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지갑
나는 밝은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는 게 좋았어
여러 사람이 오가면 시선을 줄 때면 괜히 설레었지 나도 주인이 생기는 건가!
하지만 그것보다 여기서 사람들을 보며 기다리는 게 좋았어
무엇인가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이걸로 할게요 누군가 나를 선택한다
설레었다 나도 이제 주인이 생기는구나 싶어서 앞날이 기대되었지
그러나 그분은 주인이 아니었나 봐
나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리본을 달아주었어
어딘가로 한참을 가더니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았나 봐
이 자리로 앉자 밖이 잘 보이니 좋네 첫 출근 축하해!
누군가에게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고 나를 넘겨주는 게 느껴졌어
드디어 진짜 주인이 생기는구나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렸어
맘에 들어!! 나를 받고 기뻐하는 주인의 목소리는 들떠있었지
나의 주인은 나를 한참 동안 쓰다듬어주더니
여기저기 소중한 것을 채우고 있었어
난 드디어 나의 쓸모에 맞는 일을 하는 게 신이 났어
차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출근하는 나의 주인은 힘들어 보였지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나를 누군가가 낚아채듯 붙잡고 달아나는 걸 몰랐던 거야
잠시 놀라서 정신을 잃었어
한참만에 눈을 떴는데 내 주변에 나와 같은 애들이 잔뜩 있었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절망이었지 하루하루가 숨이 막히듯 괴로웠어
아름다웠던 나의 일상이 악몽이 되는 순간이었던 거야
그렇게 괴로움에 주인이 나를 찾아주기만을 간절히 기도했어
지금 나가고 있어 지각하면 안 되니까 나중에 통화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
나의 주인이었어 저 여기 있어요 아무리 소리 질러도 주인은 듣지 못했지
내 옆에 한 친구가 다시 들어왔어 그가 말했지
내가 들었어!! 하면서 여기가 어딘지 가늠할만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야 저기 던져 대문 위 처마는 사람들이 잘 안 보니까 들키지 않을 거야
그러곤 자기를 여기에 던졌다는 것이었다
그런 거였다 난 주인집 대문 위 처마에 던져져 있었다
나를 훔친 자들이 귀중품을 꺼내고 나를 거기다 던져서 증거를 숨긴 거였다
이제는 희망을 잃었다
야 이게 뭐야! 엄마 여기 지갑들이 잔뜩 있어
뭐라고! 아이고 이게 뭐라니 경찰에 전화해라 여기 신분증이 들어있는 것도 있어
이윽고 삐뽀삐뽀 하더니 경찰들이 왔어
야 이 시끼들 소매치기 증거들을 여기다 다 던져놨네
신분증이 들어있는 건 전화해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달라고 요청해
이사 가려고 집안을 청소하던 집주인에게 우리는 그렇게 발견되었어
나는 아쉽게도 신분증이 들어있지 않아서 주인을 찾을 수 없었어
그렇게 난 비닐에 담겼지
결국 주인은 나를 찾을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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