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영혼 - 경계 너머에서 닿을 수 있는 것
명작에서 프레임워크를 따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들만 다뤘더군요.
워낙에 범죄 서스펜스 장르를 즐기는 터라, 그쪽으로 먼저 손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엔 어깨에 힘도 뺄 겸,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주요 등장 인물도 몇 안되고 플롯도 난해하지 않아, 가벼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을때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피 골드버그의 능청스런 코믹연기가 일품이었던 영화, 영화보다도 OST가 더 인상적이었던 영화, 바로 '사랑과 영혼'입니다.
극이 극이니 만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 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준비운동 삼아 3막의 구분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막 : 세계관 설정. 일상을 흔드는 도발적 사건 발생
2-1막 : 도발적 사건을 풀어가며 잠정적 결과(실패)를 맞음
중간점 : 극을 전후반으로 구분하는 극적 변화 발생
2-2막 : 극적 변화를 따라가다 절정으로 이어지는 사건 발생
3막 : 도발적 사건과 연계된 극 전체의 클라이막스 해결
이에따라 사랑과 영혼을 분석해 보면, 우선 1막이 시작되면 세 명의 친구, 샘(주인공, 남), 몰리(주인공, 여), 칼(적대자1, 남)이 도시에 새로운 집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샘과 몰리는 연인관계고, 샘과 칼은 같은 금융회사를 다니는 동료기도 하죠.
도시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사랑을 키워가던 어느날, 샘이 관리하는 은행 계정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엄청난 돈이 입금됩니다. 이게 도발적 사건이죠.
오류겠거니 생각하고 샘은 계좌를 암호로 일단 잠궈둔 뒤, 저녁에 몰리와 연극을 보러갑니다.
연극을 보고 나오던 중 강도(윌리, 적대자2)를 만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샘은 목숨을 잃습니다.
분명 죽었음에도 샘은 하늘나라로 가지 못한 채 몰리의 주변을 배회하게 되죠.
여기까지가 1막입니다.
2-1막이 시작하자마자, 샘은 자신을 죽였던 강도가 몰리가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침입한 것을 목격합니다.
교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강도를 쫓아낸 샘은, 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그를 뒤쫓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철에 거주하는 특이한 지박령을 알게 되죠. 그는 행색이 노숙자나 부랑자 같았죠.
결국 강도를 추적해 소재를 파악한 샘은 이 사실을 몰리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데, 그러다 흑인 영매 오다메를 찾아갑니다.
사이비 영매인 줄 알았던 오다메는 '백인이 왜 나한테?'라고 반문하며 샘의 영혼과 소통하게 되고, 샘의 협박에 못 이겨 강도에 관한 정보를 몰리에게 전달합니다.
흑인 영매의 말에 몰리는 반신반의하며 강도의 소재를 칼에게도 전달하는데요, 당연히 칼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후 칼은 강도의 소재지를 찾아가는데요, 샘은 그를 뛰따라가며 그의 안위를 걱정하죠.
강도의 집에 도착한 후, 실은 칼과 강도는 한편이었고, 그들이 마약상의 사주로 돈 세탁에 관여했다는 사실, 강도가 암호를 적은 수첩을 빼앗기 위해 자신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믿었던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는 것으로 극은 중간점에 도달하죠.
사랑과 영혼이 택한 중간점 전략은 '분규'입니다.
2-1막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죠.
2-2막이 시작되자마자, 경찰서에 찾아간 몰리는 오다메의 정체가 사기 전과범이라는 걸 알게 되죠.
결국 몰리는 샘과 통한다는 그녀를 완전히 불신하게 됩니다.
한편 샘의 유품에서 그의 수첩을 찾아낸 칼은, 결국 정지된 계좌의 암호를 알아내고 마약상과 자금 이체 계획을 세웁니다. 이 모든 과정을 유령이 된 샘이 곁에서 지켜보죠.
한 걸음 더 나아가, 칼은 위로하는 척하며 몰리의 마음마저 빼앗으려 듭니다.
자신을 죽인 살인자가 사랑하는 연인마저 빼앗으려 하는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샘은, 지하철의 지박령을 찾아갑니다. 그는 영혼임에도 현실에 물건을 움직일 수 있었거든요.
결국 지박령을 설득한 샘은 그에게서 물건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한편,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합니다.
칼이 돈을 송금하기전 오다메를 통해 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한 뒤 수녀에게 기부해 버리죠.
이후 계획이 틀어져 당황하고 있는 칼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지박령에게 배운 능력으로 PC키보드를 치는 거죠.
결국 칼도 샘의 존재를 믿게 되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몰리를 죽이겠다고 오히려 샘을 위협하는 한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영매 오다메를 죽이러 갑니다.
3막에선 칼이 강도와 함께 오다메의 집으로 찾아가는데요, 샘이 물리적 능력을 발휘에 강도를 지옥으로 보내게 되죠.
한편 달아난 칼을 쫓아 몰리에게 돌아간 샘은, 오다메를 통해 결국 몰리와 소통하게 되고, 끝까지 돈에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샘 역시 지옥으로 보내버립니다. 사이다 엔딩의 완성이죠.
천국으로 가기 전, 몰리, 그리고 오다메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샘은, 다시 만나길 약속하며 안식의 길로 떠납니다.
오랜만에 플롯을 정리하며 다시 보니, 살짝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이번엔 한편의 동화처럼 느껴지더군요.
요즘들어 이중, 삼중으로 플롯을 겹겹히 꼬아놓고, 결말 조차 뭔가 시원스레 마무리 되지 않는 이야기들만 봐와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니면 지천명을 코 앞에두고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하하.
사실 사랑과 영혼은 얼핏보면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전 그보다는 동화나 우화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백인들 간에 벌어진 문제를 평소 그들이 무시하는 사회적 약자, 곧 '흑인이나 노숙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거죠.
굳이 코어롤(core role)인 영매를 흑인으로 선택한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극 곳곳에 흑인에 대한 유머코드가 담겨있기도 하고요.
곧 폐쇄적인 백인집단에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키는 백인이라는 경계 밖, 사회적 약자들이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니 서로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자'라고 나지막이 말하는 것 같달까요.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겠지만, 감독이 전하는 '한편의 동화'라고 생각하면 극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싶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반영해 극의 프레임워크를 따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1막
- 전체 배경, 세계관을 구성하는 3명의 인물(A, B, C) 등장
. 셋은 친구 또는 동료고, A와 B는 연인이나 가족(부녀, 모자) 그 이상의 관계
. A와 B는 그들만의 관계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가짐
- 도발적 사건 : 다른 세계로 완전히 분리되는 주인공A
. 갑자기 주인공A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큰 '행운'이 생김. 조심스러운 주인공A는 이를 따로 보관.
. 그러다 적대자2와 충돌하며 다른 세계로 완전히 분리되는 주인공A
. 주인공A는 B와 C를 볼 수 있지만, B와 C는 주인공을 볼 수 없음
. 주인공A는 B와 C의 세계에 어떤 영향력도 가할 수 없음
- 격리된 상태에 B와 C를 보며 괴로워하는 주인공A
나. 2-1막
- 자신을 격리시켰던 적대자2가 이번엔 B를 위협하는 상황을 알게됨
. 이후 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격리된 상황을 초월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초월자'를 알게 됨
. 초월자는 기존 세계의 관점에서는 사회적 하층민
- 위협을 알리고자 두 세계를 연결하는 '메신저'를 찾아가는 주인공A
. 메신저는 역시나 기존 세계에선 철저히 무시당하는 아웃사이더
- 메신저를 통해 B에게 위협을 전달하지만 B는 반신반의
- B에게 이야기를 들은 C는 믿지 않는 한편, 적대자2를 직접 찾아나섬
. 이 과정에서 주인공A는 C가 적대자2와 공모해 주인공A를 자신들의 세계에서 쫓아낸 주범이라는 걸 알게됨. 주인공A에게 갑작스럽게 생긴 '행운'을 갈취할 목적으로.
. 적대자2의 충돌 목적은 사실 주인공A의 비밀을 뺏는 것(잠궈놓은 행운을 개방할.). 그걸 달성 못하자 나중에 동거했던 B에게 또 접근한 것
다. 2-2막
- 중간점 : 메신저에게 들은 이야기를 불신하게 되는 B
. 권위있는 기관을 통해 자신에게 찾아온 메신저가 사기꾼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는 B. 주인공A의 존재를 불신하게 되는 B
- B의 거처를 뒤져 비밀을 알게되는 C. 주인공A의 행운을 빼앗음.
. C 또한 제3의 기관을 통해 압박받고 있던 상태로, '행운'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게 그의 임무. 주인공A가 이계에서 이 상황을 다 지켜봄
. 나아가 B의 존재까지 위협하기 시작하는 C
-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주인공A는 '초월자'를 찾아가, 가까스로 그의 능력을 전수 받음
- 메신저를 통해 C의 계획이 진행되기 전 '행운' 자체를 무효화 시켜버리는 주인공A
. 나아가 초월자에게 배운 능력으로 C에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주인공A
- 틀어진 상황을 인식하며, 또한 주인공A의 존재를 느끼며, B를 미끼삼아 '행운'을 돌려내라고 되려 위협하는 C
. 한편으로 주인공A를 도운 메신저를 공격하려 떠나는 C
라. 3막
- C와 적대자2가 동시에 메신저를 공격하지만, 배운 능력을 통해 이들을 제지하는 주인공A
- 달아난 C가 B를 위협할 것을 예측하고, B에게 돌아가는 주인공A
. 함께 온 메신저를 의심하지만 주인공A가 '둘 만의 상징물'을 보여줘 B와 소통. 결국 주인공A의 존재를 믿게되는 B
- 예상대로 B를 찾아온 C는 B를 붙잡은 채, '행운'을 돌려내라고 주인공A를 위협
. 결국 주인공A의 능력으로 C를 제압, 세계에서 축출해버림
- 서로가 잠깐 연결되며 아름다운 헤어짐을 고하는 주인공A와 B
이 프레임 워크를 어떻게 응용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야기는, 진보와 보수로 극단적으로 나뉜 어떤 언론사 이야기였습니다.
진보가 우세했던 이 회사는 보수를 표방한 소수의 사람들과 말도 섞으려 들지 않죠.
그러다 진보였던 주인공은 '놀라운 제보'를 받게 됩니다. 정계 거물의 대형 리베이트 비리 제보였죠.
제보의 가치를 알고 일단 일상을 보내던 중,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눈을 잃게 됩니다.
충격에 우울증과 싫어증까지 겹치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죠. 퇴원 후 회사는 그에게 권고사직 제안합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회사를 떠나려 짐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PC가 손상됐다는 사실과, 썸을 타던 회사의 후배에게도 같은 '제보'가 도달했음을 듣게 됩니다.
이후 기자적 직감이 발휘, 자신의 사고 이면에 어떤 배후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후배에게 전달하려 합니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말도 할 수 없고, 심지어 글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주인공은 이를 전달할 수가 없었죠.
그러다 보수로 낙인찍혀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선배와 인근 병원에서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 서로 멱살까지 잡으며 으르렁거렸던 사이였죠.
비슷한 증상의 아이를 키웠던 꼴통 보수 선배는, 신기하게도 주인공의 바디 랭귀지를 알아듣습니다.
이후 주인공은 극 보수 선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차례차례 나가며, 결과적으로 목소리를 되찾습니다.
보수에게도 '인간의 심장'이 뛴다는 걸 배우기도 하고요.
디테일을 잘 채우면 제 눈에는 괜찮은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프레임 워크를 이용해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또 한편의 아름다운 '어른 동화'가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