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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l 07. 2024

단원인장구(但願人長久, 2024)

방영 횟수 : 48회

감독 : 띵헤이(丁黑), 우멍은(吳蒙恩)

여주 : 천옌시(陳妍希, Chényánxī)

남주 : 허룬똥(何潤東, Hérùndōng)、펑관잉(彭冠英, Péngguànyīng)


    이 드라마는 한마디로 덩리쥔(鄧麗君)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녀가 가수로 성장하고 이름을 드날리는 과정을 그녀가 태어나던 때부터 시작해서 사망까지 담아낸 인물 전기다. 

    2018년에 촬영을 시작했으나, 2024년 6월에야 방영이 되었다. 중국이 공산화되는 과정에서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넘어간 국민당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아마도 양안의 민감한 정치문제를 건드린 것이어서, 중국정부의 검열을 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또 하나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드라마가 덩리쥔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다. 덩리쥔이 6.4 천안문 사건 때, 학생들을 지지한다고 표명했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 드라마가 제작을 시작할 때는 <아지재후니(我只在乎你, 나는 너만 생각해) >라는 제목이었는데, 방영하면서 또 다른 노래 제목 <但願人長久, 다만 그대가 오래도록 살아 >로 바뀌었다. 중국어 실력이 대단하지 않은 나로서는, 드라마의 내용과 더 잘 어울리고,  쉽게 이해가 되고, 더 감미롭게 느껴지는 제목은  <我只在乎你>이다. 혼자 근거 없이 추측해 보건대, 제목을 바꾼 것은 중국인 입맛에 맞추려던 것이 아닌가 싶다. <但願人長久>는 소식(蘇軾)의 <수조가두(水調歌)>라는 고문(古文)에 가락을 붙인 것인데, 중국 사람들은 고문을 쓰면 굉장히 고상하다고 여기는 민족이다.


    드라마 내내 등려군의 대표곡들이 흘러나와서 좋다.〈月亮代表我的心〉、〈甜蜜蜜〉、〈小城故事〉、〈何日君再來〉、〈我只在乎你〉、〈但願人長久〉등등. 내가 중국어를 배워서 이제 이 가사들이 다 들린다는 것이 너무 좋다. 그녀의 노래들, 가사가 참 예쁘다. 다 좀 사랑스럽고 희망적인 가사여서 들어도 들어도 듣고 싶은 노래가 아닌가 싶다.

    덩리쥔의 노래가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이기 때문에 저작권료만 억대가 들었단다. 이 드라마 전체에는 무려 15억 대만 달러가 들었단다.  (타이완 달러 1억이면 한국돈 40억이고.... 15억이면 한국돈 600억이다. 와우, 이거 좀 믿어지지 않는다. 나, 뭐 계산을 잘못한 건가?)


외성인(外省人)의 삶

    이 드라마를 통해 장개석을 따라온 국민당 군인이 대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대만은 원주민·민남인(閩南人)·객가인(客家人)·외성인(外省人)·신주민으로 구성된 다원적 사회다. 원주민은 대만 섬에 옛날부터 살고 있던, 대만 섬의 진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인디언이 살고 있었던 것처럼. 신주민은 현대 들어 대만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사는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신주민 중 베트남 신부가 다수를 차지한다. 

    민남인, 객가인, 외성인은 중국 땅에서 넘어온 한족이다. 민남인과 객가인은 명·청 시절에 건너온 사람들이고, 외성인은 1949년을 전후해서 공산당에 패해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와 함께 이주해 온 사람들을 가리킨다.

    여주의 아버지가 바로 국민당 군인으로, 이렇게 건너온 군인들이 모여사는 마을 쥬엔춘(眷村, juàncūn)에서 덩리쥔을 낳고 키웠다.

    

    국민당 군인들이 모여 살던 쥬엔춘(眷村)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 타이베이에도 있다. 101 빌딩 부근의 스스난춘(四四南村)이 바로 그런 곳인데,  타이베이 101 빌딩을 둘러볼 때, 스스난춘(四四南村)도 함께 돌아보시길. 

    스스난춘(四四南村)을 가보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비바람을 막을 정도로만 허름하게 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서야 왜 그랬던 것인지 이해가 간다. 국민당 군인들은 그들이 곧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마음에 그들이 사는 쥬엔춘(眷村)은 임시 거처인 것이다. 

    허름한 집만큼이나 이 사람들의 삶도 고달팠을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모든 경제적 기반을 중국에 둔 채로 온 것이라, 군대가 주는 배급과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살아야 하는 점이 그렇고. 정서적으로는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가족들이 그립기 때문에 고단하다. 아예 옮겨왔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보다 곧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살지만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 삶이 사람을 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덩리쥔의 남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덩리쥔의 남자는 셋이다. 첫 번째 남자는 첫사랑 조타이셩(周台生), 두 번째 남자는 재벌그룹의 손자, 왕종원(汪仲文), 마지막 남자는 서양인이다. 

    실제로는 드라마 보다 조금 더 많다. 18세에 만난 첫사랑 린쩐파(林振發), 25세에 만난 친샹린(泰祥林), 27세에 만난 성룡(成龍). 그렇다, 우리가 아는 그 성룡이다. 거기에 29세에 만난 궈콩청(郭孔承), 37세에 만난 프랑스인 스테판 퓨엘 까지. 

    드라마에는 그녀가 젊은 시절에 만났던 남자들이  조타이셩(周台生)과 왕종원(汪仲文) 두 인물로 축약되어 이리저리 섞여 나온다.

    

   덩리쥔의 팬이었던 린쩐파(林振發)는 덩리쥔의 첫사랑으로, 덩리쥔이 그가 아니면 평생 시집 안 가겠다고 한 사람이나, 그만 심장병으로 죽고 만다. 드라마에서는 왕종원(汪仲文)이 덩리쥔을 만나러 오던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뻔한 장면으로, 또 덩리쥔 콘서트의 표를 몽땅 사들이려는 모습 등으로 린쩐파(林振發)를 표현해놓지 않았나 싶다.

    덩리쥔이 25세 때 만난 홍콩 배우 친샹린(泰祥林)은 임청하(林青霞)의 소개로 알게 된다. 이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삼각구도를 형성하면서 친구처럼 지냈던 두 여자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뚜안닝(段寧)과 덩리쥔이 조타이셩을 두고 갈등을 빚는 장면으로 각색된 것으로 보인다.

    27세에는 미국에서 성룡(成龍)을 만나 잠깐 연인처럼 지낸다. 성룡은 친구들과 왁자하니 모여 노는 것을 좋아하고, 덩리쥔은 조용하게 둘이 지내는 것을 원했는데, 이런 차이로 관계가 오래가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성룡의 모습은 홍콩 연예계의 잘 나가는 사회자 페이꺼(飛哥)로 표현되었다고 생각된다. 생긴 것도 살짝 비슷하지만, 페이꺼(飛哥)는 어딜가나 아는 사람 투성이다. 드라마에서는 페이꺼(飛哥)가 덩리쥔에게 관심이 있어 자주 만나는데, 그를 아는 체하는 사람이 많아, 단 둘이 앉아 있을 틈이 없다.

    29세에 만난 말레이시아 화교인 궈콩청(郭孔承)과는 약혼까지 갔으나, 그의 조모가  덩리쥔에게 결혼 전에 있었던 남녀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고, 결혼 후에 가수 생활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혼이 성사되지 못하고 만다. 이 점은 드라마에 그대로 표현되었다. 

     덩리쥔의 마지막 남자는 15살 연하의 프랑스 남자다. 덩리쥔은 그와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남자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천식 발작으로 병원으로 옮기던 중에 사망한다. 


    덩리쥔이 가수로 전 아시아에서 이름을 날린 것에 비하면,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조금씩 다 씁쓸하게 끝을 맺고 말았다. 드라마도 그렇게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로도 그녀가 콘서트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는 '남자'보다 '노래'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덩리쥔에 대한 미화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거북했던 점은 등려군에 대한 미화가 너무 심하다는 거.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밌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효녀다!

    그녀의 모든 사랑은 순수했다!

    그녀는 사랑보다 우정을 중시했다!

    그녀는 대가수지만 뽐내는 태도가 하나도 없다!

    그녀는 금방 새로운 언어를 배우은 언어 천재다!

    그녀의 맑은 노랫소리는 그녀의 성정이 깨끗해서다!

    그녀는 딴따라지만 엄격한 집안에서 단정하게 자랐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재능을 가졌다!> 등등.


    그녀의 목소리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한들, '미화'말고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영광도 고뇌도 함께 느끼도록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참고문헌 :

1. https://zh.wikipedia.org/zh-tw/但願人長久_(電視劇)

2. https://www.secretchina.com/news/b5/2023/08/11/10415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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