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듯

꽉 찬 듯

by 그리여

너는 소나무가 좋다고 했다

나도 소나무가 좋다


너는 오솔길이 좋다고 했다

나도 오솔길이 좋다


너는 슬픈 노래가 좋다고 했다

나도 슬픈 노래가 좋다


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노을을 보며

꽉 찬 듯 비어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붉게 물든 얼굴에

차가운 눈이 내려앉는다


아름다웠지만 부산했던 청춘

가득 찬 것 같지만 비어있는

내 중년의 빈 잔에 낭만을 부어

쓰디쓴 통증을 한 모금 킨다


나는 덜커덩거리는 빈 수레에 너를 싣고

아직도 언덕을 오른다

아련하고 뚜렷하게 멀어진 너를

체념하고 보낸 지 오래지만

타는 듯한 갈망에 먼 산을 바라본다

머리에 내려앉는 하얀 눈이 흘러내려

자꾸만 시야를 뿌옇게 흐린다


투박하게 빛났던 내 청춘

은은하고 무거운 내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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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청춘을 보낸 나라는 중년


whisk 생성이미지


#시답잖은 #시 #중년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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