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게
나는 어려서 들과 산으로 다니면서 들에 핀 노란 민들레꽃을 좋아했었고,
산 한자락에 피어난 할미꽃을 좋아했었다.
내가 들꽃을 좋아했던 이유는,
엄동설한 눈속에서도,
모진 비바람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서 꽃을 피워내는 그 강인함과 순수한 예쁜색에 매료되어 좋았었다.
그리고
보라빛 제비꽃과 나팔꽃도 좋아했었다.
특별히 물을 주거나 가꾸지 않아도 홀로 꽃을 피워내는 대견함이 좋았다.
어려서 내 눈에 담았던 소박한 그 아름다움이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도 눈앞에 선명할 정도로 그만큼 좋았다.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놀던 그 시절의 맑고 순수했던 마음에 온전히 자리잡았던 들꽃이기에 더욱더 잊을 수가 없다.
자연의 섭리 앞에서 당당히 꽃을 피워내는 당참이 내 마음속에 쏙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나는 어려서 참 많은 경험을 했었다.
들로 다니면서 냉이캐고,
파릇파릇 돋아난 쑥을 뜯으러 다니고,
개울가에 수북히 자란 물쑥에서 뽀얀 물쑥 뿌리 캐고,
강둑을 기어다니는 땅강아지 잡고,
졸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올챙이 잡고, 미꾸라지 잡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학창시절엔 반대항 핸드볼 시합을 하고,
테니스를 치며 참 건강하게 활기찬 생활을 하였었다.
그 나이에 꼭 맞는 감성어린 소녀였다. 라고나 할까?
특별히 누구의 도움 없이도 곧게, 꿋꿋이 잘 살았었다.
그러나
결혼을 한 이후부터 내 인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건강이 문제가 되었다.
이십대인데도 불구하고 수술을 하였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노년이 되기전까지 크고 작은 시술과 수술을 열여섯번이나
하면서 살아왔다.
처음 수술대에 올라갔을땐 두려움과 무서움이 엄습해 왔었다.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눈 수술을 네번 해야 했을땐,
혹여 실명할까 걱정스럽고, 불안하고, 무서웠었다.
지나온 과정을 되짚어 보면 결코 쉬운 시술과 수술은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그러했다.
그럴때마다 스스로 내 자신에게 다독이며 ' 괜찮아. 괜찮을꺼야. ' 를 되뇌였었다.
그리고 매번 그런 내 운명 앞에 꿋꿋이 버텨냈다.
그 순간엔 마치 내가 들꽃 같았다.
꺾으려해도 꺾이지 않는 들꽃처럼 세상 풍파에 시들거나 꺾이지 않고 살아나고 또 살아났었다.
난, 살고 싶었다.
난,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그래서
내게 시련이 닥칠때마다 마치 아무일이 없는 것 처럼 있는 힘껏 힘을 냈었다.
아무에게도 나의 이러한 생각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내 가슴에만 새겼었다.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이고 시들어 버릴순 없었다.
들꽃처럼 살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운명을 거스릴순 없겠지만 이겨내고 극복할 수는 있는것 같다.
나는 병원 간호사로부터 VIP 고객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너무나 익숙하게 병원을 드나들었다.
가족들 앞에서는 애써 태연한척, 걱정이 없는 척, 무섭고 두려움이 없는 것 처럼 행동 하였지만
정작 속으론 무섭고, 두렵고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그럼에도 살아보겠다고, 고쳐보겠다고 그토록 안간힘을 써왔다.
그밖에도 다 나열할 순 없지만 교통사고까지 얘기하자면 너무 장황할 것 같아서 생략한다.
남편이 나에게 종합병원이라 부를 만큼 실제로 몇개과를 빼고 거의 전부 다녔었다.
암 직전 단계까지 간적도 있었고,
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이겨냈다.
다 극복했다.
비록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난 꿋꿋하게 일어섰다.
절망적인 세월도 다 지나가고 결코 꺾이지 않는 들꽃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이름없는 들꽃과 같은 처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감사하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그 과정에서 많은 돈을 써야만했다.
그리고 아픔과 고통이 수반된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주저 앉지 않고 서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로부터 겪어야 했던 시련도 멈추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모진 세월을 살아왔는지 아득하다.
다시는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인고의 세월이었다.
내가 맘 편히 살 수 있게 된것은 2~3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힘들었던 삶의 굴레에서 벗어났고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들을 하나, 둘씩 내려 놓게 되었다.
또한 가슴에 맺혀있던 응어리들을 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오롯이 나를 위해 살고 있다.
들꽃처럼 강인하게 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만큼 뒤늦게 나에게 찾아온 선물처럼 느껴졌다.
내게는 아직까지 별 이상없이 잘 관리해온 부분이 있긴하지만 힘을 내볼까 한다.
그래서 내 스스로 내 자신을 토닥토닥 다독여 주고 싶다.
언젠가는 들꽃처럼 예쁜꽃을 피워보리라 다짐하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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