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그러나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을 녹이고 새 생명을 움트게 한 따뜻함이야말로 가장 먼저 찾아온 손님입니다. 봄이 따뜻함을 뒤따라 방문한 것은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삶의 자명한 진실입니다. 굳어져버린 것이 부드러워지고 단단해져 버린 것이 깨져야 새 생명을 잉태하는 법이니까요.
‘철들다’라는 말이 ‘철을 안다’, 즉 ‘계절을 안다’라는 말이라지요. 우리 집 강아지와 숲길을 걷다가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니 아직도 정하지 않은 한 해의 다짐이 떠오릅니다. 올해는 더욱더 타자에게 온기를 건네보렵니다. 그렇게 내 존재를 통해 타자 안에 생명이 움돋게 해보렵니다. 3월이지만 제 때 만난 다짐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