 우리 헤어지자. 

쉬캉(徐康) : 나 알겠어, 꽝밍, 너 아직 날 용서 안 했구나.

꽝밍(光明) : 그 일에 대해 말힌디먄, 나는 지금 너를 용서할 수 없는게 맞아, 그냥 넘어가지가 않아. 하지만 확실히 이번 일로 인해 내가 우리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어,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봤어. 나는 사실 너에게 감사해야 해, 쉬캉(徐康). 결혼 후 줄곧 네가 나를 보살펴 주었지, 나로 하여금 집안일 하게 한 적이 없어. 나는 네가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완전히 믿어. 하지만,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난 확신이 없어. 

쉬캉(徐康) : 꽝밍(光明), 너 문제없어. 너는 반드시 좋은 엄마일 거야.

꽝밍(光明) : 내 말부터 들어봐. 우리가 문제 생기던 날, 나는 엄마를 찾아갔어. 내가 엄마한테 물었어, 내가 그랬지, 엄마 말 좀 해봐,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엄마가 말하길, 만약에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러면 그건 엄마의 문제라고. 왜냐면 어릴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녀는 나한테 요구가 참 엄격했다고 생각하셔.어쨌건, 엄마는 나를 많이 혼내고 욕했을 망정, 내가 밖에 나가서 싹수없다는 소리를 듣게 할 수는 없었어.  그녀는 마지막에 말하길, 내가 영원히 꿋꿋했으면 싶었대. 내가 나중에 물어봤지, 꿋꿋한 게 그렇게 중요해? 하고. 우리 엄마가 중요하대. 하지만 쉬캉(徐康), 지금 난 매우 곤혹스러워.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거야? 너 알잖아, 내가 밖에서 사건을 처리하면서, 많은 여성들을 접촉하는 거. 나는 그들이 자신의 결혼과 사랑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봐. 나는 갑자기 발견키를, 나는 합격점의 아내가 아닌 것 같아. 특히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이해해줬으면 했을 때, 내가 함께 있어주기를 원했을 때, 나는 전혀 할 수 없었어. 아마도내 말은 내 본능의 주관 의식이 널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야. 네가 약한 걸 보는 걸 원하지 않아. 그거 알아? 내가 발견하는데, 내 몸에 외피가 있는데, 이 단단한 외피 안에 사는 게, 나로 하여금 가장 안정감을 줘. 특히 경찰이 되고 나서 이 껍데기는 더욱 단단해졌어. 그런데 지금 나 갑자기 발견하는데, 이 껍데기도 내 결혼을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부담이 되어 버렸어. 나 너무 힘들어. 사실 나도 나 자신이 좀 더 유연해지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 어떻게 하면 스스로 느끼기에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겠어, 아니, 사는 게 그렇게 힘들지만 않도록. 그래서 나는 우리가 헤어졌으면 해. 나는 네가 없는 날들을 좀 지내보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 <아적아륵태(我的阿勒泰)>는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19화를 참고하시길 : https://brunch.co.kr/@kimdonghae/481


** <매괴적고사(玫瑰的故事)>는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21화를 참고하시길 : https://brunch.co.kr/@kimdonghae/502


***대사 원문(15화 끝쯤): 

光明:我想好了,我們兩個分開吧。

徐康:我知道了光明,你還是沒有原諒我。

光明:要說這個事,我現在沒法原諒你,過不去。但是確實因為這件事, 讓我有機會去想我們的婚姻, 回頭看看這幾年是怎麼過的。我其實要感謝你的徐康。結了婚以後一直都是你在照顧我, 沒有讓我沾過家務事。我完全相信你會是一個好爸爸,但我會是一個好媽媽嗎?我不確定。

徐康:光明你沒問題的。你一定是一個好母親。

光明:聽我說,咱們出事的時候我去找我媽。我問她,我說,你說說我這個人身上到底有問題嗎?她說如果我有問題,那就是她的問題。因為小時候我爸走得早,她覺得她對我要求很嚴格。反正是寧願讓我在她面前多挨打多挨罵,也不能讓我出去被別人說我沒教養。她最後說,她就是想讓我永遠都很堅強。我後來就問她,我說堅強有那麼重要嗎?我媽說重要。可是徐康現在我挺困惑的。真的有這麼重要嗎?你知道我在外面辦案子,我也接觸了很多女性。我看他們是怎麼處理自己的婚姻和愛情。我突然發現,我好像不是一個合格的妻子。尤其是在你特別需要我,想讓我理解你,需要我陪伴的時候,我根本做不到。可能我是說我本能的主觀意識上就不願意來理解你。不願意看見你脆弱。你知道嗎?我發現我身上有一個殼,活在這個堅強的殼裡面,就讓我很有安全感。尤其當了警察之後,這個殼就更加硬了。可是現在我突然發現這個殼也保護不了我的婚姻,反而成為一種負擔,我覺得很累。其實我也很想讓自己變得柔軟一點,可是我需要時間,我需要捋清楚怎麼樣可以讓自己覺得舒服一點,不,不那麼活得那麼累。所以我想我們還是分開,因為我很需要過一段沒有你的日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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