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엄마

이제 편안하시지?

by 그리여

남의 집 조상들은 로또번호도 알려준다는데 엄마는 뭐 해?

거기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빠?

엄마 여기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왜 한 번도 같이 여행도 못하고 그렇게 가셨어?

퇴원하면 같이 여행 가자던 그 말은 왜 안 지켰어? 엄마가 깨어나기를 매일 기다렸잖아


그렇게 안 주무시더니 뭔 잠을 그렇게 오래 자셔. 한 번이라도 일어나서 “내 괴안타”라고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기다리며 맘 졸인 시간이 3년이었어. 그렇게 애타게 하더니 기어이 눈 한번 제대로 안 뜨고, 말 한마디 안 해주고 그렇게 가셨네


억지로 병원에 잡아둬서 우리가 그렇게 보기 싫고 미웠어?

미안해 그것밖에 할 수가 없었어

의학은 왜 이렇게 발전해서 우리를 시험에 들 게 한 건지. 결국은 말려들었지 뭐야

뭔 말이냐고? 변명이지 뭐겠어


엄마! 애들이 이렇게 예쁘게 잘 자랐는데 같이 못 봐서 아쉽다.

낯가림이 심해서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하면서 엄마가 ‘15살만 되어 온나 엉덩이 펑펑 때려주게’하던 애가 결혼을 했어

얼마나 예뻤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많이도 왔어. 그렇게 낯을 가리던 아이는 웬 친구가 그렇게 많던지. 식장이 미어터지도록 왔어. 친구들 사진도 두 번에 나누어 찍는데, 카메라에 다 잡힐까 걱정이 될 정도였어. 엄마의 기질을 닮은 건가? 봤으면 엄청 좋아하면서 입이 찢어지게 웃었을 엄마가 보고 싶네

그걸 같이 못 봐서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 위에서 보고는 있는 건지.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괜히 하늘을 한번 봤어


이거 맛있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외식을 싫어했어?

맨날 그렇게 밥을 하기만 하고 누가 해주는 밥은 싫다고 했을까.

나도 엄마처럼 집밥만 고수했는데, 이제는 남이 해준 밥이 그렇게 좋네. 늙었나 봐!

뭐라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고?

엄마가 해 준 김치가 갑자기 생각나네. 이제 나도 김치는 물리도록 많이 해서 김치는 잘 하지만, 옛날에 엄마가 해 준 그 맛이 그리워


나들이 왔어. 여기 이렇게 좋은데 엄마는 이 좋은 것도 못 보고, 아부지하고만 오니까 아쉽다.

우리 애들이 할머니 보고 싶다고 그리워하고, 맛난 거 사주고 싶다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

엄마 귀 가렵지


무엇을 보다가, 어디를 갔다가, 그냥 어느 날, 그렇게 엄마에게 순간순간 질척거린다.


엄마라는 이름은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도 하고, 무겁게도 하고, 그립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어느 것이 진정으로 엄마의 모습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새겨진다.

나의 엄마가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그것을 결정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또한 엄마의 몫이다.


딸들과 같이 여행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나 명절에 같이 모여서 즐겁게 놀 때도 항상 엄마가 생각난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엄마는 그런 것들에서 조금 멀었던 삶을 살지 않았나 싶다. 나의 이런 평범함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있었을까. 나 또한 이런 시간을 갖기까지 20년 넘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조금씩 보상하듯이, 딸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시간을 같이 보낼 때마다, 뭔지 모를 감정이 솟구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더 주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보기로 한다. 그것이 엄마를 보내면서 겪었던 일련의 시간들을 겪으며 깨달은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는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처럼 훗날 나의 아이들도 그 어떤 마음과 그 어떤 일들을 기억하며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시골 가는 차 안에서 동네에 들어서면 언제나 그 시절로 돌아간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일들이 마치 어제와 같던 순간이 너무나 많다.


버리지 못한 마음을 여기저기 뿌리고, 이제는 더는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해

거기서 맘 편히 잘 지내셔

귀 안 가려울 거야

그냥 무시로 와서 우리를 한 번씩 보고 가시면 좋겠어. 그건 괜찮지?

참! 설날이라 시골에 아부지 보러 가는데, 그때 잠깐. 아주 잠깐만이라도 오셔서 애들 보고 가셔


시간이 너무 빨라서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갔다. 그래도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엄마는 언제나 그 시절, 가장 좋았던 40대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웃던 모습 아프던 모습 그 모든 순간들이 역사처럼 남겨졌다.


굿바이 엄마!!


이별 후에 남은 감정의 격동을 넘기고야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30화를 끝으로 이별에서 두어 발짝 자유로워진 마음을 놓으려 합니다.

그동안 '굿바이 엄마'를 구독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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