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soul) 음악
고등학교 1학년때 시골 학교에 키도 크고 멀끔하게 잘생긴 총각 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우리 반은 인문계였는데 유일무이 한 반이 3년을 같이 다녔다. 공부도 잘 하지만 말썽도 많이 부리는 아이들이 있던 반이라 선생님들은 기대도 컸지만 버거워하기도 했던 반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우리 반 담임을 2년이나 맡으셨고, 조숙한(?) 여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선생님은 영어 수업을 할 때면 우리에게 팝송을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가사를 해석하면서 영어에 재미를 붙이게 해 주셨다.
그때 난 처음으로 사이먼 &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를 알게 되었고, 듣자마자 푹 빠져버렸다.
눈감고 듣고 있으면 바람 부는 계곡 위에 한 사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 있는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공부하랴 엄마일 도우랴 음악은 거의 들을 시간이 없었기에 팝송은 아예 모르는 상태였었다.
그 이후로 항상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고, 방과 후 팝송을 몰래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더 잘 되었다.
후에 반창회에서 들었다.
선생님은 말썽을 부리는 남학생들과 축구를 하고, 몰래 술 마시는 놈들을 데리고 술 교육을 시켜주시기도 했단다. 물론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게 맞지만, '몰래 할 바엔 내 앞에서 마셔라!' 하면서 아이들이 혹시라도 사고 칠까 봐 미리 방지하셨다고 한다.
혈기왕성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였으니 누구 말인들 들었겠는가! 그런 애들이 삐뚤어지지 않고, 선생님과의 좋았던 추억을 기억하고 사회생활을 더 잘하고 있다.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친구도 있었고, 남몰래 바라기를 하던 애들도 많았다고 훗날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그저 좋은 선생님이란 기억만 있었다.
졸업 후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런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알게 되었다.
난 그때 뭐 했을까! 물론 같이 있었지만 늘 쉬는 시간에는 잠을 잤다. 학업과 집안일을 도우느라 늘 피곤했던 거 같다.
그래서 친구들이 학창 시절 얘기를 하면 기억이 안 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우린 만나서 선생님을 찾았다. 다행히 연락을 하고 있던 친구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선생님의 소식을 알 수가 있었다.
경주에서 여전히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계셨다.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런가 얼굴이 많이 야위었고, 그 시절의 흔적만 조금 남아있을 뿐이었다.
우리들을 다 기억하고 계셨고 이름도 잊지 않고 계셨다.
난 낯가림이 심해서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그래도 기억하고 계셔 주셔서 감동이었다.
그렇게 선생님을 찾아뵙고 모일 때마다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선생님의 부고를 받았다.
나이가 고작 50대 중반이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사인은 과로사였다. 교감으로 승진하시게 된 날 아침에 출근하시다가 쓰러지셨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얼마나 열심히 사셨는지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그랬을 것이다 우리에게 그랬듯이 쉬지 않고 학생들을 챙기셨겠지 누군가 옆에서 돌봐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사모님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서울에 계셨기에 떨어져 살았다고 한다.
돌아가신 것도 장례가 다 치러진 다음에 연락을 받아서 우리는 납골당으로 가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었다.
이 음악을 들으면 항상 멋지던 담임 선생님이 생각난다.
선생님 덕분에 영어도 재미있게 공부하고 팝송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내 인생곡!!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달팽이가 될 바엔 차라리 참새가 되겠어요.
Yes, I would
네, 그럴 거에요.
If I could
할 수만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럴 거에요.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못이 될 바엔 차라리 망치가 되겠어요.
Yes, I would
네, 그럴 거에요.
If I only could
할 수만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럴 거에요.
Away, I'd rather sail away
멀리, 차라리 저 멀리 배를 타고 떠나겠어요.
Like a swan that's here and gone
마치 여기 있다가 떠난 백조처럼요.
A man gets tied up to the ground
인간은 땅에 매여 있다가
He gives the world its saddest sound
가장 슬픈 소리를 세상에 들려주죠.
Its saddest sound
가장 슬픈 소리를요.
I'd rather be a forest than a street
길거리가 될 바엔 차라리 숲이 되겠어요.
Yes, I would
네, 그럴 거에요.
If I could
할 수만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럴 거에요.
I'd rather feel the earth beneath my feet
차라리 내 발 밑에 있는 대지를 느끼겠어요.
Yes, I would
네, 그럴 거에요.
If I only could
할 수만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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