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Black Panther)> 톺아보기
와칸다 차원에서 티찰라는 와칸다를 위하는 선한 왕이고 킬몽거는 왕국에게 위험을 가져오는 존재다. 그러나 전지구적 차원에서 티찰라는 세계의 문제에 침묵하는 권력자고 킬몽거는 흑인의 해방을 추구하는 운동가다. 와칸다 차원에서 보든 전지구적 차원에서 보든 이 둘이 살아온 환경을 고려할 때 이 둘의 입장은 필연적이다. 티찰라는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왕자로 성장해 왔고 킬몽거의 세계에서 흑인은 차별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선한 사람이고 누가 악한 사람일까?
<블랙 팬서>는 누가 선하고 누가 나쁜지 밝히는 데에 그리 관심이 없다. 영화는 그저 와칸다 왕국의 일과 티찰라의 인생에 담긴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윤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잃는다. 선악이 그렇게 명료하게 구분이 가능한가? 선악이 오롯이 개인의 문제인가? 윤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할 말을 잃는다.
영화는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 나름의 대답을 제시한다. 이는 둘의 만남과 그 이후를 보여주며 제시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블랙 팬서는 킬몽거의 뜻에 자신의 방법을 더하고, 와칸다는 불의와 불공평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국제 구호센터를 설립하고 와칸다의 기술과 자원을 세계에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생각과 뜻이 다른 이들의 만남을 통해 세계는 더딘 진보를 이룬다. 잔잔한 내 세계에 타자가 끊임없이 돌을 던져야 발전이 이루어진다. 몸이 아픈 건 내 몸이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넘어지고 좌절해야 더 큰 존재가 된다. 부서지고 깨져야 더 큰 존재들을 끌어안는 세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