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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l 06. 2024

매괴적고사 (玫瑰的故事, 2024)

방영 횟수:38화  

감독: 왕쥔(汪俊)

여주: 료이페이(劉亦菲), 모치엔(萬茜)

남주: 통따웨이(佟大爲), 펑꽌잉(彭冠英), 린껑신(林更新), 훠지엔화(霍建華), 린이(林一)


    <매괴적고사(玫瑰故事)>는 홍콩의 저명한 여성 소설가 이슈(亦舒[Yìshū])의 동명소설을 개작한 드라마다. 이미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둔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 2017)>, <유금세월(流金歲月, 2020)>, <승환기(承歡記, 2024)> 등이 모두 그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러니,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얼마나 유혹적일 것인지 느낌이 가지? 여주는 송승헌과 사귄 적 있는 료이페이(劉亦菲)다. 


    이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 한 드라마의 주역급 남자 배우들이 여주를 거쳐가는 남자들로 잠깐잠깐씩 대거 등장하는 것이다. 통따웨이(佟大爲)는 여주의 오빠로, 펑꽌잉(彭冠英)은 첫사랑으로, 린껑신(林更新)은 남편으로, 훠젠화(霍建華)는 솔메이트로, 린이(林一)는 여주를 짝사랑하는 연하남으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눈에 반할 만큼 예쁜 여주가 소녀시절부터 중년 시절까지 첫사랑, 남편, 솔메이트, 연하남, 이 네 남자와 사랑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이 쟁쟁한 남자 배우들의 최근 작품을 하나만 언급해 보면. 

    통따웨이(佟大爲)는 애적리미(愛的厘米, 2020)에펑꽌잉(彭冠英)은 양광지하*(陽光之下, 2020)에, 린껑신(林更新)은 청규아총감**(請叫我總監, 2022)에, 훠젠화(霍建華)는 타래료청폐안(他來了請閉眼, 2015)에, 린이(林一)는 별대아동심***(別對我動心, 2024)에 남주로 나왔었다. 


*양광지하(陽光之下, 2020) :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2화를 참고하시길.

**청규아총감(請叫我總監, 2022) :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17화를 참고하시길.

***별대아동심(別對我動心, 2024) : 중드 보는 행복한 시간 12화를 참고하시길.


그녀의 삶이 부럽다! 

    나는 여주가 사는 방식이 부러웠다. 나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아 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너무 아름답게 생겨서, 남자들이 그녀를 한번 보기만 하면 어디에 홀린 듯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남자에게,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기 삶을 주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살아있어서 그냥 살아가는 게 아니고, 매 순간을 예술처럼 아름답고, 여름날 소나기구름처럼 생동적으로 산다. 좋은 직업을 갖고, 돈을 벌고, 가정을 경영하느라 삶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 끌리는 일을 하고, 자기 영혼을 흔드는 남자와 사랑을 하고, 호기심으로 세상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산다. 그녀의 정신은 파르라니 깨어있고, 아이처럼 두려움이 없다. 


    여주가 중국과 프랑스라는 거리의 국제 연애를 하던 과정에서 첫사랑과 헤어지는 과정이 나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다. 여주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베포 크고, 성격 좋고, 개방적이고, 창의적이고, 배우는 걸 좋아하고, 하여간 거의 이상급으로 나오는데, 그와 헤어지는 과정은 자기만 사랑해 달라고 강요하는 철없고 밉쌀스런 여자애 같았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그 부분이 이해가 갔다. 그녀는 현실적 삶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원 없이 사랑하는 게 먼저인 여자였다. 남자든, 일이든, 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뭣이 되었건, 그녀는 사랑하며 사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파리로 떠나는 남자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난 구절을 여기다 옮겨본다. 드라마 마지막에 여주의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문장이다. 

    "세상은 내 앞에 있고, 긴 갈색 대로는 내 앞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리킨다. 이제부터, 나는 더 이상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나 자신이 바로 행복이다, 무릇 내가 만난 것은 모두 좋다, 모든 것이 받아들여진다. 이제부터, 나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나는 완전히 그리고 절대적으로 나를 주재한다. (世界在我面前,長長的褐色的大路在我面前,指向我想去的任何地方。從此,我不再希求幸福,我自己便是幸福,凡是我遇見的我都喜歡,一切都被接受,從此,我不受限制,我使我自己自由,我走到我所願去的任何地方,我完全而絕對地主持著我。)" 


감동의 구절

    이 드라마, 줄줄이 명언이다. 그렇다고 그걸 다 옮길 수는 없고, 몇 개만 맛보기로 옮겨본다. 


1. 여주를 잊지 못해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여자는 실연당하면 뼈가 부러지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너무 아프다. 두세 달이 지나 아물면, 아무 일도 없는 것과 같다. 남자가 실연당하면 알레르기 비염과 같다, 환절기만 되면 발작한다. 죽일래도 죽일 수 없다. 평생 너를 괴롭힌다.(女人呢失戀了,就跟骨折了一樣,剛開始的時候痛徹心扉,過了三兩個月,等到癒合了,那就跟沒事人一樣;男的失戀了就跟過敏性鼻炎一樣,一到換季就發作,死是死不了,折磨你一輩子。)"  

    나는 이 말이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기억하고 산다로 이해되었다. 남자들 정말 그래? 


2. 여주가 나이차가 많은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려 한다는 것을 감지한  전남편이 질책하려 들자, 여주가 하는 말이다. 

    "사랑은 무작위 사건이야. 내가 언젠가 정말 연애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가 몇 살이고, 무슨 일을 하고, 어디 사람이고, 키가 크든 작든, 뚱뚱하든 말랐든,  다 상관 없어.(愛情就是隨機事件,等我哪天真的遇到了想談戀愛的人,他多大年紀、做什麼工作、哪兒的人、高矮胖瘦,都沒關係。)"


3. 여주는 요리를 엄청 못한다. 자기가 요리 못하는 것을 두고 딸에게 하는 말이 이렇다. 

    "사람은 반드시 자신에게 결점이 있는 것을 허락해야 해. 만약 매사에 자신을 가혹하게 꾸짖으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人必須允許自己有缺點,如果每件事都苛責自己,就活得太累了。)"


4. 연하남이 비행사 교육을 받으러 떠나며 여주에게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을 때, 여주가 하는 말은 이랬다. 

    "미래를 약속하지 마. 이 일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어,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사실 아무도 몰라. 이런 불확실함이야말로 미래의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야, 그렇지? (不要承諾未來。這一年會發生很多事,我們會遇到很多人,未來會發生什麼我們其實誰都不知道。這種不確定才是未來最值得期待的部分,是吧!)


5. 여주의 오빠가 뭔 상황에서 여주를 설득하려 했을 때, 여주는 '이기적이다'를 비판할 항목으로 보지 않고, 옹호하며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은 이기적이여야해,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해. 먼저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거잖아. (人就應該自私,就應該把自己放第一位。先愛自己才能學會愛別人嘛。)"


    완전 강력 추천!


PS.

    유독 한국인이 보면 재미있을만한 지점이 하나 있다. 여주의 남편으로 나오는 린껑신(林更新)이 조선족 중국인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그와 그의 엄마가 종종 조선말을 쓴다. 여주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남편과 시어머니가 며느리 험담할 때 주로 조선어를 쓴다. 우리 한국인은 이 한국말이 고스란히 들리기 때문에, 여주의 남편과 시어머니의 교양 없음이 너무 느껴진다. 

    중국 드라마를 보는데, 한국어가 들려서 그 상황의 느낌이 너무 잘 느껴지는 경험을 한번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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