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를 굴려서 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던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걸 보면서 나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었다.
가족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는 것이었다.
바람을 가르면서 자전거를 타노라면 그 어느 것도 부럽지 않았다.
애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직전에 자전거를 구입하여 가리켜 놓았다.
제법 잘 탔기에 나의 꿈은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5 식구 모두 자기 자전거를 마련하고 한동안은 열심히 달렸다.
한강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였다고나 할까
도시는 시골 같지 않아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많아서 위험하기도 하다.
한강 만한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기 위하여 나왔는데 애들 자전거가 사라졌다.
애들이 속상해서 발을 동동 구른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의 꿈도 자전거와 같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은 자전거도 하나씩 도둑을 맞았다.
아무리 잠가둬도 속수무책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한동안은 자전거를 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5대 모두 도둑맞았다.
후에 2대를 더 사서 도둑맞았으니 정확하게는 7대를 잃어버렸다.
어느 날 아이들과 산책을 하는데 저기 앞에 낯익은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 저 자전거 내 거야 야! 거기 서!!"
둘째가 소리치니까 타고 가던 아이가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도망갔다.
"엄마 나 쟤 알아"
"그래? 그냥 찾았으니 됐다 얼른 가지고 가자"
그랬다 그 시절에 자전거는 모두 아이들이 훔쳐갔다.
거의 중학생 또래애들이 훔쳐간다고 들었는데 잠근장치도 끊고 가져가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1대의 자전거는 찾았지만, 며칠도 안되어서 또 도둑맞았다.
정말 기가 막히는 노릇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도둑맞은 자전거가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다.
기다렸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 가져갔는지 알고 싶었는데, 도둑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가 자전거 앞에 서 있으니 못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도 또 도둑맞아서 그 이후로는 영 찾을 수가 없었다.
온 동네를 다 찾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자전거 고치시는 아저씨가 그러기를 벌써 팔았을 거라는 거였다.
결국은 가족이 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게 자전거를 도둑 맞고 나서는 다시는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세월이 흘러서 자전거가 기억에서 멀어질 때쯤 '따릉이'가 생겼다.
내편이랑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퇴근 후 밤마다 나가서 탔다.
오랜만에 타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게 또 불편한 게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받침도 대고 해봐도 나아지지 않았다.
자전거 타고 하는 밤산책은 한 달을 끝으로 타지 않게 되었다.
두 개의 바퀴를 굴려서 멀리멀리 달리고 싶은 꿈이 이렇게도 이루기 힘든 꿈인가 싶다.
그마저도 지금은 체력이 안될 거란 생각에 포기한 꿈이 되었다.
한강을 달려 파주 통일전망대에 다다라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풍경까지 보고 왔으니, 그 여정이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알고 있다.
그때의 허벅지 터지는 고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네 바퀴를 굴려서 편하게 다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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