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쓸 사람은 계속 써야 하니까.

by 무딘

정사각형 중앙에 작은 점이 하나 찍혀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그것만으로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동시에 무엇도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유식한 사람은 이를 '정보에 불균형이 있다'라고 고급지게 표현하더군요.


이제 사각형을 기울여 옆면을 봅니다.

네, 사각형은 사실 정육면체를 위에서 내려다본 것이었습니다.

옆을 보니 이번엔 4개의 점이 찍혀있군요.

자, 이제 사각형의 정체가 감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주사위입니다.

하나의 정보가 더해지자 눈앞의 대상이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 겁니다.

원래부터 그랬는데 정보가 부족해 알 수 없었던 모습을, 뒤늦게 바로 보게 된 겁니다.


싸구려 믹스커피를 모토로 한 이 시리즈에서, 저는 그런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나 작가지망생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아마추어에 불과한 제가 창작에 관해 무슨 대단한 정보를 나누겠습니까.

그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비춰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각형이 주사위가 되듯, 글쓰기의 숨겨진 본질을 더 선명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안타까운 일들의 연속이라 새삼 안타까울 것도 없지만, 제 목적이 달성됐는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네요.

아마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리즈의 실패를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또한 제 선택의 결과이니 받아들여야겠지요.


아직 나눌 꺼리며 조금 더 남아있긴 하지만, 이 정도에서 시리즈를 덮을까 합니다.

허공을 붙잡고 나 홀로 악수를 하는 시간이 슬슬 버거워져서 말이죠.

또한 다른 시리즈를 시작하고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와서요.


볼품없는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허리를 90도로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른 시리즈에서 좀 더 나아진 기획과 글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쓸 사람은 계속 써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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