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꺾이는 감정
그냥 감정이 좀 많이 이상했다. 내가 많이 이상했다. 원래는 감정의 변화가 그래도 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곡선을 그렸었는데, 자주 한순간에 훅 우울에 빠졌다. 감정이 훅 꺾이는 느낌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너무 버거웠다. 나에게는 너무 벅찬 일 같았다. 그런데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무서웠다. 정말 믿고 의지하는 지인에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버겁고 벅차다'는 말을 해봐도 똑같았다. 답답한 게 조금은 풀렸지만 여전히 버거웠다. 하루 에너지 겨우 벌어 그 하루동안 완전히 다 소진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계속 벅차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가 원래 이렇게 에너지의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나약한 존재인 것 같았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무서웠다.
불안했다.
진짜 바보 같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다니. 이래선 상담가라는 꿈을 가질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나약한 내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정신이 좀 괜찮아졌을 때 그간의 내 상태들을 돌아보고 생각했다. '우울증인가?' 싶었지만 그 정도로 심한 건 아닌 것 같고, '공황인가?' 싶었지만 내가 배운 공황장애의 증상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의심이 든 게 어디야. 너무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아 이렇게 가다가는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