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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Nov 25. 2024

바라보면 미소 짓게 되는 일상

슬픈 만큼 손톱이 자라고 기쁜 만큼 발톱이 자란다

방바닥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건지 주어도 돌아서면 또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걸 모아서 뭉쳐서 버리고 나서 바라보는 햇살 드는 말끔한 거실

설거지하고 엎어 둔 그릇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식기 건조대

수건을 깨끗이 빨아서 색깔별로 가지런히 넣어둔 수건장

바라보노라면 미소가 지어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무표정의 아기

산책길에 만난 티셔츠 입고 리본으로 장식한 모자를 쓴 멋쟁이 강아지

알록달록 떨어지며 수북이 쌓인 낙엽들

나부끼는 나뭇가지 사이로 눈부시게 비치는 햇살

뭉게뭉게 흘러가는 구름뭉치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흩날리는 산책길

바라보노라면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리 피곤해도 현관에 들어서면서 방긋 웃는 딸내미

가지런히 놓인 가족들의 신발

모두 모여서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 식탁풍경

식탁에 앉아서 과일을 예쁘게 깎아주는 진지한 표정의 내편

베개옆에 딸이 눕혀 둔 눈이 동그란 귀여운 오랑우탄 인형

바라보노라면 미소가 지어진다


손톱이 빨리 자라는 건

삶은 기쁨보다 슬픈 일이 더 많아서라지

발톱이 늦게 자라는 건

삶은 슬픔보다 기쁜 일이 더 적어서라지


그래도 찬찬히 둘러보면 미소 지을 일이 많은 게 삶일지도 모르겠다

발톱아 빨리 자라 줄래



#미소

#일상

#삶

#공감에세이




#일상

#공감에세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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