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바래서 멋스럽다
누렇게 바랜 종이 한 장 넘기니
활자들이 기지개 켜듯 바스락 거린다
또 한 장 넘기니
마른 낙엽 같은 색
습기 마른 묵은 내음
그 속에 소녀의 바람이 있다
무얼 그리 소원했을까
초록의 설렘
반듯한 네 잎
스르륵 부서진다
시간은 책 안에 머물러 있다
행운은 스러졌다
다시 펼쳐진 책은
나를 알아볼까
꿈을 쫓던 소녀는 어디 가고
여태 이렇게 물렁한지
그냥 이성만 또렷한 중년
책장을 잡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
네 잎 클로버를 더는 찾지 않는다
희나리 같은 마음만 서걱서걱
책도
나도
시간 앞에
낡고
멋스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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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세월을 담아 빛이 바래서 나랑 닮아가고 있다
희나리(덜 익은 쌀을 의미. 희나리쌀)
: 덜 마른 장작이나 마른 장작을 뜻하는 순우리말. '채 마르지 않은'이라는 넓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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